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5.3.


《나는 안동에 삽니다》

 김락종과 여섯 사람, 리윤익, 2021.11.14.



잠이 모자란 몸을 일으키고 씻는다. 아침나절에 면사무소에 간다. 가난살림(저소득층)에 이바지한다는 ‘희망 통장’을 알려준다고 한다. 4월에 넣는 일은 마감이고 가을에 넣어 준다면서 미리 글자락(신청서)을 받아놓겠다고 한다. 고마우면서 찜찜하다. 나라(정부)에서는 우리 집을 2007년부터 가난살림(차상위계층)으로 금을 매겼는데 이런 ‘희망 통장’이 있다는 얘기를 처음 들었고, 더구나 며칠 늦게 알려주며 4월 마감이 지났다고 하니까. 군수뽑기를 앞두고서 ‘여태 하나도 안 챙겨 주던 저소득층 복지혜택’을 슬그머니 챙기는 시늉을 하는 줄 뻔히 느낀다. 우체국에 갔더니 낮밥때라고 아예 닫아걸었다. 놀랐다. 시골 우체국이 낮밥때라며 닫다니! 여긴 서울이 아니라 시골이라고! 시골사람은 하루를 새벽 서너 시 무렵이면 여는데 벼슬집(관청)이 그때 여나? 자전거로 집으로 돌아와 시골버스로 다시 읍내로 가서 우체국에 들렀고, 집에 돌아와 쓰러진다. 《나는 안동에 삽니다》를 읽었다. 고흥에서 사는 사람이 “나는 고흥에 삽니다”란 책을 쓴다면 무슨 이야기를 담을까? ‘군수님 해바라기’를 실으려나, 속낯을 고스란히 실으려나? 안동을 사랑하는 이야기가 물씬 흐르는 하얀 책을 살살 쓰다듬는다. 안동마실을 그려 본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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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5.2.


《실수투성이 엄마 아빠지만 너를 사랑해》

 사토신 글·하지리 도시가도 그림/한귀숙 옮김, 키위북스, 2019.12.10.



포항에서 대구로 건너간다. 햇빛을 받으며 〈럼피우스의 책장〉으로 걸어간다. 골목길이 호젓한 곳에 반짝이듯 깃든 마을책집이로구나. 책집 앞을 걸어가는 푸름이가 문득 다리를 쉬려고 드나들면 즐거우리라 생각한다. 올해 5월에 새로 연다고 하는 〈북셀러 호재〉로 찾아간다. 살짝열기(가오픈)를 한다기에 들른다. 김광석거리 밤저자(야시장) 어귀라서 밤이면 둘레가 붐비고 시끄럽다는데 낮에는 그저 조용하다. 두류쉼터로 건너가서 대구에 사는 글동무를 만난다. 북적거리는 데에서 비껴 안쪽으로 걸어가니 꾀꼬리 노랫소리가 번진다. 얼마만인가. 반갑구나. 개구리처럼 꾀꼬리도 노랫소리로 이름을 붙인 우리 이웃이라고 느낀다. 고흥으로 돌아가려면 대구서 광주를 거쳐야 한다. 멀다. 버스때를 맞추려고 ‘더나은(프리미엄)’ 버스를 탄다. 1만 원 웃값이지만 참말로 더 낫네. 돌고돌아 집에 닿으니 한밤. 별잔치를 이룬 보금자리로 오고서야 기지개를 켠다. 아이들이 여태 안 자고 노셨네. 대구부터 들고 온 김밥을 한밤에 나란히 둘러앉아서 누린다. 《실수투성이 엄마 아빠지만 너를 사랑해》를 되새기며 잠자리에 든다. 잘못투성이란 엉성하거나 어설프다는 뜻. 어버이도 늘 새롭게 배운다. 아이한테서 배우기에 어버이란 이름을 얻는다.


ㅅㄴㄹ

#羽尻利門 #ごめんなさい #佐藤信 #サトシ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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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5.1.


《자연 낱말 수집》

 노인향 글, 자연과생태, 2022.4.21.



대구에서 포항으로 간다. 칙폭길은 가깝다. 오늘도 시내버스를 타고 포항을 누빈다. 시내버스는 넓다란 미닫이로 바깥을 둘러보면서 이 골목 저 길을 달리니 1250원이나 1350원으로, 때로는 1700원이나 2000원으로 누리는 ‘이웃마을구경’이라고 느낀다. ‘현대제철’ 앞에서 버스를 갈아타라고 해서 내리는데, 쇳가루가 확 번진다. 아, 어릴 적 인천에서 맡은 냄새를 여기서 새삼스레 맞이하네? 다음 버스를 기다리며 검은꽃을 본다. 쇳가루를 뒤집어쓰고도 빛나는 씀바귀란 얼마나 놀라운가. 쇳집(제철소) 앞에서 버스를 갈아타야 했기에 포항 한켠을 새록새록 느낀다. 〈지금책방〉에 깃든다. 오천에 사는 이웃님을 만난다. 느긋이 머물다가 〈달팽이책방〉으로 건너가서 노래잔치(동시전시)를 꾸민다.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누리고서 골목지짐집에 들어가 오랜만에 막걸리를 마신다. 오늘 길손집은 어제하고 달리 토막값만 받는다. 아리송하지만 고맙게 드러눕는다. 《자연 낱말 수집》을 읽었다. ‘숲말’을 살핀 꾸러미이다. 영어는 ‘내추럴’, 중국·일본말은 ‘자연’, 우리말은 ‘숲’이다. 이뿐이다. 낫거나 높은 말은 없이 저마다 다른 숨결이 서로 다른 낱말로 피어난다. 눈귀로만 마주할 적하고 늘 살며 마음으로 보는 말은 확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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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4.30.


《영어 잡학 사전》

 구경서 글, 길벗이지톡, 2017.1.16.



아침에 고흥읍으로 간다. 벌교읍으로 가는 시골버스를 탄다. 한 시간 남짓 달려서 벌교기차나루에 닿는다. 고흥·순천 사이를 오가는 시외버스가 일손을 놓아서(파업) 멀리 돈다. 한 시간 남짓 칙폭이를 기다린다. 진주에 닿아 진주 시내버스를 살피니, 언제 올 지 몰라 택시를 탄다. 자리를 옮기는 〈동훈서점〉으로 찾아간다. 칠암거룩집(성당) 앞 호젓한 골목에서 책빛을 편다. 예전 자리에 대면 매우 고즈넉하면서 사람들 발길도 잦다. 두고두고 이 터를 밝히는 마을책집으로 이어가기를 바라면서 대구로 건너가는데, 대구 길손집 일꾼이 틀림없이 텅 빈 이곳이 “꽉 찼다”는 뻔한 거짓말로 웃값을 받으려 한다. 그냥 토요일이라서 더 받겠다고 말하면 되는데 왜 거짓말을 할까? 《영어 잡학 사전》을 읽었다. 누구나 이녁 책에 ‘사전’이란 이름을 붙여도 되지만, 좀 너무하는구나 싶더라. 서울 강아랫마을에서 이름난 영어 길잡이라는 글님이라는데, ‘잡학’이라기보다 ‘slang’이라 해야 걸맞다고 느낀다. ‘뒷말’까지 안다면 우리말이건 영어이건 더 ‘잘’ 아는 길일는지 모른다면, 끼리말이나 꾼말에 앞서 삶말과 살림말과 사랑말과 숲말을 익히면서 새말을 찾도록 영어를 다루면 얼마나 빛나는 책이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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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4.29.


《밤 기차 여행》

 로버트 버레이 글·웬델 마이너 그림/민유리 옮김, 키위북스, 2020.1.20.



아침비를 맞이한다. 어제 풀죽임물 냄새로 온마을이 휩싸인다 싶더니, 하늘이 우리를 어여삐 여겨 빗줄기로 씻어 준다. 오늘도 후박나무 꽃망울비를 누린다. 바람이 불거나 비가 들면 투두둑 투두둑 소리를 내며 꽃망울비가 함께 내린다. 후박꽃망울을 빗자루로 한쪽으로 쓸다가 생각한다. ‘올해까지는 다시 흙으로 돌려주기만 했는데, 이듬해에는 채그릇에 담아 햇볕에 말려서 잎물(차)로 삼아 보자.’ 《밤 기차 여행》은 하루가 흐르는 결을 칙폭길에서 새롭게 맞이하면서 기지개를 켜는 마음을 들려준다. 바깥일을 보러 먼마실을 자주 다녀야 한다면 미닫이(창문) 바깥을 굳이 쳐다보지 않고 꿈나라로 갈는지 모르나, 바깥마실을 자주 다니더라도 늘 미닫이 바깥을 바라보면서 삶이 흐르는 눈부신 빛살을 누릴 수 있다. 납작길(지옥철·교통지옥)에 시달린다고 여기며 지겹다고 말할 수 있지만, 납작길이건 아늑길이건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며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뜨개질을 하거나 노래를 듣거나 종이접기를 하거나 그림을 그릴 수 있다. 둘레(사회)에 얽매일 수 있고, 둘레(환경)를 스스로 새마음이 되어 바꿀 수 있다. 어린이책이니 어린이만 봐야 한다고 여기는 눈이 있고, 어린이책이니 어린이부터 다같이 누린다고 여기는 눈빛이 있다.


#NightTrain #RobertBurleigh #WendellMinor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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