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수학 受學/修學


 수학의 열의를 불태웠다 → 배우려는 열의를 불태웠더

 언어학을 수학했었다 → 언어학을 배웠다 / 언어학을 익혔다

 음악 수학을 위해 → 음악을 배우려 / 음악을 익히려


  한자말 ‘수학’은 여러 가지인데, 이 가운데 ‘수학(受學)’은 “학문을 배우거나 수업을 받음”을 뜻하고, ‘수학(修學)’은 “학문을 닦음”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학문을 닦는다고 하는 일도 한국말로는 ‘배우다’나 ‘익히다’로 가리켜요. 그리고, “닦는다”고 한다면 ‘닦는다’라는 한국말로 쓸 때가 가장 나을 테지요.


  그러니까 학문을 배운다면 ‘배운다’고 하면 됩니다. 학문을 닦는다면 ‘닦는다’고 말하면 되고요. 순수한 학문을 ‘粹學’이라고 한다는데, 이런 말을 알아듣는 사람이 있을까요? 이런 말을 쓰는 사람은 있을까요? 한국말사전을 살피니 “여윈 학”을 ‘瘦鶴’이라 한다고 나오는데, 여윈 학이면 말 그대로 “여윈 학”일 뿐입니다. “먹이를 찾지 못한 수학 한 마리”라고 말할 때, 어느 누가 이 말을 알아들을까요? 새를 살피는 학자들도 이런 말은 못 알아들으리라 봅니다.


  한자말 ‘수학’을 쓰는 자리를 살피면 대학교에서 배우는 일을 놓고 ‘수학’이라는 말을 흔히 쓰는구나 싶으나, 대학교이든 초등학교이든 우리는 언제나 가르치고 배울 뿐입니다. 4348.12.16.물.ㅅㄴㄹ



공과대학에서 수학했고

→ 공과대학에서 배웠고

→ 공과대학을 다녔고

→ 공과대학에서 학문을 닦았고

《최봉림-에드워드 슈타이켄, 성공신화의 셔터를 누르다》(디자인하우스,2000) 17쪽


대학교에서 수학하면서

→ 대학교에서 배우면서

→ 대학교에서 공부하면서

→ 대학교를 다니면서

《데이비드 바사미언-시대의 양심 20인, 세상의 진실을 말하다》(시대의창,2006) 186쪽


마르부르크 대학교에서 수학한 것 이외에

→ 마르부르크 대학교에서 배운 것 말고

→ 마르부르크 대학교에서 익힌 것 빼고

《손관승-그림 형제의 길》(바다출판사,2015) 64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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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166] 시쓰기·시짓기



  글을 쓰기에 ‘글쓰기’라고 합니다. 예전에는 글을 쓰는 일을 “글을 짓는다”고도 했기에 ‘글짓기’라고 했습니다. ‘짓다’라는 낱말은 ‘밥짓기·옷짓기·집짓기’ 같은 데에 쓰고, ‘밥짓기’는 따로 ‘동자’라고도 합니다. 시골에서 땅을 일구어 밥을 얻는 일은 “흙을 짓는다”고 해서 ‘흙짓기’라 하고, ‘농사짓기’라고도 합니다. 노래를 짓는다면 ‘노래짓기’가 되고, 살림을 지으면 ‘살림짓기’가 되어요. 노래를 지을 적에는 종이에 콩나물을 그리면서 노랫말을 적기 마련이기에, ‘노래쓰기’라 할 수도 있습니다. 집이나 마을이나 학교에서 조촐하게 신문을 엮거나 책을 엮기도 해요. “우리 집 신문”이나 “우리 마을 신문”이나 “우리 학교 문집”을 낸다면 신문이나 책에 글을 쓰기에 ‘기사쓰기’라든지 ‘책쓰기’처럼 말할 만합니다. 글에는 여러 갈래가 있어요. 시나 동화나 소설이나 수필 들이 있지요. 그래서 여러 가지 글을 쓰는 모습을 가리켜 ‘시쓰기·동화쓰기·소설쓰기·수필쓰기(시짓기·동화짓기·소설짓기·수필짓기)’라 할 만해요. 한국말사전에는 ‘시쓰기·시짓기’처럼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낱말은 없고 한자말로 ‘시작’만 있지만, 우리는 쉽고 곱게 ‘시쓰기’ 같은 새 낱말을 지을 수 있습니다. 4348.12.16.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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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165] 건널목



  길을 건너는 자리이기에 ‘건널목’이라고 해요. 건널목에서는 서로 손을 잡고 건너기도 합니다.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려 한다면 자전거에서 내려 사람들하고 천천히 걷습니다. 경찰 아저씨는 으레 ‘횡단보도’ 같은 말을 쓰지만, ‘횡단’은 한자말로 ‘건너다/가로지르다’를 뜻하고, ‘보도’는 ‘걷는 길’을 뜻해요. 그러니까, 한국말로는 그저 ‘건너는 목’이나 ‘건너는 길’을 쉽게 나타내는 ‘건널목’이나 ‘건널길’로 쓰면 넉넉해요. 좋은 자리를 가리키며 ‘목’이라 하고, 지나가는 길 가운데 한 자리를 ‘목’이라 해요. 그래서 길목이나 나들목이나 울돌목 같은 이름이 있고, 이음목이나 샛목 같은 말을 지어서 쓸 수 있어요. ‘이음목’은 두 길이나 자리를 잇는 자리를 뜻해요. 전철역 가운데 갈아타는 곳을 가리키는 이름이 될 만해요. ‘샛목’은 사이에 있는 좋은 자리를 뜻해요. 고속도로 같은 곳에 있는 쉼터를 가리키는 이름으로 쓸 수 있어요. 4348.12.15.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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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164] 흰종이



  눈처럼 하얀 종이를 보면 마음도 눈처럼 하얗게 다스릴 적에 곱겠구나 하고 느낍니다. 맑은 꽃송이처럼 하얀 종이를 보면 이 흰종이에 어떤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려서 재미난 이야기를 빚으면 즐거울까 하고 생각합니다. 흰종이에는 글을 쓸 수 있고, 그림을 그릴 수 있습니다. 흰종이로 종이비행기를 접는다든지 종이배를 접을 수 있어요. 흰종이에 편지를 써서 부칠 수 있고, 흰종이에 빛깔을 알록달록하게 입히면서 종이인형을 빚을 수 있어요. 하얀 빛깔인 종이가 아니라 알록달록하게 빛깔이 깃든 종이라면 ‘빛종이’이거나 ‘빛깔종이’입니다. 빛종이에는 검은종이나 빨간종이가 있고, 파란종이나 푸른종이가 있어요. 빛깔에 따라 ‘-종이’를 붙일 만해요. 조그마한 종이라면 ‘쪽종이’가 되고, 노래를 적으면 ‘노래종이’이지요. 글을 쓰는 종이는 ‘글종이’일 텐데 어른들은 ‘원고지’라는 말만 씁니다. 그러고 보면 어른들은 ‘노래종이’라 하기보다는 ‘악보’라고만 해요. 뒤쪽이 깨끗한 종이라면 ‘이면지’보다는 ‘뒷종이’ 같은 말을 쓰면 한결 쉽고 재미있어요. 4348.12.15.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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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우아 優雅


 우아한 자태 → 아름다운 모습

 우아하게 걷다 → 아름답게 걷다

 백제의 미술은 우아하고 세련되었다 → 백제 미술은 아름답고 빼어나다

 우아하게 낮은 목소리로 → 아름답게 낮은 목소리로


  한자말 ‘우아(優雅)하다’는 “고상하고 기품이 있으며 아름답다”를 뜻합니다. 그런데, ‘우아미(優雅美)’라는 한자말도 있으며, ‘우아미’라는 이름을 쓰는 회사가 있습니다. 한국말사전에 나오는 말풀이처럼, ‘우아’는 ‘아름다움’을 뜻합니다. ‘미(美)’라는 한자도 ‘아름다움’을 뜻해요. 그러니, ‘우아 + 미’인 ‘우아미’는 “아름다움 + 아름다움”인 셈입니다.


  뜻이 같은 낱말을 잇달아 붙여서 적을 적에는 어떤 뜻을 힘주어서 말하려는 생각이라고 여길 만합니다. 몹시 아름답다고 여겨서 ‘우아미’처럼 쓸 수 있고, 대단히 아름다운 어떤 모습을 빗대려고 ‘우아미’를 쓸 수 있어요.


  그러나, 몹시 아름다울 적에는 ‘몹시 아름답다’라 하면 되고, 대단히 아름다울 적에는 ‘대단히 아름답다’라 하면 됩니다. 해와 같이 하얗고 맑을 적에 ‘해맑다’라 하고, 몹시 맑을 적에는 ‘드맑다’라고 해요. 그러니, 맑으면서 아름다운 모습은 ‘해아름답다’라 할 수 있고, 몹시 아름다운 모습은 ‘드아름답다’라 할 수 있습니다. ‘드-’를 붙이는 ‘드높다·드세다·드넓다·드솟다·드날리다’ 같은 낱말이 있어요. 굳이 여러 가지 한자를 다시 엮고 거듭 붙이면서 써야 하지는 않습니다. 4348.12.15.불.ㅅㄴㄹ



샴고양이보다 우아해서 좋다

→ 샴고양이보다 아름다워서 좋다

→ 샴고양이보다 멋있어서 좋다

→ 샴고양이보다 예뻐서 좋다

→ 샴고양이보다 고와서 좋다

→ 샴고양이보다 사랑스러워서 좋다

《하이타니 겐지로/햇살과나무꾼 옮김-소녀의 마음》(양철북,2004) 9쪽


백조는 새하얀 깃털이 너무나 우아해요

→ 고니는 새하얀 깃털이 대단히 고와요

→ 고니는 새하얀 깃털이 몹시 아름다워요

《뤼크 포크룰/임희근 옮김-개구리 합창단》(미래아이,2011) 2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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