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좀 안 될까요 3
아소우 미코토 지음 / 시리얼(학산문화사)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472



아기와 사랑에 얽힌 실타래

― 어떻게 좀 안 될까요 3

 아소우 미코토 글·그림

 최윤정 옮김

 시리얼 펴냄, 2011.3.25.



  가만히 생각해 보면 ‘어떻게 좀 안 될까요’라고 하는 말은 ‘안 될 만한 일’을 바랄 적에 합니다. 안 되니까 안 된다고 하는 일을 슬그머니 하고 싶은 마음에 이런 말을 합니다. 그런데, 더 생각해 보면 ‘안 될 일’이란 없습니다. 그냥 하면 됩니다. 잘못한 일이 있으면 뉘우치면 되고, 올바르지 않다 싶은 일은 올바르게 되도록 바꾸면 됩니다. ‘법대로’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우리 삶에 맞게 가다듬거나 추슬러서 새롭게 고치면 되는 일입니다.



- ‘어둡다고 불평하기보다는 스스로 나아가 불을 밝히자.’ (13쪽)

- “아카보시는 입은 거칠지만 거짓말은 하지 않으니까. 동정도 하지 않고.” (18쪽)




  자전거를 타고 앞으로 달립니다. 그런데, 자전거를 타고 뒤로 달릴 수 있어요. 꼭 앞으로만 가라는 법은 없습니다. 나들이를 가다가 집으로 돌아올 수 있어요. 집에서도 얼마든지 나들이를 누릴 수 있습니다. 밥과 국을 따로 먹을 수 있고, 밥과 국을 섞어서 먹을 수 있습니다. 꼭 어떻게 해야 하는 법은 없습니다. 즐겁게 누리면서 이루는 삶이면 됩니다.


  누워서 피리를 불 수 있습니다. 엎드려서 하모니카를 불 수 있습니다. 한손으로 피아노를 칠 수 있습니다. 발가락으로 기타를 뜯을 수 있습니다. 손으로 붓글씨를 쓰는 사람이 있지만, 발로 붓글씨를 쓰는 사람이 있고, 입으로 붓글씨를 쓰는 사람이 있어요. 저마다 제 몸과 삶에 맞추어서 하나하나 누립니다.


  책을 빨리 읽을 수 있고, 노래를 오래도록 부를 수 있습니다. 밥을 여러 그릇 비울 수 있고, 밥술을 조금만 뜰 수 있어요. 틀에 박힌 삶은 없습니다. 틀에 맞추어야 하는 삶이 아닙니다. 우리가 생각할 대목은 언제나 오직 하나예요. 즐겁고 아름다운 사랑이 피어나는 삶인가 하는 대목을 생각하면 됩니다.




- “(개) 콜리가 일어섰다는 이유만으로 노파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진다. 요컨대 그만큼 주인에게는 동물을 관리할 책임이 요구되는 겁니다.” (56쪽)

- “쇼지 군, 즐거워 보이는군.” “아, 죄송합니다.” “아니, 괜찮아. 자네가 소리내 웃는 게 신선해서 그래.” “그런가요?” (62쪽)

- “나도 모르게 몸이 굳어버린단 말이야. 개를 보거나 소리만 들어도. 아무리 애를 써도 그 공포를 잊을 수가 없어. 게다가 내가 겁먹은 걸 아는지 유난히 개들이 꼬여서, 부끄러운 얘기지만.” “그럼 저희 집 주소를 아셨던 건.” “부근에 개를 키우는 집은 전부 파악해 두고 있거든. 무서우니까.” “저야말로 부끄럽습니다. 개가 너무 좋은 나머지 ‘싫다’는 마음에 ‘무섭다’가 포함되어 있다는 건 상상도 못하고, 정말 죄송합니다.” (83쪽)



  아소우 미코토 님이 빚은 만화책 《어떻게 좀 안 될까요》(시리얼,2011) 셋째 권을 읽습니다. 셋째 권을 보면, 아기와 얽힌 이야기가 꾸준히 흐릅니다. 아기를 낳는 사람과 아기를 돌보는 사람 이야기가 가만히 흐릅니다. 아기를 사랑하려는 사람과 아기한테서 등을 돌린 사람 이야기가 찬찬히 흐릅니다.


  아기는 왜 태어날까요? 사내와 가시내가 살을 섞었으니 아기가 태어날까요? 서로 사랑으로 만났기에 아기가 태어날까요? 사내와 가시내는 서로 살을 섞을 때에 사랑일까요?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면, 살을 섞지 않고 서로 마주앉아 따스히 바라보기만 해도 기쁘지 않을까요? 살을 섞는 몸짓이 되어야 비로소 사랑이라고 여긴다면, 사랑이란 참말 무엇일까요?




- “정 힘들면 무리하지 말고 병원에 가요. 당신 몸은 지금, 두 사람 몫이니까요.” (96∼97쪽)

- “이건 사카가미 씨에겐 별 거 아닐지 모르겠지만, 만일 재판 결과 인지된다면, ‘인지 재판 확정일’이 기재됩니다. 아이의 호적에.” “엑?” “언젠가 아이가 자신의 호적을 보고, 친부가 자신의 인지를 거부했다는 사실을, 자신이 친부가 원치 않은 아이였다는 걸 알게 되겠죠.” (109∼110쪽)



  학교에서는 아이한테 사랑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나라나 사회나 정치도 사람들한테 사랑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사랑을 다루는 일은 없습니다. ‘사랑이라는 허울을 씌운 연속극’은 있어도, 참사랑을 보여주는 연속극은 없다고 할 만합니다.


  학교에서는 입시교육만 합니다. 교과서도 대학입시와 얽힌 지식만 다룹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서로 아끼고 돌보면서 이루는 사랑을 들려주지 않습니다. 성교육은 하지만 사랑교육은 하지 않는 학교입니다. 학교와 동네와 사회뿐 아니라, 집에서도 어버이와 아이가 사랑을 이야기하면서 아름다운 하루를 짓는 모습을 찾기 어렵습니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저마다 사랑을 배우지 못하고 알지 못하며 느끼지 못하니, 이러한 사회에서는 ‘허울뿐인 거짓사랑’만 넘칠는지 모릅니다. 온통 허울뿐인 사회요 학교이며 동네이니,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참모습하고는 동떨어진 삶으로 나아갈는지 모릅니다.




- “교육과 학대의 경계는 대체 어디일까요.” “사랑이요!” (148쪽)



  ‘교육’과 ‘학대’ 사이를 맺고 끊는 금은 ‘사랑’입니다. 가르침이 되려면 사랑이어야 하고, 배움이 되려면 사랑이어야 합니다. 사랑이 없이는 가르치지도 배우지도 못합니다. 일과 놀이에서도 똑같아요. 사랑이 있을 때에 일이고 놀이입니다. 사랑이 없이 하는 일과 놀이라면 재미없기도 하지만 힘들고 괴롭습니다. 사랑이 없이 쓰는 글이나 읽는 책이라면, 이 또한 얼마나 고되면서 지겨울까요.


  밥 한 그릇을 사랑으로 짓습니다. 빨래 한 점을 사랑으로 합니다. 말 한 마디를 사랑으로 들려줍니다. 눈짓 한 번을 사랑으로 보냅니다. 모두 사랑입니다. 모두 사랑일 때에 비로소 울타리도 허물도 껍데기도 거짓도 없이 즐거운 삶입니다. 4348.3.6.쇠.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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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닦이 삼총사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2
로알드 달 지음, 퀸틴 블레이크 그림 / 시공주니어 / 199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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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읽는 삶 83



반가운 동무들과 함께

― 창문닦이 삼총사

 로알드 달 글

 퀜틴 블레이크 그림

 김연수 옮김

 시공주니어 펴냄, 1997.9.30.



  나는 아침저녁으로, 또 낮으로 뒤꼍에 섭니다. 우리 집 뒤꼍에서 자라는 나무를 살피고, 우리 집 뒤꼍에서 돋는 풀을 바라봅니다. 이렇게 뒤꼍에 서면, 으레 온갖 새가 우리 집 둘레에서 노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까치와 까마귀가 우리 집을 찾아오고, 딱새와 참새와 박새가 우리 집을 기웃거립니다. 먹이를 찾는지, 그저 다리쉼이나 날개쉼을 하려는지 잘 모릅니다. 다만, 온갖 새는 우리 집에 깃들면서 느긋하게 쉴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집에서는 농약을 안 치고, 나뭇가지를 섣불리 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 집 나무는 하늘을 바라보면서 곧게 자라기 때문입니다.


  날마다 새를 바라보면 즐겁습니다. 새는 무척 가벼운 몸으로 하늘을 가르면서 날고, 새는 몹시 보드라운 목청으로 노래를 부릅니다. 가끔 새하고 눈이 마주친 채 오래도록 서로 바라보기도 합니다. 새와 눈이 마주쳐서 가만히 서로 바라보노라면, 마치 내가 하늘을 나는 사람이라도 된듯이 가벼우면서 설렙니다. 새하고 마주치는 눈길이 반갑습니다.


  때로는 사마귀와 눈이 마주치기도 합니다. 사마귀는 덩치가 커다란 사람과 눈이 마주치면 흠칫 놀라지요. 뒷걸음을 하다가도 앞발을 듭니다. 무섭기 때문에 앞발을 드는구나 싶어요. 그러면 나는 아무것도 안 합니다. 그저 바라봅니다. 그저 바라보면서 사마귀가 두려움을 떨치기를 기다립니다.



.. 건물을 산 사람이 나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아주 많이 했다. 나라면 그 건물을 옛날처럼 과자를 파는 열심 가게로 다시 만들 수 있을 테니 말이다 ..  (13쪽)



  잠자리나 나비는 사람을 무서워 하지 않았습니다. 이 아이들은 먼 옛날부터 사람과 이웃이었어요. 그래서, 잠자리나 나비는 사람들 머리나 어깨나 손가락이나 팔등에 내려앉아 날개를 쉬면서 따스한 기운을 우리한테 나누어 주곤 했습니다. 잠자리는 수많은 날벌레를 잡아먹고, 나비는 ‘사람이 심은 남새’에 꽃가루받이를 해 주면서 함께 돕고 살았습니다.


  이리하여 먼 옛날부터 사람들은 잠자리랑 나비하고도 늘 눈을 마주하면서 살았습니다. 내 팔등에 내려앉은 잠자리하고 가만히 눈을 마주해 보셔요. 대단히 아름답고 놀라운 숨결이 찌르르 떨면서 내 가슴으로 파고듭니다. 내 손등에 내려앉은 나비하고 살그마니 눈을 마주쳐 보셔요. 아주 고우면서 포근한 숨소리가 파르르 떨면서 내 마음으로 스며듭니다.


  이 지구별에서는 모두 우리 동무입니다. 이 지구별에 있는 모든 목숨은 서로 이웃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도 동무요, 사람과 나무 사이도 동무입니다.



.. 운전수는 고개를 위로 들었다가 우리를 보았다. 운전수는 위에서 빤히 내려다보고 있는 기린과, 펠리컨과, 원숭이와, 나를 보았다. 하지만 표정도 하나 변하지 않았고 눈썹도 까딱하지 않았다. 영국에서 제일 돈 많은 사람의 운전수는 어떤 걸 보아도 놀라지 않는가 보다 ..  (39쪽)



  로알드 달 님이 글을 쓰고, 퀜틴 블레이크 님이 그림을 그린 《창문닦이 삼총사》(시공주니어,1997)를 읽습니다. 영어로 나온 책에는 ‘기린과 펠리와 나’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한국말로 옮기면서 책이름이 바뀝니다. 책이름을 바꿀 수 있겠거니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이야기책에 나오는 창문닦이는 ‘기린과 펠리컨과 원숭이’ 셋입니다. 여기에 ‘내’가 있어요. 창문닦이 일을 하는 세 짐승은 창문도 닦지만, 버찌와 능금도 따고, 여러모로 못 하는 일이 없습니다. ‘나’는 세 동무와 함께 멋진 일을 하고 신나는 삶을 누립니다. 그래서, 책이름을 바꾸더라도 ‘사총사’로 하든지 ‘네 친구’로 적어야 올발라요.



.. 그제야 영문을 알아챈 공작님은 버찌 하나를 안 안에 넣고 천천히 씹었다. 그리고는 씨를 뱉어냈다. “이 버찌를 따는 솜씨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 가을에 사과도 따 줄 수 있겠느냐?” ..  (56쪽)



  로알드 달 님이 쓴 이야기책을 찬찬히 읽으면, 영국에서 가장 돈이 많다는 사람이 사는 집에서 벚나무 열매는 퍽 높은 곳에 달립니다. 사다리를 걸치고 올라가도 손이 안 닿을 만한 데에 버찌가 맺혀요. 부잣집 아저씨는 벚나무 가지를 휜다든지 자르지 않습니다. 나무가 높이 자라면 높이 자라는 대로 두면서 열매를 땁니다.


  문득 생각해 보면, 한국에서는 나무가 높이 자라도록 두지 않아요. 한국에서는 능금나무도 귤나무도 포도나무도 무화과나무도 모두 가지를 휩니다. 사다리를 밟지 않고도 열매를 딸 수 있을 만큼 ‘키 작은 나무’로 바꾸어요. 한국에서는 나무 한 그루가 곧게 자라도록 두지 않습니다. 자꾸 가지를 쳐서 ‘열매 따기 수월하도록’ 나무를 괴롭힙니다.


  영국에서는 창문닦이 이야기를 쓸 수 있고, 창문닦이가 나무열매를 따기도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기는 어려우리라 느낍니다. 이웃나라에서는 나무가 곧고 우람하면서 아름답게 우거지는 모습을 둘레에서 쉽게 마주할 테지만, 한국에서는 이러한 모습을 찾아보기도 어렵고, 나무와 함께 삶을 짓는 이야기를 쓰기도 어려우리라 느낍니다.



.. “누군가가? 누군가라니, 그게 무슨 말이냐? 너하고 내가 그렇게 하면 되는 거 아니냐! 우리가 함게 그렇게 하자. 우리가 세상에서 제일 멋진 과자점으로 만들자. 그리고 우리 새끼, 네가 그 가게를 가지거라!” ..  (99∼100쪽)



  이야기책 《창문닦이 삼총사》에서는 세 동무, 아니 네 동무, 아니 마지막에서는 ‘다섯 동무’가 된 숨결이 서로 아끼면서 사랑하는 삶을 보여줍니다. 더 나은 동무가 따로 없고, 덜떨어지는 동무도 따로 없습니다. 서로 어깨동무를 하는 사이입니다. 서로 아끼면서 함께 웃고 노는 사이입니다. 서로 보듬으면서 함께 노래하고 어우러지는 사이입니다.


  모름지기 동무라면 따사로운 눈빛으로 사랑을 밝히리라 생각합니다. 참말 동무라면 너그러운 눈망울로 꿈을 키우리라 생각합니다. 사람과 짐승도 동무가 되고, 사람과 벌레도 동무가 되며, 사람과 나무하고도 동무가 됩니다. 서로 아낄 수 있을 때에 동무입니다. 서로 빙그레 웃음으로 마주하면서 이야기꽃을 피울 때에 동무입니다. 4348.3.5.나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어린이문학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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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느라 그랬어요 마음똑똑 (책콩 그림책) 35
샌돌 스토다드 워버그 글, 이반 체르마예프 그림 / 책과콩나무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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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84



서로 바라보면서 생각하는 눈망울

― 생각하느라 그랬어요

 샌돌 스토다드 워버그 글

 이반 체르마예프 그림

 천미나 옮김

 책과콩나무 펴냄, 2015.1.20.



  샌돌 스토다드 워버그 님이 글을 쓰고, 이반 체르마예프 님이 그림을 그린 《생각하느라 그랬어요》(책과콩나무,2015)를 읽으면, 아이는 어른과 달리 어떤 생각을 마음에 품으면서 둘레를 살펴보는가 하는 이야기를 헤아릴 만합니다. 그런데 말이지요, 이 그림책을 읽을 아이는 ‘응, 그러할 테지’ 하고 여길 텐데, 어른인 우리도 아이였을 적에 ‘어른과 다른 눈으로 바라보며 생각하던’ 숨결이었습니다.


  사람은 어른으로 자라면서 왜 아이 마음을 잃거나 잊을까요? 사람은 몸이 자라는 동안 왜 ‘어린 몸’에 깃들던 ‘큰 마음’이 사라지거나 없어질까요?


  어른은 언제나 바쁩니다. 이것을 하느라 바쁘고 저것을 하느라 바쁩니다. 이 일에 매달리느라 바쁘고 저 일에 얽매이느라 바쁩니다. 느긋하게 삶을 돌아볼 겨를을 못 내는 어른입니다. 차분하게 사랑을 되새길 틈을 못 내는 어른입니다.



.. 나는 수박을 생각해요. 나는 빨간 꽃들을 생각해요. 나는 생각해요 ..  (8쪽)




  아이는 어른과 다른 눈으로 바라봅니다. 참으로 다른 눈입니다. 그러면, 아이는 왜 어른과 다른 눈일까요? 아이는 아이요, 어른은 어른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이와 어른은 서로 같은 눈으로 볼 수 있습니다. 어느 때에 이러한가 하면, 서로 ‘새로운 곳’을 바라볼 때에는 같은 눈이 됩니다. 서로 ‘사랑스러운 곳’을 바라볼 때에도 같은 눈이 됩니다. 서로 ‘맑은 곳’을 바라볼 때에도 같은 눈이 되어요.


  한편, 새롭지 않은 곳을 바라보거나 사랑스럽지 않은 곳을 바라보거나 맑지 않은 곳을 바라볼 적에도 같은 눈이 됩니다. 새로운 곳을 바라볼 적에는 ‘새롭게 빛나는 같은 눈’이고, 새롭지 않은 곳을 바라볼 적에는 ‘기운을 잃은 같은 눈’입니다. 사랑스러운 곳을 바라볼 적에는 ‘따사로운 사랑으로 눈부신 같은 눈’이고, 사랑스럽지 않은 곳을 바라볼 적에는 ‘차갑고 메마른 같은 눈’입니다. 맑은 곳을 바라볼 적에는 ‘맑게 아름다운 같은 눈’이고, 맑지 않은 곳을 바라볼 적에는 ‘죽음으로 치달리는 같은 눈’이에요.



.. 나는 생각해요. 손과 발과 팔과 다리를 생각해요. 만약 팔이 다리이고 팔에다 입는 바지가 있다면 손으로 땅을 짚고 신나게 돌아다닐 수도 있겠죠 ..  (14쪽)




  생각해 보셔요. 함께 웃고 노래할 때에 기쁩니다. 생각해 봐요. 서로 어깨동무를 하면서 함께 일하고 놀 때에 즐거워요. 생각을 기울여요. 봄볕을 쬐면서 함께 봄나물을 뜯고는, 함께 봄나물을 헹구어 밥상을 차리면 웃음이 터져요. 손을 맞잡고 길을 걸어요. 서로 얼굴을 마주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어요.


  아이는 어른을 기다립니다. 새롭고 사랑스러우면서 맑은 곳을 함께 바라볼 수 있기를 기다립니다. 어른도 아이를 기다리지요. 얼른 옷을 걸치고, 빨리 양말을 신으며, 후다닥 신을 꿸 때까지 기다립니다.


  아이는 어른을 기다립니다. 보드라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를 기다립니다. 따순 손길로 쓰다듬거나 어루만지기를 기다립니다. 언제나 고운 마음결로 살림을 꾸리면서 넉넉한 집안이 되기를 기다립니다. 어른도 아이를 기다리지요. 학교에서 시험성적 잘 받기를 기다립니다. 상장을 거머쥐거나 이름난 대학교에 붙거나 돈 잘 버는 회사에 들어가기를 기다립니다.




.. 나는 엄마를 생각해요. 백만 번, 천만 번, 억만 번 엄마를 생각해요. 나는 고릴라만큼, 코뿔소만큼, 코끼리만큼 엄마를 사랑해요. 나는 생각해요 ..  (28쪽)



  어른도 아이를 바라보면서 사랑을 생각하리라 봅니다. 이래 다그치거나 저래 윽박지르더라도 마음속에는 오롯이 사랑이 있으리라 봅니다. 어른도 아이를 마주하면서 언제나 사랑이 가득하리라 봅니다. 학교와 학원 사이를 쳇바퀴 돌듯이 오가도록 내모는 어른이라 하더라도 마음속에는 이 아이가 홀가분하게 뛰놀면서 하늘바람을 가득 마시기를 바라리라 봅니다.


  기쁘게 뛰노는 아이가 맑은 생각을 품으면서 자랍니다. 기쁘게 노래하는 아이가 사랑스러운 생각을 돌보면서 자랍니다. 새롭게 웃는 아이가 고운 생각을 아끼면서 자랍니다. 아이와 함께 어른도 자라기를 바라요. 아이 곁에서 어른도 늘 새롭게 다시 태어나기를 바라요. 4348.3.5.나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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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자는 두 사람, 함께 사는 두 사람 4
히구라시 키노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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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476



함께 짓는 삶과 사랑이기에

― 먹고 자는 두 사람 함께 사는 두 사람 4

 히구라시 키노코 글·그림

 대원씨아이 펴냄, 2015.2.28.



  아침이 되어 볕이 들면 땅이 녹습니다. 저녁이 되어 해가 지면 다시 땅이 얼어붙습니다. 겨울이 저물고 봄이 찾아오는 철에는 땅이 녹고 얼기를 되풀이합니다. 겨울은 고요히 잠들기 앞서 마지막으로 차가운 바람을 남기고, 봄은 기지개를 켜면서 살며시 노래를 합니다.


  일찌감치 꽃망울을 터뜨린 들꽃은 벌을 부릅니다. 꿀벌은 어느새 깨어나 조그마한 들꽃마다 내려앉아 꽃가루를 모읍니다. 꿀벌이 꽃가루를 모으는 동안 조그마한 들꽃은 꽃가루받이를 합니다.


  벌이 깨어났으니 나비도 곧 깨어날 테지요. 벌이 싱그러니 춤을 추니, 나비도 해맑게 춤을 출 테지요. 벌레도 짐승도 새도 사람도 잔뜩 웅크리는 겨울이라면, 모든 목숨이 기쁘게 깨어나서 춤을 추고 노래를 하는 봄입니다.



- ‘리츠코를 기쁘게 해 주고 싶다.’ (9쪽)

- “오랜만이다.” “응? 아, 아침부터 정식 먹는 거 말이지.” “아니, 둘이서 아침 먹는 거.” (23쪽)





  우리 집 뒤꼍에 서서 딱새와 마주합니다. 겨울이 처음 찾아든 지난해 끝자락에는, 이 딱새가 나를 보면 포로롱 날아갔습니다. 이 딱새는 우리 집 처마 밑에 있는 제비집에서 겨울을 나는데, 겨울나기를 하는 동안 내 모습이 많이 익숙해졌는지, 이제는 뒤꼍이나 마당에서 서로 눈이 마주쳐도 곧장 날아가지 않습니다. 내 옆으로 뿅뿅 걸어서 다가오기도 하고, 한참 서로 눈을 마주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요즈음은 딱새하고 눈이 마주치면 뒤꼍이나 마당에서 슬쩍슬쩍 춤을 추어 봅니다. 춤을 추어도 그대로 있는지 지켜봅니다. 춤을 추면, 딱새는 가만히 나뭇가지에 앉아서 나를 바라봅니다. 저 사람이 무엇을 하는지 바라볼는지 모르고, 사람이 추는 춤이 재미있어서 한참 지켜볼는지 모릅니다.


  이리하여, 엊그제부터는 딱새하고 눈이 마주치면 춤도 추고 노래도 부릅니다. 춤과 노래를 함께 하는데, 이때에도 딱새는 날아가지 않고 나를 바라봅니다. 저 사람이 부르는 노래하고 딱새 저희가 부르는 노래가 얼마나 다른가를 헤아리려는 듯하기도 하지만, 새가 사람한테서 노래를 듣는 즐거움을 누리기도 하는구나 하고 느낍니다.



- ‘평소라면 이런 일로 싸우진 않을 텐데. 왜 이렇게 사소한 일로 틀어졌을까? 기분 좋게 즐기고 싶었을 뿐인데.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자! 새로운 마음으로.’ (41∼42쪽)

- ‘아무것도 못하겠어. 감기가 이렇게 괴로운 거였나.’ (59쪽)





  히구라시 키노코 님이 빚은 만화책 《먹고 자는 두 사람 함께 사는 두 사람》(대원씨아이,2015) 넷째 권을 읽습니다. 이제 이 만화책은 넷째 권에 이르고, 넷째 권에 이르면서, ‘두 사람’은 마음이 제법 자랐습니다. 다만, 마음이 제법 자랐을 뿐, 아직 오롯이 자라거나 옹글게 바로서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아주 조그마한 일을 놓고 쳇쳇거리면서 토라지기도 하고, 서로 꽁꽁거리기도 합니다. 더 넓게 마음을 열어 ‘왜 토라지’고 ‘왜 서운한’지를 말로 털어놓지 못합니다. 앞으로 다섯째 권쯤 되면, 마음으로만 얼핏 헤아리려는 숨결을 넘어서, 말로도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 “다른 사람 배려하는 것도 좋지만, 자기가 뭘 하고 싶은지 주장할 줄 아는 것도 필요해.” (143쪽)

- “빨리 결혼하면 좋을 텐데.” “결혼하면 좋아.” “그러게. 왜 안 하는지 모르겠다!” “우린 우리잖아.” (157∼158쪽)





  한 사람이 곱게 자라면서 다른 한 사람도 곱게 자랍니다. 한 사람이 기쁨으로 크면서 다른 한 사람도 기쁨으로 큽니다. 함께 사는 두 사람은 서로 아끼려는 마음이 됩니다. 먹고 자기만 하던 두 사람은 ‘함께 사는 두 사람’으로 누리려는 하루를 어렴풋하면서도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러한 생각으로 아침을 열면, 두 사람은 더욱 기운을 내어 새로운 삶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생각이 없이 아침을 맞이한다면 고단하거나 힘겹거나 지치는 일만 찾아오겠지요.


  이리하여, ‘두 사람’ 가운데 사내는 “우린 우리잖아” 하는 말을 할 수 있습니다. 이제껏 도무지 할 줄 모르던 말을 이제는 할 수 있습니다. 남한테 휘둘리는 굴레가 아니고, 남을 따라서 휩쓸리는 얼거리가 아니라, 스스로 지어서 누리려 하는 삶으로 나아가는 첫발을 뗍니다. 아기처럼 아장아장 첫발을 뗍니다. 사랑스러운 삶으로 나아가는 첫발을 떼요.



- ‘말이란 훨씬 헤아릴 수 없는 가능성을 가진다. 어떤 말을 가르칠까. 어떤 말을 들려줄까. 그리고 나는 어떤 교사가 될 수 있을까.’ (201∼202쪽)



  만화책 《먹고 자는 두 사람 함께 사는 두 사람》에 나오는 ‘두 사람’은 여태 ‘아장걸음’조차 못 떼며 살았습니다. 뭐랄까요, 아기가 갓 태어나서 마냥 누워서 지내거나 비로소 뒤집기를 하거나 처음으로 기거나, 힘을 내어 두 발로 서려고 하는, 이러한 몸짓으로만 지냈다면(셋째 권까지), 이제는 두 발로 선 몸으로 첫발을 내딛습니다. 앞으로 나올 새로운 다섯째 권에서는 어떤 새발을 뗄 수 있을까요. 이제부터 이 두 사람은 어떤 사랑을 스스로 지어서 어떤 삶으로 꿈을 기쁘게 누릴 수 있을까요. 4348.3.5.나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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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책을 낼 밑돈을 조금 마련했습니다.

즐겁게 그린 꿈대로

기쁘게 이루었습니다.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라는 책을 펴낼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출판사를 찾아야 합니다.

멋진 출판사는 곧 나타나서

전남 고흥에서 자전거를 누리는 우리 이야기를

책으로 곱게 엮어 줄 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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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처럼 2015-03-04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기쁘게 엮어줄 출판사가 나오겠죠. ^^

숲노래 2015-03-04 15:59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곧 짠 하고 노래하듯이 나와 주리라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