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3.25.


《깡통유령, 용기가 필요해!》

 나카야 미와 글·그림/김난주 옮김, 웅진주니어, 2006.2.17.



어제는 먼지띠라면 오늘은 구름이다. 구름을 보고서 마음을 놓는다. “이 무시무시한 먼지띠를 씻어 주려고 모이는구나? 반가워. 그런데 하루만 미루고서 비를 뿌리면 어떻겠니?” 구름한테 속삭인다. 구름은 내 말을 들었을까? 다른 고장에서는 비가 세차게 내린다는데 우리 마을이며 고흥에서는 빗방울이 듣지 않았지 싶다. 바람은 억수로 분다. 먹구름이 엄청 빠르게 흐른다. 앵두꽃 하나둘 피어나고 매화나무는 흰꽃비를 쏟아낸다. 뒤꼍이 아닌 마당에 서도 흰꽃비냄새가 훅 퍼진다. 《깡통유령, 용기가 필요해!》를 오랜만에 되읽었다. 우리 집 아이들이 무척 어릴 적에는 하루에도 몇 벌씩 읽어 주었는데, 열다섯 열두 살에 이른 요즈음은 “아, 그 책?” 하고는 굳이 더 들여다볼 생각을 않는다. 그래, 쑥쑥 자라셨구나. 너희 숲노래 씨는 예나 이제나 그림책을 읽다가 눈물을 적시는데 말야. 우체국을 다녀온다. 등허리를 토닥이고서 저녁을 차린다. 달그락 뚝딱 그릇을 비우는 아이들한테 설거지를 맡기고 드러눕는다. 깨진 무릎이 쓰라리니 조금만 몸을 써도 온몸이 찌뿌둥하다. 무릎을 꿇고앉아서 등허리를 꼿꼿이 펴기를 즐기는 나날이었는데, 무릎이 깨져 무릎꿇기를 못 하니 이렇게 고단한 줄이야. 무릎을 살살 토닥이고 달랜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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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3.24.


《트럼프 대통령에 대비하라》

 김창준·김원식 글, 라온북, 2016.10.7.



어젯밤에는 마치 안개가 낀 듯하더니, 오늘 새벽부터 하늘을 살피자니 그저 뿌옇다. 안개 아닌 먼지띠로구나. 두멧시골마저 먼지띠로 뿌옇다면 서울은 얼마나 매캐할까. 그러나 하늘이 막힌 곳에서 살면 매캐한 바람을 안 느끼거나 못 느끼는 채 숨이 막히리라. 하늘이 트인 곳에서 살면 비로소 매캐한지 맑은지 가늠할 텐데, 갈수록 ‘하늘 트인 마당 있는 집’이 아닌 ‘하늘 가둔 빽빽하고 비싼 잿빛집’에 웅크리는 사람이 늘어난다. 어제랑 그제 써둔 책집노래를 몇 군데 책집으로 띄운다. 깨진 오른무릎은 아직 쓰라리다. 앉거나 서면 끙끙하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비하라》를 읽었다. 미국하고 우리나라 새뜸(언론)은 예나 이제나 ‘도널드 트럼프’를 ‘맛간 돈벌레 멍청이’로만 그리기 일쑤인데, 맛간 사람이 그이처럼 돈을 엄청나게 벌어들이고 건사할 수 있을까? 트럼프 집안은 미리맞기(예방주사)를 멀리한다. 돌봄터(병원)를 끊고 스스로 몸하고 마음을 다스린다.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도 미리맞기를 비롯해 ‘병의학 사슬(커넥션)’이 온누리를 얼마나 거짓으로 옥죄는가를 진작부터 파헤치고 알리는 길을 간다. 조각(사실)을 보고서 옳고그름을 따지느라 속내(진실)를 숱하게 놓치는 우리 얼굴을 돌아본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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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3.23.


《미쿠의 큐베 한약방 2》

 네무 요코 글·그림/노미영 옮김, 삼양출판사, 2020.12.24.



푹 자고 일어나서 우리 집 봄나무하고 봄풀을 돌아본다. 하늘빛을 가만히 품고 마당에서 살며시 춤을 추고는 다시 누워서 쉰다. 깨진 무릎이 찌릿찌릿하니 눕기도 앉기도 서기도 걷기도 버겁다. 눕다가 일어서다가 바람을 쐬는 사이에 우리 집 개구리 울음소리를 듣는다. 겨우내 폭 쉬고서 깨어났겠지? 《미쿠의 큐베 한약방 2》을 읽었다. 네무 요코 님 그림꽃책을 꽤나 오래 읽어 왔다고 느낀다. 이녘은 한결같이 짝사랑하고 풋사랑을 줄거리로 삼는다. 오래도록 한길을 걷는 사람은 누구나 끈질기다면 끈질기고 즐겁다면 즐겁게 제 꿈 하나를 바라보면서 노래한다고 느낀다. 나는 짝사랑이나 풋사랑 이야기가 재미있지 않다. 그저 마음이 흘러가는 결을 돌아보고, 마음결을 어떤 말씨로 담아내는지 살피고, 다 다른 사람들이 다 다른 곳에서 어떤 낱말을 골라서 삶을 그리는지 생각한다. 우리말꽃(국어사전)이라는 책을 쓰자면 스스로 안 즐기고 안 쳐다보는 곳이라 하더라도 그곳에서 쓰거나 다루는 말을 헤아리면서 살림빛으로 녹여내는 길을 갈무리해서 들려줄 노릇이니까. 꿈나라에서 하느작하느작한다. 이 아픈 몸이 나을 즈음에는 어떤 몸이 되고 싶은가 하고 스스로 묻는다. 신나게 앓아야겠지. 기쁘게 앓으며 새롭게 일어나야겠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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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3.22.


《두더지 잡기》

 마크 헤이머 글/황유천 옮김, 카라칼, 2021.12.23.



새벽에 일어나 어제 깨진 무릎을 물로 새로 헹구고서 들여다본다. 한동안 절뚝이로 살아야겠다고 느낀다. 웬만해서는 앓지도 다치지도 않는 몸이지만, 한판 앓거나 다칠 적에는 된통 치른다. 어제까지 장만한 책짐이 한가득이다. 등짐하고 꾸러미를 알맞게 나누어 남산골쉼터로 가서 길동무하고 이야기한다. 고흥으로 돌아갈 버스에 맞추어 자리에서 일어난다. 집으로 가는 버스에 타서 짐을 내려놓고서 이내 곯아떨어진다. 한참 꿈나라를 헤매고 나서 ‘곁말’을 책 하나로 여밀 적에 어떤 얼개를 잡으면 될까 하는 실마리를 비로소 찾는다. ‘풀꽃나무 동화’하고 ‘책집 동화’도 어떻게 가닥을 잡아 손볼는지 생각하고, ‘어원사전을 둘러싼 우리말수다’를 어떻게 짤는지 생각한다. 《두더지 잡기》를 조금씩 읽는다. 뜻있게 여민 책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옮김말은 몹시 아쉽다. 모든 글일꾼(작가·번역가·편집자)이 시골에서 살 수는 없다만, 숲이나 시골을 들려주는 글이나 책을 여미거나 다룰 글일꾼이라면 시골에서 살아야지 싶다. 시골빛하고 시골말은 서울에서 살면서 여밀 수 없다고 느낀다. 시골살이는 ‘머리’가 아니라 ‘마음을 담은 몸(손발)’으로 하니까. 흙빛도 흙냄새도 나지 않는 서울스런 말씨가 너무 차디차다.


#HowtoCatchaMole #AndFindYourselfinNature #MarcHamer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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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3.21.


《그대로 둔다》

 서정홍 글, 상추쌈, 2020.10.5.



새벽에 일어나 우리말꽃을 엮고 글을 쓴 다음, 아침나절에 천호동으로 건너간다. 두 군데 헌책집을 들를 생각이었으나 처음 깃든 〈현대헌책방〉에서 이 책 저 책 장만하다가 책값을 잔뜩 썼다. 버스를 타고 〈하우스서울〉로 건너가서 “늘 봄일 순 없지만” 그림잔치를 돌아본다. 이윽고 〈서울책보고〉로 넘어가서 ‘보이는 라디오’를 찍는다. 새책집을 놓고는 수다를 떠는 자리가 꽤 있다고 느끼나, 헌책집을 놓고는 수다를 떠는 자리가 아직 거의 없다고 느낀다. 예전부터 마을책집은 워낙 헌책집이었으니, 새책하고 헌책을 갈마들면서 ‘오래된 새빛’이나 ‘새로운 오래빛’을 나란히 살필 적에 비로소 책을 책으로 품으리라 느낀다. ‘책숲마실’을 이룬 책집수다를 마치고서 서울 이웃님 두 분을 연남동에서 뵙고서 또 명동으로 간다. 오늘은 어제랑 다른 길손집에 깃든다. 그런데 길손집 곁에서 미끄러지면서 엎어진다. 와장창. 깨진 무릎하고 까진 손가락을 보며 내가 바라볼 곳이 어디인가 하고 곰곰이 생각했다. 서울마실길에 챙긴 《그대로 둔다》를 되읽는다. 글님은 이제 아재를 넘어 할배가 될 테지. 꾸준히 노래(시)를 쓰실 생각이라면 ‘서울말(표준말)’ 아닌 시골말·삶말·숲말을 처음부터 새로 익히시면 좋겠다고 느낀다.


ㅅㄴㄹ


(뒷말 : 깨진 무릎은 보름을 간다. 된통 깨졌구나. 세이레를 더 지나야 아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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