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2.4.19.

숨은책 664


《미국을 움직인 책들》

 로버트 B.다운스 글

 김도현 옮김

 화다

 1981.3.1



  몇 해마다 뽑기(선거)를 맞이합니다. 저는 ‘선거·투표’가 아닌 ‘뽑기’라는 낱말을 골라씁니다. 여태까지 지켜본 숱한 벼슬꾼(선출직 공무원)은 ‘뽑기날(선거일)’을 앞두고 온갖 말을 늘어놓다가 정작 뽑기날이 지난 뒤부터 입을 싹 씻거나 닫고는 아예 만날 수조차 없더군요. 고을빛을 가꾸는 길이 아닌 삽질(토목사업)에만 마음을 쏟는 벼슬꾼은 ‘글붓집 뽑기(문방구 뽑기)’하고 무엇이 다를까요? 2004년 《교과서가 죽인 책들》이 나온 적 있는데, 1981년에 진작 나온 《미국을 움직인 책들》을 되살린 판입니다. 이 책을 처음 옮긴 분은 《독서신문》이란 달책에 “Books That Changed the World”를 옮겨서 실었고, 책이름에 ‘미국’을 붙였어요. 미국사람은 ‘미국을 바꾼다’를 ‘온누리(세계)를 바꾼다’고 생각하거든요. 이 책에서 다루는 ‘나라를 바꾼 책’은 몇 가지 안 됩니다. 적어도 이 몇 가지쯤은 곁에 두어야 스스로 생각을 밝히거나 빛내거나 북돋우면서 집·마을·삶터·나라·푸른별을 고루 가꿀 만하다는 뜻입니다. 벼슬꾼으로 나선 나라지기(대통령)도 고을지기(지자체장)도 배움지기(교육감)도 좀처럼 책을 안 읽고, 책집마실도 안 다닙니다. 책조차 곁에 안 두는 분들이라면 ‘나라생각’을 안 하겠지요.


ㅅㄴㄹ

#BooksThatChangedtheWorld #RobertBinghamDowns


#미국을움직인책들 #로버트다운스

#뽑기 #지방선거 #선출직공무원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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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4.8.


《오리타타부 3》

 콘치키 글·그림/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21.5.31.



작은아이는 엊저녁에 집에 닿고부터 기운을 바로 차렸다. 훌륭하시지. 작은아이는 바깥에서 누리는 밥이 하나도 맛없다. 순천서 고흥으로 달리는 시외버스에서 “집에 가면 버섯 잔뜩 넣은 국을 끓여야지.” 하고 노래하더니, 참말로 집에서 짐을 풀고 발을 씻자마자 버섯국을 한솥 끓이셨다. “아, 맛있어!” 하는 작은아이는, 온누리에서 가장 맛있는 밥이란 ‘스스로 즐겁게 노래하며 지은 사랑밥’인 줄 온몸으로 안다. 사흘 동안 바깥을 다니느라 모과꽃을 못 훑었기에 그새 활짝 벌어진 꽃이 많다. 그러나 돌돌 만 꽃봉오리도 그득하다. 나무 곁에 서도 꽃내음에 젖고, 모과꽃을 따서 해바라기를 시키다가 저녁에 마루로 들여도 꽃내음에 잠긴다. 별이 가득한 우리 보금자리는 아늑하구나. 《오리타타부 3》을 읽었다. 넉걸음이 마지막인 줄 알지만, 차마 사고 싶지 않다. 석걸음도 한참 망설인 끝에 샀는데 “아, 재미없어!” 소리가 절로 나왔다. 자전거를 제대로 즐겁고 아름다이 사랑으로 담은 그림꽃책은 《내 마음속의 자전거》 하나뿐인가. 한글판은 더 안 나오기에 이따금 일본책을 샀는데, 일본판 《내 마음속의 자전거》를 차곡차곡 마저 장만하자고 생각한다. 그림이나 글로 자전거 모습을 옮긴대서 ‘자전거책’이 될 수는 없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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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4.7.


《바람과 물 3 도망치는 숲》

 김희진 엮음, 여해와함께, 2021.12.20.



전주 한옥마을에서 맞이한 새벽 두 시. 조용히 글을 갈무리한다. 네 시부터 소낙비가 듣는다. 빗소리가 상큼하다. 새벽 다섯 시에 이르니 빗소리가 걷힌다. 작은아이는 새근새근 꿈누리를 노닌다. 아침에 골목을 걸어 〈일신서점〉을 찾아간다. 그렇지만 11시에 맞추려고 곧장 택시를 타고 〈잘 익은 언어들〉로 달린다. 오늘 이곳 책집지기님한테서 듣는 이야기부터 ‘책숲이 말숲’이란 이름으로 살림수다를 담으려고 생각한다. 왜 전주 마을책집부터 살림수다를 담느냐 하면, 예전부터 전주·청주·진주 세 곳이 우리나라에서 빛나는 마을책집살림을 이루는 고장이라고 느꼈는데, 세 고장 가운데 전주가 가장 씩씩하다고 느낀다. 그제어제오늘 여러 일을 마치고서 칙폭이를 타자 작은아이가 바로 곯아떨어진다. 고마워. 사랑해. 《바람과 물 3 도망치는 숲》을 읽는다. 뜻은 안 나쁘지만 “도망치는 숲”이란 이름부터 걸린다. 숲이 달아나다니, 말이 되나? 사람이 숲한테서 달아나는 꼴 아닐까? 사람이 숲을 잊고 잃으면서 짓밟는 민낯 아닐까? 무엇보다 이 책은 ‘말이 매우 어렵’다. “바람과 물”이란 이름에 ‘숲’까지 붙이지만, 정작 바람말도 물말도 숲말도 아닐 뿐더러, 아이말도 어른말도 아니다. 그저 서울말에 먹물말에 갇혔더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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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4.5.


《엄마야 누나야》

 강정규 글·김종민 그림, 키위북스, 2021.10.1.



작은아이랑 일산마실을 한다. 넷이 함께 일산마실을 하려다가 두 사람은 고흥 보금자리를 지키기로 한다. 새벽바람으로 길을 나선다. 세 시부터 깨어 꼼지락뒤치락을 하던 작은아이는 드디어 서울에 닿아 내릴 즈음에 까무룩 잠든다. 진작 몸을 쉬어 주지 그랬니. 전철을 갈아타고 백석나루에서 내려 길손집부터 간다. 머스마인 작은아이를 길손집 일꾼이 ‘가시내’로 본 듯하다. 아주 어처구니없다. 이봐, 아버지하고 아들이거든? 장난이래도 함부로 나불거리지 말라고 쏘아붙이려다 말았는데, 쏘아붙여야 맞았겠다고 느낀다. 그림책 《하루거리》를 선보인 김휘훈 님을 만난다. 어린이책·그림책을 꾸준히 펴내는 곳에 셋이 함께 찾아가서 이야기를 듣고, 또 우리 이야기를 편다. 도시락을 사서 길손집으로 들어온다. 저녁에 《엄마야 누나야》를 찬찬히 읽는다. 몇 해 앞서 이웃님한테서 ‘갈대빗자루’ 이야기를 들었다. “존 놈을 베려면 깊은 데로 가야 하거든. 그래서 좀 아슬해.” “갈대빗자루 매기 좀 가르쳐 주셔요.” “옛날 일이라, 이제 생각이 안 나는데. 그땐 시켜서 하느라고 다 잊었어.” 우리는 옛어른한테서 어떤 빛을 살펴서 이어받을 만할까? 오늘 우리는 무엇을 잊고 잃으며 어디로 달력는 하루일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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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4.6.


《계간 동시먹는 달팽이 17호》

 이묘신·황수대 엮음, 동시먹는달팽이, 2022.3.15.



느긋이 연 새벽이다. 일산에서 아이들 할머니·할아버지·이모·이모부 아무한테도 말없이 움직인다. 전철로 대화역으로 가고서 33번 버스를 타고 김포로 건너간다. 김포 마을책집을 세 곳쯤 들르고서 전주로 가자고 생각했으나 〈책방 노랑〉만 아침에 일찍 여시는 듯하네. 〈노랑〉에서 느긋이 머물다가 전철을 타고 갈아타고 또 갈아타서 강남고속버스나루로. 이제 전주로 가는데 빠른길(고속도로)에서 부릉이끼리 부딪혔는지 한참 밀린다. 전주버스나루에 내리자마자 택시로 달려 〈물결서사〉에 닿으니 17시 41분. 19분을 누리고서 길손집으로 간다. 작은아이한테 묻는다. “저녁은 뭘 드시겠어요?” “음, 피자?” 길그림을 보고서 걸어갔는데 없다. 두리번거리니 다른 피자집이 후미진 골목 안쪽에 있는 듯하다. 후미진 골목에는 젊은이 둘이 담배를 꼬나문다. 작은아이는 흠칫해 하지만, 난 아랑곳않고 이들 사이로 걸어간다. 골목안 피자집은 뜻밖에 매우 넓고 시원하다. 《계간 동시먹는 달팽이 17호》를 읽었다. 이곳에 숲노래 노래꽃을 보내자고 생각한다. 노래도 꽃도 사라지면서 겉노래하고 겉꽃(조화)이 너울대는 오늘날이라고 느낀다. 흙을 잊은 곳에서는 나무가 잊히고, 풀꽃을 잃은 곳에서는 사랑을 잃는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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