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3.30.


《크게 휘두르며 4》

 히구치 아사 글·그림/설은미 옮김, 학산문화사, 2005.9.25.



집안을 치운다. 먼지를 털고 쓸고닦는다. 한참 비질에 걸레질을 하고서 가만히 바람을 쐬며 쉰다. 오늘은 이만큼 치우기로 하고서 저녁에 별을 바라보고 잠든다. 이불을 마당에 내놓으며 햇볕을 쪼이면서 꽃내음을 듬뿍 맡았다. 나도 이불도 나란히 꽃내음으로 물든다. 이제 낮에는 마루닫이를 열어도 될 만한 날씨이다. 고흥은 아침해가 솟으면 제법 덥기까지 하다. 《크게 휘두르며》를 하나하나 읽으며 제법 잘 그렸다고 생각했는데, 걸음이 늘 적마다 어쩐지 샛길로 빠진다. 공치기(야구)를 다루는 그림꽃만 이러하지 않다. 다들 ‘꼭 이겨서 더 높은 자리로 오르는 길’을 바라보려 한다. 좀 못 하거나 어리숙한 모습이 나온다고 해서 나쁠 일이 없으며 재미없을 까닭이 없다. 오히려 ‘꼭 이길 사람(주인공)’을 그리려 하니 줄거리가 뒤틀리고, ‘이 판에서 이기면 더 센 쪽하고도 또 이기는 줄거리’로 나아가게 마련이라, 자꾸자꾸 엉클어진다. 공치기뿐 아니라 놀이(스포츠)를 제대로 담아낸 그림꽃은 퍽 드문데, 야마모토 오사무 님이 빚은 《머나먼 갑자원》만 한 책이 드물다. 틀(규칙)을 알려주고, 길(훈련법)을 보여주지 않아도 좋다. 왜 공 하나로 여럿이 한마음으로 만나서 어떤 삶을 이루려 하는가를 보여주어야 비로소 아름답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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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3.29.


《강재형의 말글살이》

 강재형 글, 기쁜하늘, 2018.5.17.



며칠 동안 핀 텃노랑민들레 넉 송이가 낮이 지날 즈음 꽃송이를 오므린다. 어제 핀 흰민들레 두 송이도 비슷한 즈음 꽃송이를 오므린다. 꽃가루받이를 마쳤을까. 오른무릎이 깨진 지 이레 만에 자전거를 달린다. 아직 덜 나아 무릎을 꿇고 앉으면 저리고, 깨진 자리에서 핏물이 나온다. 꽤나 크게 깨졌으니 보름은 흘러야 할 테지. 절뚝절뚝하면서 봄꽃내음을 맡고 봄풀을 쓰다듬는다. 《강재형의 말글살이》를 읽는다. 새뜸(방송국) 길잡이(아나운서)로 일하는 자리에서 바라보는 말글살이인 터라, 서울말(표준말)을 바탕으로 헤아린다고 할 만하다. ‘간절기·환절기’를 다룬 꼭지를 읽으며 ‘철갈이’처럼 아예 우리말로 쉽게 풀어내면 한결 낫겠다고 생각한다. 이러다 문득 서울은 서울말로 부산은 부산말로 광주는 광주말로 춘천은 춘천말로 새뜸(방송)을 펴면 참 재미있겠다고 생각한다. 배움터에서도 고장마다 제 고장말로 글을 엮으면 아주 재미나겠지. 고장말(사투리)로 말을 하거나 글을 쓰기에 못 알아보지 않는다. 누구나 처음에는 살짝 낯설 테지만 읽고 되읽으면서 다 알아차린다. 서울말만 쓰도록 하기에 너나없이 서울로 우글우글 몰리지 않을까? 고흥이나 영양이나 동해는 고흥말에 영양말에 동해말로 배움책을 엮으면 훌륭하리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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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3.28.


《개나리도 꽃, 사쿠라도 꽃》

 사기사와 메구무 글/최원호 옮김, 자유포럼, 1998.1.20.



어제는 텃노랑이 눈부시고, 오늘은 텃하양이 눈부시다. 민들레는 봄꽃 가운데 소담스러이 빛난다. 이 곁에서 꽃마리꽃이 나즈막하게 밝고, 냉이꽃이 한들한들 밝다. 잣나물꽃하고 봄까지꽃을 한 줄기씩 훑어서 혀에 얹는다. 살갈퀴에 잔뜩 달라붙는 진딧물을 본다. 넌 살갈퀴가 맛난 봄풀인 줄 아는구나. 읍내마실 다녀오는 시골버스는 때때로 시끄럽다. 처음 고흥에 깃든 2011년 무렵에는 할매할배 수다로 시끌벅적했다면 요새는 시골푸름이가 거친말을 잔뜩 섞은 수다로 시끄럽다. 예전에 보던 갓난쟁이가 이제 ‘막말을 실컷 펼 줄 아는(?)’ 푸름이로 제법 컸구나 싶은데, 이 아이들도 앞으로 서너 해 뒤면 더 볼 일이 없이 서울로 떠나겠지. 《개나리도 꽃, 사쿠라도 꽃》을 새로 읽었다. 예전에 읽을 적에도 이 나라(남녘)를 깊고 넓게 헤아리면서 따사로이 담아낸 글빛이었구나 싶었고, 2022년에도 이 책은 눈부시다. 앞으로 2040년에 이르러도 사기사와 메구무 님이 이 나라를 톺아본 눈길은 빛바래지 않겠다고 느낀다. 우리 민낯이며 속모습을 ‘나무라지 않고 포근히 어루만지는 손길’로 아름다이 담아내었다. 이렇게 여린 눈빛이자 손빛이기에, 이이는 이웃하고 동무가 아파하는 눈물을 온몸으로 녹이려 하다가 그만 스스로 숨을 끊었으리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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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3.27.


《성공과 좌절》

 노무현 글, 학고재, 2009.9.25.



며칠 앞서 쏟아지던 봄비는 그제부터 그치면서 바람이 조금씩 잦아들었고, 어제는 구름이 어마어마하게 흐르더니 오늘은 바람도 자고 해도 넉넉히 비춘다. 어제까지만 해도 잎만 푸르던 텃노랑민들레가 꽃송이를 둘 아침에 내놓는다. 매화나무는 꽃잎을 거의 떨구었고, 앵두나무는 이제부터 꽃송이를 터뜨린다. 하루 내내 멧새 노랫소리를 들으며 아늑하다. 《성공과 좌절》이 나온 지 열 몇 해이나 이제서야 읽는다. 2009년에는 그다지 읽고프지 않았다. ‘삼성장학금’을 받았으면 받았다고 털어놓고서 고개숙이면 된다. 한집안 사람들이 뒷짓을 일삼았으면 어떤 뒷짓인지 스스로 낱낱이 따져서 고스란히 밝히고 뉘우치면 된다. 사람들이 믿어주지 않는다는 둥, 새뜸(언론)이 나만 두들겨패려 한다는 둥, 이런 말은 굳이 안 해도 된다. 돈이 모자라서 어느 일을 못 한다 싶으면 돈이 어느 만큼 모자라다고 떳떳이 밝힐 노릇이다. 가난은 창피도 자랑도 아니다. 가난은 그저 가난이다. 가멸(부자)은 자랑도 창피도 아니다. 가멸(부자)도 그저 가멸이다. 목숨을 내려놓은 뒤에 나온 책이라 다른 사람이 “성공과 좌절”이라 이름을 붙였을는지 모르나, 그분 스스로 “성공과 좌절”이란 말을 자주 썼던데, 삶에는 성공도 좌절도 없이 삶만 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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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3.26.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글/김명남 옮김, 창비, 2016.1.20.



난 우리 딸아이한테 ‘웅크리라’고 말하거나 가르친 적이 아예 없고, 우리 아들아이한테도 ‘웅크리라’고 말하거나 가르친 적이 아예 없다. ‘모두(대중)’한테 뭉뚱그려서 말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푸른별은 밑바닥부터 천천히 거듭난다. 들풀이 피어나고 나무가 자라고 숲이 되듯, 아주 천천히 피어난다. 이른바 ‘진보·좌파’라 일컫거나 내세우는 사람들이 얼마나 ‘페미니스트’인지 생각해 보자. 순이가 손에 물을 안 묻히면 페미니스트인가? 집안일을 스스로 안 하고 ‘남(남자 노동자)’한테 맡기면 페미니스트인가?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는 나쁜책이 아니라고 느끼되, 아름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주의자’도 ‘니스트’도 될 까닭이 없다. ‘주의주장·이즘’이 아니라 ‘삶을 스스로 슬기롭게 생각하며 숲을 품는 사랑으로 오늘을 지으며 어깨동무’할 노릇이라고 본다. 우리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참사람’이 되어야 할 뿐 아닐까? ‘사랑’으로 살 노릇이고 ‘참사랑’으로 살아야 할 뿐 아닌가? ‘살림’을 할 일이요 ‘참살림’을 해야 할 뿐일 텐데? 돌이만 우글거려도 다 죽지만, 순이만 우글거려도 다 죽는다. 참빛으로 참사랑을 나누는 참살림을 바라보아야 다같이 노래하리라.


#WeShouldAllBeFeminists #ChimamandaNgoziAdichie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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