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2.25.


《입술을 열면》

김현 글, 창비, 2018.2.10.



  빨래터 물이끼를 걷어내는 날. 아이들은 아침부터 날이 덥다며 시원한 바다로 가야 하지 않느냐고 조잘조잘. 반바지 차림으로 물이끼를 걷는 아버지 곁에서 바짓단을 걷어올리고 함께 물이끼를 걷는 두 아이는 이제 놀이를 넘어 어엿한 일꾼이로구나 싶다. 두 아이가 기운차게 거들어 빨래터 치우기를 일찍 마친다. 담벼락에 셋이 걸터앉아 발을 말린다. 시집 《입술을 열면》을 편다. 김현 시인이 두 가지 책을 나란히 냈기에 어느 책을 고를까 하다가 시집으로 골랐는데, 반 즈음 읽는 동안 무슨 소리인지 거의 못 알아듣겠다. 아이들이 배고프다고 노래한다. 시집을 덮고 집으로 가서 밥을 짓는다. 잘 먹는 아이들을 뒤로 하고서 누리신문에 오른 글을 살피니 이녁이 시를 왜 이렇게 썼는가를 어림할 만한데, 문득 궁금하다. 고은 시집을 많이 낸 출판사는 바로 창비. 이 창비에서 시집을 낸 김현 시인. 고은 시인도 창비 출판사도 딱히 말이 없다. 오랫동안 글마을 막짓이나 막말을 한복판에서 지켜본 창비 출판사일 텐데, 한 손으로는 고은으로 장사하고, 다른 한 손으로는 김현으로 장사하는 셈일까. 오늘날 한국에서 글이란 책이란 글마을이란 책마을이란 무엇일까. 시골마을이나 숲마을이나 노래마을 이웃 가슴을 적실 입술은 언제 열 수 있을까.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 읽기 2018.2.24.


《명탐정 코난 1》

아오야마 고쇼 글·그림/이희정 옮김, 서울문화사, 1996.12.20.



  둘레에서 읽거나 좋아하는 분이 많은 《명탐정 코난》이지만 나는 아직 한 권도 안 들여다보았다. 오늘 비로소 첫째 권을 처음으로 펴 본다. 먼저 간기를 살피는데, 일본에서 1994년 한국에서 1996년에 나왔네. 아, 1996년 12월 20일 1쇄라. 이때는 내가 군대에서 비무장지대에서 비로소 벗어나 도솔산 대우선점이라는 외딴섬 같은 중대에 있다가 강원도로 들어왔다는 잠수함 때문에 매복이며 24시간 경계근무를 섰지. 아주 죽어났다. 1996년은, 또 1997년은, 이해에 나온 책을 거의 하나도 모른다. 이 만화책이 바로 이무렵에 나왔으니 나하고 참으로 동떨어졌구나. 첫째 권에 이어 둘째 권까지 읽는데, 줄거리에 군살이 적다. 그림결도 군더더기가 적으니 무척 쉽고 재미있게 볼 만하지 싶다. 널리 사랑받을 만한 까닭을 하나하나 느낀다. 옮김말도 썩 좋다. 아주 훌륭한 옮김말은 아니지만 이만 하면 어디인가. 낮에는 처마 밑 평상에 앉아 해바라기를 하며 만화책을 읽었다. 뒤꼍에 쑥이 조물조물 올라온다. 이레쯤 있으면 올해 첫쑥을 뜯어서 쑥지짐이를 하고 쑥국도 끓이겠네 싶다. 어제그제 잇달아 낮무지개를 보았으나 오늘은 못 본다. 그래도 하늘이며 구름이며 참으로 곱다. 저녁에는 별빛도 곱다. 아름다운 삼월이 거의 다 왔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 읽기 2018.2.23.


《황야의 헌책방》

모리오카 요시유키 글/송태욱 옮김, 한뼘책방, 2018.1.25.



  고흥읍에서 청정고흥연대 모임이 있다. 청정고흥연대에서는 벌써 백서른 날이 넘도록 고흥군청 앞에서 1인시위를 한다. 고흥군수가 숱한 반대를 무릅쓰면서 ‘경비행기 시험비행장 유치’를 한다면서 170억 원이 넘는 돈을 썼고, 앞으로 돈을 더 퍼부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재정자립도가 온나라에서 거의 밑바닥인데 그동안 쓴 돈이며 앞으로 쓸 돈이란 무엇일까. 이만 한 돈이면 농약이나 비닐 없이 참말 깨끗한 시골살림을 북돋우는 길을 폈으리라. 시골버스를 타고 읍내로 가는 길에 《황야의 헌책방》을 읽는다. 어제부터 읽는데 이야기가 쏙쏙 들어온다. 옮김말은 매우 어설프다. 일본 영어를 무늬만 한글로 옮긴 대목이 너무 많다. 글쓴이는 책을 좋아하고 책방이며 골목마실을 무척 즐기지 싶다. 지나온 발자국하고 맞물려 지나갈 발자국을 여러모로 사랑하지 싶다. 오래된 책으로 배우되 새로운 길을 걷고픈 꿈을 품으면서 살아가지 싶다. 3월 끝자락에 일본 간다 ‘책거리’로 이야기꽃을 펴려 마실을 하는데, 그때 ‘모리오카 책방’도 찾아갈 수 있으려나. 글쓴이가 일했던 곳이며 걸었던 길이며 드나든 책방 모습이 낱낱이 그림이 되어 머리에서 흐른다. 앞으로 한 달 뒤, 이 그림을 두 눈으로 볼 수 있구나.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 읽기 2018.2.22.


《승냥이 구의 부끄러운 비밀》

기무라 유이치 글·미야니시 다쓰야 그림/양선하 옮김, 효리원, 2009.10.15.



  아이들은 어버이 마음을 언제 읽을까? 어버이는 아이 마음을 언제 읽을까? 언제나처럼 밥을 짓고 빨래를 한다. 날마다 아이들하고 살을 맞댄다. 아침저녁으로 아이들 목소리를 듣고, 내 목소리를 들려준다. 우리는 예전에 서로 어떤 이음줄이 있었기에 오늘 이렇게 어버이하고 아이 사이로 하루를 누릴까? 그림책 《승냥이 구의 부끄러운 비밀》을 읽는다. 어미 잃은 새끼 승냥이를 암족제비가 건사해서 돌봤단다. 어린 승냥이는 어릴 적에는 어버이가 그저 족제비인 줄 알았으나 차츰 크는 동안 동무 승냥이한테서 놀림을 받았단다. 저만 어버이가 족제비였기 때문이란다. 어릴 적부터 길러 준 어버이는 승냥이한테 부끄러울까? 동무들이 놀려대는 소리에 스스로 마음을 제대로 세우지 못했기에 부끄러울까? 아이가 어버이 마음을 못 읽는 그림책을 마주할 때면, 언제나 풀개구리 옛이야기가 떠오른다. 어미 개구리가 하는 말은 꼬박꼬박 거꾸로 하던 풀개구리 옛이야기. 아직 철이 없기에 어버이가 곁을 떠나 혼자 남은 뒤에라야 깨달을까. 아직 철이 없어도 어버이가 곁에 있을 적에 깨닫기란 그렇게 어려울까? 어쩌면 우리는 모두 잃고 나서야 깨닫는지 모른다. 성추행·성폭력을 일삼은 문단·예술 권력자를 보라. 그들은 아직도 철이 없지 싶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 읽기 2018.2.21.


《클레오파트라의 꿈》

온다 리쿠 글/박정임 옮김, 너머, 2017.12.20.



  겉절이를 할 배추를 사러, 우체국에 들러 책숲집 지음이 이웃님한테 책을 부치러, 읍내마실을 간다. 작은아이는 기꺼이 따라나선다. 읍내 놀이터에서 땀을 빼고 짐돌이가 되어 준다. 배고 고프다는 작은아이를 이끌고 읍내 국수집에 들르는데, 이곳에서 내주는 모든 밥이며 국물이 맵다. 너무한다. 매운양념은 스스로 따로 넣도록 하면 되지 않나. 그러나 ‘배고프다는 핑계’로 오늘도 꾸역꾸역 먹었다. 엉터리로 나오는 밥은 밥값을 밥상에 올려놓고 그냥 나오기로 했으나, 막상 이렇게 못하네. 마음만 먹는다고 될 일이 아니다. 오늘은 소설책 《클레오파트라의 꿈》을 챙겨서 나왔다. 소설책을 읽을 적에는 몹시 망설인다. 나하고는 매우 안 맞는 얼거리라고 느낀다. 그런데 《클레오파트라의 꿈》을 읽다가, 가시내랑 사내마다 결이 다르다는 일본말 이야기에 자꾸 눈이 간다. 그렇구나. 일본말은 성별에 따라 쓰는 말씨가 다르구나. 가만히 보면 한국도 이와 같지 싶다. 얼핏 들으면 한국에서는 가시내랑 사내가 똑같은 결로 말하는 듯 여길 수 있으나, 곰곰이 따지면 서로 다르다. 외국사람이 쓰는 한국말을 들으면 이 대목이 또렷하다. 하긴. 어린이하고 어른도 말결이 다르고, 서울하고 시골도 말결이 다른데, 모든 사람이 다 다를 테지.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