삼례에서 걸어온 피시방

 


  또렷이 말한다면 삼례에서 걸었다기보다 완주군 봉동읍 둘레를 걸었다고 해야지 싶습니다. 그러나 나는 어제 삼례에 왔고, 삼례에서 자동차를 얻어타고 봉동면 신성리에서 하룻밤을 묵었고, 아침에 일어나서 낙평리를 지나 장기리라는 곳까지 왔어요. 처음에는 봉동중학교 앞에서 피시방을 하나 보았는데 그곳은 문을 닫았더군요. 그곳에서 십오분쯤 더 걸어서 비로소 면내 피시방을 찾았습니다. 아침에 사십오 분 즈음 걸어서 비로소 시골 피시방을 찾은 셈입니다. 셈틀 화면은 퍽 크고 자리도 널찍합니다. 다만 이 셈틀은 크롬 풀그림을 깔 수 없다고 합니다. 아마 피시방 셈틀에 ‘다른 풀그림을 못 깔도록’ 했구나 싶은데, 익스플로러 풀그림은 누리집에 글을 올릴 적에 줄이나 글꼴이 자꾸 깨져서 우리 집에서는 안 쓰지만, 오늘 아침에 이렇게 인터넷을 쓸 수 있으니 이 대목으로 고마워하자고 생각합니다. 2016.7.11.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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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시게 흐르는 하루

 

  내 하루는 바쁘지 않습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해야 할 일이 여러모로 많다고 할 만하지만, 내 하루는 눈부시게 흐릅니다. 아침에 하는 일도 낮에 하는 일도 저녁에 하는 일도 늘 곱게 흐르면서 눈부신 숨결로 피어난다고 느낍니다. 어제하고 같은 일을 하지 않습니다. 새 아침에는 늘 새 살림을 가꿉니다. 자루에서 쌀을 꺼내어 씻어서 불릴 적에도, 밥을 냄비에 안칠 적에도, 평상에 덮은 천을 걷을 적에도, 나무한테 속삭이고 풀내음을 맡을 적에도, 멧새가 후박나무에 앉아서 노래하는 소리를 들을 적에도, 아이들을 안으면서 잘 잤느냐고 말을 섞을 적에도 언제나 새로우면서 재미난 이야기가 열린다고 느낍니다. 바쁜 하루가 아닌 눈부신 하루입니다. 2016.7.10.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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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례 가는 기차표와 신문



  오늘치 〈한겨레〉에 재미난 기사가 있다는 이야기를 손전화 쪽글로 아침에 받았습니다. 제가 요즈막에 새로 내놓은 책을 비롯해서 여섯 가지 책을 짤막하게 추천하면서 어느 한 분을 만나보기로 다룬 기사입니다. 인터넷판으로는 ‘한 사람 만나보기’만 있을 뿐, ‘만나보기를 한 사람이 추천한 책 여섯 권 이야기’는 안 뜹니다. 어찌할까 하다가 읍내마실을 하자고 생각했고, 낮 세 시에 군내버스를 타고 읍내에 가서 우체국에서 신문 한 부를 얻습니다. 그나마 〈한겨레〉이니 읍내 우체국에서 얻을 만합니다. 다른 신문이라면 이 전라도 시골에서는 구경조차 하기 힘들어요.


  낮 네 시 사십 분 군내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 뒤 전화 한 통을 받고 부랴부랴 기차표를 끊습니다. 다가오는 일요일에 삼례에 가서 이야기마당을 나누기로 했는데, 아직 삼례 가는 기차표를 안 끊었네요. 시골에서 시골로 가는 기차이니 느긋하겠거니 하고 여겼으나, 아닌 일이었어요. 일요일이었고, 이 일요일이란 서울에서 전라권으로 나들이를 온 사람들이 신나게 서울 쪽으로 돌아가는 때입니다. 가까스로 빈자리 하나를 찾아서 겨우 기차표 미리끊기를 합니다. 2016.7.8.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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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길을 나서는 까닭



  다리에서 힘이 쪼옥 빠지도록 자전거를 달리고 나면 저녁에 끙끙 앓다가 곯아떨어집니다. 이튿날 아침에는 멀쩡하게 깨어납니다. 새롭게 내리쬐는 햇볕을 바라보고, 싱그러이 부는 바람을 맞다 보면, 다시 이 자전거로 즐겁게 길을 나서자는 생각이 듭니다. 어느새 다리에 새 힘이 붙고, 어제하고는 다른 즐거운 하루가 열렸으니까요. 숲바람을 마시고 싶으니 길을 나섭니다. 숲노래를 부르고 싶으니 두 다리와 온몸에 새로운 숨결이 흐르도록 북돋웁니다. 2016.7.7.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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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산을 넘자꾸나



  우리, 저 산을 넘자꾸나. 우리 자전거로 씩씩하게 넘자꾸나. 그리 힘들지 않아. 즐겁게 넘을 만해. 멧길을 타고 넘는 동안 푸른 바람이 불고, 멧자락을 자전거로 넘는 동안 싱그러운 그늘이 있어. 멧길에는 멧노래가 있고, 멧자락에는 멧짐승하고 멧새가 있지. 오늘 우리는 자전거로 저 산을 넘는데, 다음에는 두 다리로 느긋느긋 걸어서 넘을 수도 있어. 2016.7.6.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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