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158] 고니 못



  우리가 먹는 밥은 쌀을 끓여서 짓습니다. 밥을 먹으려면 쌀이 있어야 해요. 쌀은 껍질을 벗긴 벼이고, 벼는 논에서 자라요. 볍씨를 심어서 새롭게 거둔 열매가 바로 벼알이면서 나락입니다. 밥을 먹으려면 논을 지어야 하고, 논을 지을 적에는 물을 많이 쓰기에 못을 파요. 논일을 하려고 시골에서 크고 작게 판 웅덩이가 못이에요. 이 못에는 여러 물고기가 헤엄치면서 살고, 오리가 살며시 내려앉아서 놀기도 합니다. 못에 연이 많이 자라면 이곳을 연못이라고 합니다. 못에 개구리가 많으면 ‘개구리 못’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고니가 내려앉으면 ‘고니 못’이 되어요. 고니는 깃털이 새하얀 새이고, 고니 가운데 깃털이 검은 새는 ‘검은고니’라고 해요. 그런데, 안데르센 동화를 일본을 거쳐 한국말로 옮기는 바람에 “백조(白鳥)의 호수(湖水)”라는 말이 퍼졌어요. 일본에서는 고니라는 새를 ‘백조’로 적거든요. 한국에는 ‘해오라기’라는 새도 있는데, 해오라기는 해를 닮아서 하얗게 빛나는 새라는 뜻입니다. 4348.11.29.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전혀 全-


 전혀 관계가 없다 → 도무지 관계가 없다 / 아무 사이가 아니다

 전혀 예기치 못한 사건이 발생했다 → 조금도 생각지 못한 일이 터졌다

 전혀 쓸모없는 물건 → 하나도 쓸모없는 물건 / 아주 쓸모없는 물건

 전혀 생소한 모습 → 참 낯선 모습 / 매우 낯선 모습

 고기를 전혀 입에 대지 않는다 → 고기를 조금도 입에 대지 않는다


  ‘전(全)혀’는 “(주로 부정하는 뜻을 나타내는 낱말과 함께 쓰여) ‘도무지’, ‘아주’, ‘완전히’의 뜻을 나타낸다”고 합니다. 한국말사전을 살피면 ‘전혀’는 ‘전연(全然)’하고 뜻이 같다고 하는데, “전혀 알지 못했다”나 “전연 알지 못했다”는 “도무지 알지 못했다”로 손질하면 됩니다. 그리고, 한국말사전 말풀이에 나오듯이 한국말로 ‘도무지’나 ‘아주’를 쓰면 되고, 글흐름을 살펴서 ‘조금도’나 ‘하나도’를 넣을 만하고, ‘참’이나 ‘매우’나 ‘무척’을 넣을 수 있습니다. 4348.11.26.나무.ㅅㄴㄹ



나와도 전혀 무관하지 않을 수도 있다

→ 나와도 털끝만큼도 관계가 없지 않을 수도 있다

→ 나와도 얼마만큼은 관계가 있다고 할 수도 있다

→ 나와도 아주 동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 나와도 아주 먼 일이 아닐 수도 있다

→ 나와도 조금은 이어졌을 수도 있다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밥 먹으며 시계 보고 시계 보며 또 먹고》(사계절,1989) 118쪽


전혀 다른

→ 아주 다른

→ 몹시 다른

《프란츠 알트/박진희 옮김-생태적 경제기적》(양문,2004) 15쪽


전혀 관심이 없었다

→ 조금도 눈길을 두지 않았다

→ 하나도 마음 쓰지 않았다

→ 눈꼽만큼도 마음이 끌리지 않았다

→ 터럭만큼도 마음이 가지 않았다

《자비네 퀴글러/장혜경 옮김-정글 아이》(이가서,2005) 22쪽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

→ 하나도 내놓지 않았다

→ 한 마디도 적지 않았다

→ 한 글자도 적지 않았다

→ 아무것도 밝히지 않았다

→ 아무 소리도 하지 않았다

→ 어느 곳에도 밝히지 않았다

《테사 모리스 스즈키/한철호 옮김-북한행 엑서더스》(책과함께,2008) 294쪽


전혀 기억나지 않는 거예요

→ 하나도 떠오르지 않아요

→ 도무지 떠오르지 않아요

→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아요

《니노미야 토모코/고현진 옮김-음주가무연구소》(애니북스,2008) 9쪽


이젠 전혀 겁쟁이가 아니구나

→ 이젠 조금도 무섬쟁이가 아니구나

→ 이젠 하나도 두렴쟁이가 아니구나

→ 이젠 그야말로 무서워하지 않는구나

→ 이젠 씩씩해서 두려워하지 않는구나

《김둘-다람쥐 해돌이, 잘 먹고 잘 노기》(자연과생태,2015) 24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득 得


 득을 보다 → 얻다 / 차지하다 / 갖다 / 좋다

 배운 만큼 득이 된다 → 배운 만큼 도움이 된다

 득보다 손실이 많다 → 얻기보다 많이 잃다 / 얻기보다는 잃다

 득이 되는 말 → 도움이 되는 말 / 보탬이 되는 말


  ‘득(得)’은 “소득이나 이득”을 뜻한다는데, ‘소득(所得)’은 “1. 일한 결과로 얻은 정신적, 물질적 이익 2. 일정 기간 동안의 근로 사업이나 자산의 운영 따위에서 얻는 수입”을 가리키고, ‘이득(利得)’은 “이익을 얻음. 또는 그 이익”을 가리킵니다. 그러니, ‘득’을 “소득이나 이득”으로 풀이하면 “이익이나 이익”으로 풀이하는 셈입니다. ‘이익(利益)’은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보탬이 되는 것”을 가리켜요. 그러니 ‘보탬’을 뜻하는 ‘이익’인 셈이요, ‘득·소득·이득’뿐 아니라 ‘이익’까지 ‘보탬’을 가리킨다고 할 만하고, ‘얻는 것’이나 ‘갖는 것’이나 ‘차지하는 것’이나 ‘거머쥐는 것’을 가리킵니다.


  ‘득남’이나 ‘득녀’라든지, ‘득도’나 ‘득템’이라든지, ‘득음’ 같은 말을 쓰기도 하지만, “아들을 낳다(얻다)”나 “딸을 낳다(얻다)”나 “깨닫다”나 “(아이템을) 얻다/따다/갖다”나 “목이 트이다/소리를 얻다”로 손질해서 쓸 만합니다. 4348.11.26.나무.ㅅㄴㄹ



득도 없는 실랑이만 계속했다

→ 얻는 것도 없는 실랑이만 이어졌다

→ 건질 것도 없는 실랑이만 이어졌다

→ 보탬도 없는 실랑이만 이어졌다

→ 아무것도 못 얻는 실랑이만 했다

《이란주-말해요 찬드라》(삶이보이는창,2003) 116쪽


득이 되는 일이라도

→ 도움이 되는 일이라도

→ 보탬이 되는 일이라도

→ 얻을 것이 있는 일이라도

→ 좋은 일이라도

→ 괜찮은 일이라도

《기선-게임방 손님과 어머니 3》(서울문화사,2006) 47쪽


득이 되지 않을 것이다

→ 도움이 되지 않으리라

→ 보탬이 되지 않는다

→ 이바지를 하지 않는다

《베른하르트 슐링크/권상희 옮김-과거의 죄》(시공사,2015) 70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겹말 손질 369 : 그물망



그물망

→ 그물


그물망(-網) : 그물코 같은 구멍이 있는 망

망(網) : 그물처럼 만들어 가려 두거나 치거나 하는 물건을 통틀어 이르는 말



  ‘그물망’을 한 낱말로 삼아서 쓰는 사람이 많을 뿐 아니라, 한국말사전에 이 낱말이 올림말로 나옵니다. 그렇지만 ‘그물망’은 아주 엉터리로 쓰는 겹말입니다. 왜 그러한가 하면, ‘網’이라는 한자가 ‘그물’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그물망’이라고 적으며 한 낱말로 쓰면 ‘그물그물’을 말하는 셈입니다. 제대로 쓰려면 ‘수사망(搜査網)’처럼 써야 합니다. 그리고, ‘수사망’은 ‘수사그물’을 가리키지요.


  개수대 구멍을 막으면서 물만 빠져나가도록 하는 것이라면 ‘그물마개’나 ‘그물덮개’나 ‘그물뚜껑’이라 해야 옳습니다. 울타리로 세우는 쇠그물이라면 ‘그물울타리’나 ‘울타리그물’이나 ‘그물울’이나 ‘울그물’이라 해야 알맞아요. 4348.11.26.나무.ㅅㄴㄹ



여러 행위들이 얽혀 있는 죄의 그물망은 멀리까지 펼쳐져 있다

→ 여러 몸짓이 얽힌 죄는 멀리까지 그물이 펼쳐졌다

《베른하르트 슐링크/권상희 옮김-과거의 죄》(시공사,2015) 25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근래의


 근래의 변화를 살펴본다 → 요즈음 변화를 살펴본다

 요 근래의 일상 → 요즈음 하루 / 요새 하루 모습

 근래의 다른 어떤 작품보다 → 요즈음 다른 어떤 작품보다

 근래의 인물 → 요즈음 사람 / 오늘날 사람


  ‘근래(近來)’라는 한자말은 “가까운 요즈음”을 뜻한다고 합니다. 한국말사전을 보면 “근래에 보기 드문 일”이나 “근래에 와서 전원주택이 부쩍 늘었다” 같은 보기글이 나오는데, “요즈음 보기 드문 일”이나 “요즈음 들어 전원주택이 부쩍 늘었다”로 손질하면 돼요. 그러니까, 처음부터 한국말 ‘요즈음’을 쓰면 될 노릇이고, 줄여서 ‘요즘’을 쓰거나 ‘요사이·요새’를 쓰면 되고, ‘요즈막’을 써도 됩니다. 4348.11.26.나무.ㅅㄴㄹ



근래의 일이다

→ 요즘 일이다

→ 요새 일이다

《불한당》 3호(2003.가을.) 135쪽


근래의 일일수록 훨씬 더 쉽게 기억하고

→ 요즈막 일일수록 훨씬 더 쉽게 기억하고

→ 요즈음 일일수록 훨씬 더 쉽게 떠올리고

→ 요사이 일일수록 훨씬 더 쉽게 되새기고

《베른하르트 슐링크/권상희 옮김-과거의 죄》(시공사,2015) 96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