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4.18.


《한국생활사박물관 10 조선생활관 2》

 편찬위원회 엮음, 사계절, 2004.2.6.



새벽에 아이들 배웅을 받으며 서울로 바깥일을 보러 간다. 바깥일에 앞서 먼저 신림동 〈새고서림〉을 찾아간다. 이 마을책집이 처음 열 적에 누리글집(인스타)으로 바로 알았으나 서울길에 영 발걸음하고 안 맞물려서 못 갔는데, 올해에는 다달이 강아랫마을로 바깥일이 있다 보니, 이래저래 길그림을 보니 먼저 들를 만하다고 느꼈다. 그런데 책집마실을 마치고 전철로 〈서울책보고〉로 가며 하루쓰기를 하다가 ‘잠실새내’에서 잘못 내렸다. 잘못 내리고서 “아니, 왜 내가 가야 할 곳이 안 보이지?” 하고 어리둥절하다가 “아, 나루(역) 이름을 잘못 봤네!” 하고 깨달았다. 바깥일을 마치고 하남 마을책집으로 가려 했는데 다시금 엉뚱한 길로 가는 전철을 타는 바람에 “또 잘못 탔구나. 이런! 시골내기란!” 하고 혼잣말을 했다. 일찌감치 길손집으로 깃들어 빨래를 하고 누웠다. 《한국생활사박물관 10 조선생활관 2》을 돌아본다. 틀림없이 뜻깊게 나온 꾸러미인 ‘한국생활사박물관’이지만, ‘생활사’란 ‘역사책에 이름이 안 남은 수수한 사람들 살림길’이어야 알맞을 텐데, 그만 임금님·벼슬아치·먹물꾼 발자취를 담는 틀에서 끝났다. 매우 아쉬웠다. 이제라도 ‘수수한 순이돌이 살림살이’를 담은 책으로 다시 내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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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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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4.17.


《아내의 시간》

 이안수 글·사진, 남해의봄날, 2021.11.30.



새벽하고 저녁·밤으로 소쩍새 노래를 듣는다. 스스로 삶걸음을 돌아보면, 스물아홉 살 무렵까지는 ‘새노래’보다는 ‘새소리’라는 말을 썼다. 그때까지는 인천·서울을 오가며 일터하고 책집에서 온하루를 보내었다. 그때에는 이웃 숨결인 멧새가 ‘소리’를 낸다고만 느꼈다면, 이오덕 어른 글을 갈무리하려고 충청살이를 할 즈음부터 “그래, 난 여태 ‘소리’만 드문드문 들었다면, 이제부터 ‘노래’를 듣는구나. 이오덕 어른이 《나무처럼 산처럼》이란 책을 써낸 밑넋을 알겠어.” 하고 생각했다. 이오덕 어른이 숨을 거둔 다음 나온 노래책(시집)을 보면 ‘딸(딸기)’ 이야기가 그득하다. 어쩌다 보는 들딸이나 멧딸이 아닌, 삶터에서 봄빛으로 맞이하는 딸빛이니 저절로 노래하고 사랑하면서 이 기쁨을 이녁 이웃한테 들려주고 싶으셨겠지. 저녁에 우리 책숲을 다녀오는 길에 하늘을 보며 빛무지개(오로라)를 보는 듯한 구름빛을 누린다. “벼리 씨, 보라 씨. 저 밤구름이야말로 빛무지개네!” 《아내의 시간》을 읽고서 한참 생각해 보았다. 뜻깊은 책이되 글님이 곁님 마음으로 스미지 못한 채 내놓았다고 느낀다. 글님은 아직도 곁님을 ‘이쁘게’만 보시더라. ‘이쁘게’가 아닌 ‘사랑스럽게’ 보시면 글도 빛꽃(사진)도 아주 다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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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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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4.16.


《케스―매와 소년》

 베리 하인즈 글/김태언 옮김, 녹색평론사, 1998.8.20.



어제 해놓은 빨래를 아침볕에 말린다. 잘 마르는 빨래를 보다가 이불을 꺼내어 펑펑 털고서 나란히 말린다. 이불을 말리는 곁에 누워서 볕을 쬔다. 내 몸도 말리자. 읍내를 다녀온다. 돌아오는 길에는 무를 한가득 장만해서 손질한다. 두 아이는 곁에 앉아서 신나게 깍둑썰기를 한다. 너희 손으로 돌보렴. 너희 손길로 가꾸렴. 너희 손빛으로 지으렴. 《케스―매와 소년》을 오랜만에 다시 편다. 꽤 예전에 읽었지. 열흘쯤 앞서 전주마실을 하며 〈잘 익은 언어들〉 지기님한테 이 책을 건네었다. ‘녹색평론사’에서 나온 책 가운데에는 바로 이 《케스―매와 소년》하고 ‘이시무레 미치코’ 님이 쓴 《신들의 마을》 두 가지를 읽으면 넉넉하다고 본다. 그러나 바로 이 두 가지 책은 그렇게 안 팔리고 안 읽히더라. 아이를 아이답게 돌보고 사랑하는 눈빛을 가꾸고픈 마음이라면 《케스―매와 소년》을 먼저 읽을 노릇이요, 마을이 어떻게 마을로 살아나는가를 헤아리고 싶은 마음이라면 《신들의 마을》을 먼저 읽으면 된다. 아이는 배움터(학교)를 갈 까닭이 없다. 아이는 집에서 어버이 사랑을 물려받으면 된다. 아이는 나라(사회·정부)에 이바지할 까닭이 없다. 아이는 스스로 숲으로 살아가며 동무하고 마을을 이루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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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4.15.


《말모이, 다시 쓰는 우리말 사전》

 말모이 편찬위원회, 시공사, 2021.2.11.



며칠 만에 해가 난다. 빨래를 늦은낮에 마쳤다. 뭐, 어떤가. 해거름에 바깥마루에 빨랫대를 펼쳐 놓고서, 이튿날 해가 반짝반짝하기를 바라면서 기다려도 된다. 아이들이 ‘외줄 기타(onr string guitar)’ 아저씨 노래를 즐긴다. 처음에는 시큰둥히 여겼으나 곰곰이 볼수록 재미난 아저씨라고 느낀다. 노래가 흐르는 집에서 나고자란 아저씨는 어릴 적부터 집안일을 하고 들일을 했는데, 둥지를 벗어난 닭이 옥수수알을 마구 쪼는 모습을 보며 허둥지둥하다가 이녁 어머니한테 외친 말을 그대로 살려 노래를 지었다지. ‘자메이카 삶노래(민요)’라고 할까. 그러면 오늘 우리는 어떤 삶노래를 부르는 하루일까? 우리한테 삶노래는 있을까? 짝사랑타령만 넘치지 않나? 《말모이, 다시 쓰는 우리말 사전》을 죽 읽으면서 한숨이 폭 나왔다. 아무리 그래도 ‘사전’이라고 하면 뜻풀이를 스스로 새로 붙여야 맞다. 뜻풀이를 스스로 새로 못 붙이겠으면 ‘사전’이란 이름을 치우자. 게다가 사투리(고장말)를 모은 꾸러미라지만, 할매할배가 아닌 먹물(지식인·문필가)이 그러모은 말마디이다 보니 영 거석하다. 뭔가 대단해 보이려고 애쓴 티는 나지만 나무한테 잘못을 빌고 싶다. 말은 모으기만 해서 끝이 아니다. 구슬 서 말도 꿰어야 빛난다 하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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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4.14.


《시리미로의 집》

 고미랑 글·그림, 고미랑, 2018.



찌뿌둥한 하늘이지만, 비는 더 뿌리지 않는다. 이제 시원히 뿌리고서 멎는구나 싶다. 하늘도 땅도 먼지를 씻어낸 기운이 맑게 흐른다. 이 맑은 하늘에 풀죽임물이나 붕붕질을 멈추면 참으로 아름답겠지. 하늘이 트이면 부릉이를 내려놓고서 걸으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맑게 흐르는 바람을 쐬면서 천천히 걸으면 얼마나 사랑스러울까? 자전거를 달렸다. 집으로 돌아와 다리를 쉬었다. 어디에 숨었나 하고 노래책(시집)을 하나 찾다가 아주 가까운 곳에 쌓아 두고서 못 본 줄 깨닫는다. 《시리미로의 집》을 보았다. 단출하게 엮어내면서 집 한 채하고 얽힌 살림길을 부드러이 펼친다. 조금 허전한 듯싶으나 이만큼으로 나쁘지 않다. 이야기를 더 붙여도 나았을 텐데, 글을 쓰고 그림을 담은 분이 더 느긋하게 삶자리를 헤아렸으면 조금 넉넉히 추슬렀겠지. 집은 틀림없이 자고 쉬는 곳이다. ‘자고 쉬고’로 집을 바라보면 너무 좁은눈 아니냐고도 하지만, ‘잠·쉼’이란 우리 삶에서 매우 큰자리이다. 안 자고 안 쉬면서 살아갈 수 있는가? 제대로 자고 쉬도록 가꾸는 데이니까 집이지. 누워서 땅바닥을 느끼고, 보꾹(천장)을 바라보는 얼굴은 지붕 너머 별을 그릴 수 있을 적에 비로소 ‘우리 보금자리’라고 여길 만하다. 곁에서 개구리가 노래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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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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