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3.11.


《다시쓴 우리말 어원이야기》

 조항범 글, 한국문원, 1997.10.15.



쉬면서 가다듬고, 또 일어나서 일하고, 다시 쉬면서 돌아보고, 새로 일어나서 일손을 잡는다. 언제나 하루는 쉬고 일하고 쉬며 일하다가 문득 모두 내려놓고서 마당이며 뒤꼍을 돌아보면서 하늘빛을 그리는 결로 흐른다. 먹고 입고 자는 삶길일는지 모르나, 그리고 돌보고 사랑하는 살림길을 걸으려고 한다. 《다시쓴 우리말 어원이야기》를 예전에 읽었으나 새삼스레 되읽는다. 글님은 ‘어원사전’을 새로 내놓기도 했는데, 예전 책에 적은 대목에서 거듭났을까, 아니면 제자리걸음일까. 우리 말글을 다루는 일을 하는 분들이 ‘대학교수’가 아닌 ‘살림꾼’이라는 자리에 서기를 바란다. ‘대학교수’란 자리를 버티려 하니 그만 생각을 펴기보다는 생각을 닫는 길에 서더라. 집안일을 하고 집밖일도 하며 아이를 사랑으로 돌보는 길에 선다면, 우리가 쓰는 모든 말글은 글바치(지식인) 머리가 아닌 살림꾼(생활인·서민·평민·백성·국민) 손길에서 태어난 줄 알아채리라. 머리로만 말밑(어원)을 좇으면 뜬금없거나 엉뚱한 데로 빠진다. 뜬금길이나 엉뚱길은 나쁘지 않다. 헤매다 보면 뜻밖에 새길도 찾으니까. 그러나 모든 말은 삶·살림·사랑이라는 눈길하고 손빛에서 헤아려야 비로소 수수께끼를 푼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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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3.10.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상)》

 다나베 세이코 글·에모토 나오 그림/조원로 옮김, 소미미디어, 2021.4.7.



새벽녘에 나라지기가 새로 뽑힌 듯하다. 난 이쪽에도 저쪽에도 설 뜻이 없다. 난 오로지 ‘숲’이라는 쪽에서 ‘아이들’하고 ‘곁님’이랑 설 뜻이다. ‘탄소·친환경·그린’이 아닌 ‘숲’을 말하지 않으면 모두 거짓말쟁이요 눈속임이다. 아이들 눈높이에서 아이들한테 놀이를 돌려줄 생각이 없다면 모두 뻥쟁이요 겉치레이다. 남녀·여남을 가를 뿐, 서로 곁님·꽃님·삶님으로 어깨동무하는 길을 사랑하지 않을 적에는 모두 장사꾼에 흉쟁이로 그친다. 나무 옮기기를 틈틈이 하고 보니 등허리가 찌릿하다. 삽질하고 호미질이란 허리심이니 즐거이 흙을 토닥인 만큼 가볍게 이 몸을 토닥여야겠구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상)》을 읽었다. 이런 줄거리인 이야기였네. 그림꽃을 보고서야 글꽃은 어떠한가 읽어 보자고 생각한다. 그림꽃이기에 한결 반짝거리는 빛으로 담을 수 있는데, 눈으로 쳐다보는 줄거리가 아닌, 마음으로 바라보는 줄거리로 느낄 글은 사뭇 다르겠지. 다리를 쓰기 어려운 삶이면서 ‘못 쓰는 다리’에 마음이 사로잡히면 스스로 할 말을 못 한다. 나는 혀짤배기랑 말더듬이란 몸을 타고나면서 서른 살에 이르도록 수줍어 말을 못 하기 일쑤였다. 그나마 마흔 살을 지나고서야 겨우 말을 텄다고 할 만하나 아직 멀다.


ㅅㄴㄹ


#ジョゼと虎と魚た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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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3.9.


《꼬마 마녀》

 오트프리트 프로이슬러 글·위니 겝하르트 가일러 그림/백경학 옮김, 길벗어린이, 1996.6.25.



매화나무 곁 벼랑에서 싹트며 자란 후박나무하고 뽕나무 밑동을 베어 옮겨심기로 한다. 어린 후박나무 두 그루는 뿌리를 캤다면, 이 후박나무는 밑동을 베어 옮기는 터라, 톱질에 삽질을 마친 뒤에 자전거를 달려 면소재지에서 막걸리를 사온다. 나무야, 나무야, 새터에서 뿌리를 내려 주렴. 오늘은 우두머리를 새로 뽑는 날이다. 마을이 조용하다. 어제까지만 해도 마을알림을 시끄럽게 내보내더니 오늘만큼은 조용하다. 면사무소·군청·전남도청은 ‘스스로 찾아다니’면서 일하지 않고, ‘소리를 담은 알림말(녹음방송)’을 아침 낮 저녁으로 큰소리로 내보내기만 한다. 가만 보면, 나라지기·나라일꾼이 아닌, 심부름꾼·머슴이 아닌, 달삯쟁이에 책상물림이지 싶다. 서울(도시)에서는 골목집에서 살며 이웃살림을 헤아리는 벼슬꾼이나 글바치가 없고, 시골에서는 마을이나 숲에서 살며 논밭살림을 살피는 벼슬꾼이나 글바치가 없는 우리나라이다. 《꼬마 마녀》는 매우 사랑스럽다. 이렇게 줄거리를 짜서 어린이한테 들려줄 생각을 한 어른이라면 어질고 슬기롭다. 우리한테는 어떤 어른이 있는가? 아니, 이 나라에 어른이 있는가? 어른 시늉만 있지 않은가?


ㅅㄴㄹ


#OtfriedPreussler #WinnieGebhardtGayler #DiekleineHex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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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3.8.


《계몽사문고 55 비밀의 화원》

 버어넷 글/이규직 옮김, 계몽사, 1987.1.30.중판



오늘은 바람이 자고 햇볕이 따뜻하다. 뒤꼍 풀을 살피고 읍내마실을 한다. 겨울에도 나무는 나무이고, 봄에도 풀은 풀이다. 푸른별 곳곳에서 갖은 풀꽃나무가 피고 지면서 바람이 싱그럽고 빗물이 맑고 바다가 푸근하다. 서울(도시)은 없어도 된다. 나라지기나 벼슬아치나 글바치는 없어도 된다. 숲이 있을 노릇이고, 숲지기랑 숲아이랑 숲어른이 있으면 된다. 어린배움터(국민학교)를 다니던 무렵, 《계몽사문고 55 비밀의 화원》이 우리 집에 있었으나 그때에는 뭔 소리인지 잘 알아듣지 못했다. 그무렵 우리 집은 13평이고, 이웃집도 고만고만했고, 일고여덟 아이가 있는데 9평짜리 ‘기찻길 옆 한칸집’에 사는 동무도 있었다. 배움터에서는 ‘꽃밭돌봄이(꽃밭 당번)’나 ‘거위우리·닭우리·토끼우리 돌봄이’를 맡을 적에 무척 고되었고, 마당이나 꽃밭을 누리는 동무는 한둘밖에 없었다. 가멸찬(부자) 집을 보거나 누린 적이 없던 어린 나날 《비밀의 화원》을 어떻게 알겠는가. 시골에 깃들어 마당이랑 뒤꼍을 누리고 우리 나무를 돌보기에 비로소 ‘숲을 이루는 보금자리’일 적에 누구나 저마다 푸르게 빛나는 사랑길이자 살림길을 밝히는구나 하고 느낀다. 옛판을 헌책집에서 찾아내어 다시 읽었다. 우리 시골아이는 재미있다고 하는구나.


ㅅㄴㄹ


#TheSecretGarden #FrancesHodgsonBurne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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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3.7.


《형보다 커지고 싶어》

 스티븐 켈로그 글·그림/조세현 옮김, 비룡소, 2008.4.30.



아직 우리 집 개구리는 안 깨어난 듯하지만, 마을 곳곳에서 겨울잠을 깬 개구리가 호젓이 들려주는 을음소리가 가늘면서 길게 퍼진다. 우리 집 쑥하고 잣나물이 어느 만큼 오르는가 돌아보고, 봄까지꽃이 퍼지는 결을 살핀다. 옮겨심은 나무를 아침저녁으로 쓰다듬고, 우람나무 곁에서 바람을 쐰다. 《형보다 커지고 싶어》를 작은아이하고 두고두고 읽어 보았다. 작은아이는 키가 껑충 자라기를 바라지 않지만, 참 오래도록 “난 누나보다 못하잖아!” 하고 투덜대었다. 그림을 그릴 적에는 투덜대지만, 소꿉을 하거나 놀 적에는 스스로 ‘잘하는’ 결대로 투정 없이 히죽히죽 낄낄 헤헤 웃으면서 지낸다. 두 아이하고 하루쓰기를 여러 해째 함께하며 아이들 손놀림이나 아귀힘이 어느 만큼 자라는가를 지켜본다. 우리 집은 크기는 작을 수 있겠는데, 스스로 누리려는 마음을 어떻게 펴려는가에 따라 얼마든지 크거나 넉넉하게 가꿀 만하겠지. 언니보다 크면 즐거울까? 너보다 내가 더 챙기거나 누리거나 품으면 신날까? 너희보다 우리가 잘나거나 자랑스러워야 보람일까? ‘-보다’라는 토씨는 스스로 ‘보지’ 않는, ‘나보기’를 잊을 적에 붙인다고 느낀다. ‘-보다’가 아닌 ‘보다’로 나아가기에 누구나 싱그러이 큰다.


ㅅㄴㄹ


#MuchBiggerThanMartin #StevenKellog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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