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4.13.


《선생님, 반려동물과 함께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이유미 글, 홍윤표 그림, 철수와영희, 2022.3.21.



모과나무는 발갛게 꽃비를 베푼다. 보름 앞서는 매화나무가 꽃비이더니, 이제는 모과나무 꽃비로구나. 그리고 앵두나무도 꽃비를 베푼다. 앞으로 보름쯤 지나면 후박나무는 꽃망울비를 베풀겠지. ‘꽃망울비’란, 꽃이 피지 않고 떨어지는 꽃망울이 수북하게 쌓인다는 뜻이다. 며칠째 틈틈이 구멍바지 기우기를 한다. 바느질에 들이는 품을 생각하면서 새로 바지를 장만하면 품이 적게 들려나 어림하다가 다시 바느질을 한다. 틀림없이 새로 옷 한 벌 장만하는 길이 손쉬울 만할 테지만, 바늘에 실을 꿰고, 천을 바지에 대어 톡톡 덧입히는 일이 재미있다. 재미에 빠져 한참 살림놀이를 한다. 밤부터 비가 온다. 빗소리를 들으며 바느질을 내려놓고서 등허리를 편다. 《선생님, 반려동물과 함께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를 곰곰이 읽어 보았다. 난 이런 책을 쓸 생각을 해보지 않으나, 요즈막에 이러한 책이 쏟아진다. 곁짐승을 두고 싶은 아이들은 어떤 마음일까? 스스로 뛰놀 생각을 하지 않으면서 집에 두는 곁짐승이란 무엇일까? 왜 숲짐승이 숲에서 못 살고, 바다짐승이 바다에서 못 살며, 들짐승이 들에서 못 살고 잿빛집에서 먹이를 받으면서 살아야 할까? 숲이며 빈터를 내버려두지 않는 어른들은 아이한테 무엇을 물려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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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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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4.12.


《읽는 삶, 만드는 삶 : 책은 나를, 나는 책을》

 이현주 글, 유유, 2017.4.24.



지난밤부터 아침까지 안개가 짙다. 안개에 폭 안겨 뒤뜰을 거닐어 본다. 풀잎하고 나뭇잎마다 이슬이 함초롬히 앉는다. 비가 내리지 않더라도 이 이슬로 푸나무는 하루를 싱그러이 보내겠구나 싶다. 사람도 아침저녁으로 이슬을 머금으면 목마를 일이 없지 않을까? 자전거로 면소재지 우체국을 다녀오며 들판을 가르는 제비를 세어 본다. 꼭 열이다. 적어도 너무 적다. 그렇지만 이 열 마리가 이 마을에 돌아와 주었으니 얼마나 고마운가. 제비하고 참새가 가장 자주 잡는 먹이는 ‘거미’라고 하는데, 풀죽임물을 다들 허벌나게 쳐대니 제비도 참새도 거미잡이가 힘들다. 텃노랑민들레 동글씨를 또 훑었고, 저녁에는 바느질을 한다. 바느질을 조금만 하고 다른 일을 하려다가도, 그만 바느질에 내처 사로잡힌다. 뜨개질이며 바느질은 더없이 빛나는 마음씻기(명상)가 될 만하지 싶다. 《읽는 삶, 만드는 삶 : 책은 나를, 나는 책을》을 읽었다. 첫머리는 살몃 싱그럽더니, 이내 이야기가 길머리를 잃고, 어영부영 헤매다가 맺네. 이제는 누구나 마음껏 스스로 책노래를 부를 나날이지만, 펴냄터에서 너무 얕게 빠지면서 내는 책이 꽤 흘러넘친다고 느낀다. 책장사는 안 나쁘다. 장사만 하는 책에 홀리면 얄궂을 뿐. 모든 책이 숲에서 온 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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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4.11.


《쿠나》

 고레에다 히로카즈 글·오쓰카 이치오 그림/고향옥 옮김, 베틀북, 2022.3.15.



비가 올 듯 말 듯하다. 오늘은 큰아이랑 모과꽃송이를 훑는다. 우리 손에는 모과꽃내음이 물씬 밴다. 봄볕을 누리면서 꽃내음을 실컷 머금는다. 텃노랑민들레 동글씨를 둘 훑는다. 시골들을 가르는 제비를 보고서 시골버스를 타고서 읍내를 다녀온다. 읍내를 거닐 적에도 제비를 살핀다. 우리처럼 제비를 눈여겨보며 걷는다든지, 제비가 둥지에 깃들거나 전깃줄에 앉아서 노래할 적에 걸음을 멈추고 쳐다보는 이웃이 틀림없이 어디엔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쿠나》를 읽었다. 겉에 “세계적인 명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첫 그림책!”이라는 글씨를 굵게 붙인다. 잘 팔리기를 바라며 붙은 알림글이기는 하지만 창피하지 않을까? 안 창피하니까 이렇게 내세우겠지? ‘세계적인 명장’은 뭘까? 온누리에 이름을 드날리지 않으면 안 될까? 옮김말에서 “걷고 있는데·떨어져 있었어·걸려 있지 뭐야”처럼 끝없이 “-고 있다”란 일본옮김말씨가 거슬린다. “걷는데·떨어졌어·걸렸지 뭐야”가 우리말씨이다. 일본 이웃님은 이 그림책에서 ‘난쟁이’로 옮긴 대목이 아쉽다고 했다. 맞다. ‘쿠나’는 ‘난쟁이’가 아닌 ‘작은이’인걸. ‘작은숲이’처럼 이름을 새로 붙여도 어울리겠지. 숲 이야기를 그리거나 옮기려면 숲말을 쓸 노릇이다.


#是枝裕和 #大塚いちお #クー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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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4.10.


《IRENAND a Panoramic Vision》

 David Lyons 글·사진, Chartwell Books, 2005.



모과꽃송이를 훑다가 무당벌레를 본다. 오늘은 까마귀가 머리 위로 휙 지나간다. 우리를 못 보았거나, 보았기에 장난스레 날는지 모른다. 바깥마루 밑자락 돌틈에서 돋는 흰민들레가 씨앗을 맺는다. 아침에는 개구리 노래를 듣고, 낮에는 멧새 노래를 듣고, 저녁에는 풀벌레 노래를 듣는다. 오늘도 구름바다이다. 알고 보면 구름은 모두 바닷방울이니 ‘구름 = 바다’이지만, 하늘에서 새삼스레 물결치거나 구르는 ‘구름바다’라고 느낀다. 《IRENAND a Panoramic Vision》을 고맙게 읽었다. 어느 즈음에 어느 분이 이 빛꽃책을 장만해서 읽었을까? 이 빛꽃책을 장만하신 분은 얼마나 오래 이 책을 곁에 두었을까? 한 달 남짓 자리맡에 놓다가 우리 책숲으로 옮겨놓는다. 아일랜드는 얼핏 우리하고 퍽 멀다고 여길 만하지만, 들숲바다라든지 고인돌이라든지, 옛집이라든지, 노래를 헤아리면, 나란히 흐르거나 맞닿는 결이 꽤 깊지 싶다. ‘Cartoon Saloon’은 아일랜드 시골에 깃들어 그림꽃얘기(만화영화)를 빚는다. 〈WolfWalkers〉, 〈The Breadwinner〉, 〈The Song of the Sea〉, 〈The Secret of Kells〉 네 가지를 선보였다. 이 가운데 〈바다의 노래〉는 우리말로 나왔는데, 우리도 이제는 이런 이야기를 우리 손으로 그릴 때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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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4.9.


《오른손에 부엉이》

 다테나이 아키코 글·나카반 그림/정미애 옮김, 씨드북, 2021.6.23.



모과꽃송이를 훑는데 제비가 곧고 빠르게 하늘을 가른다. 온 하늘을 놀이터 삼듯 날다가 돌담이며 전깃줄에 내려앉아 여럿이 사이좋게 날개춤으로 노래하는 소리를 듣는다. 멧딸기꽃 사이로 흰민들레가 오른다. 옮긴 벚나무하고 뽕나무에 잎싹이 돋는다. 더욱 새롭게 기운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오른손에 부엉이》는 배움터 이야기를 그린다. 티격태격하고 따돌리기도 하고 끼리질을 하는 곳에서 아이들이 저희 나름대로 착하게 마음을 기울여서 어우러지는 모습을 들려준다. 곰곰이 보면 숱한 어린이글꽃은 이처럼 ‘고단한 배움터살이’를 글감으로 삼는다. 즐겁거나 신나거나 아름답게 피어나는 배움터살이를 담은 어린이글꽃이 있을까? ‘배움터(학교)도 삶터(사회)도 싸움터(전쟁터)’이니 어릴 적부터 단디 깨달으라는 뜻으로 글을 쓰고, 아이를 배움터에 밀어넣지는 않을까? 배움터를 줄일 노릇이고, 길잡이(교사)도 줄일 일이며, 벼슬터(공공기관)도 확 줄여야지 싶다. 나라(정부)가 굴러가는 밑힘은 모두 ‘공무원 아닌 스스로 살아가는 사람들’한테서 나오는데, 벼슬자리가 지나치게 많다. ‘버스·전철을 타거나 걷는 사람들’이 나라를 떠받치는데, ‘버스·전철을 안 타고 안 걷는 사람들’이 끔찍하도록 많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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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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