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2.19.


《이치고다 씨 이야기 1》

 오자와 마리 글·그림/정효진 옮김, 학산문화사, 2010.10.25.



다시 낮볕은 포근하고 하늘은 맑고 바람은 싱그럽다. 해마다 포근한 겨울이 되는지 아닌지는 안 쳐다보기로 했다. 포근하면 포근한 대로 반기고, 얼어붙으면 얼어붙는 대로 즐기는 겨울을 맞이한다. 읍내를 다녀오는 해날(일요일)이다. 우리 집은 부릉이를 건사하지 않고 시골버스를 타기에, 시골버스에서 시골 푸름이를 스칠 적마다 이 아이들 입에서 쏟아져나오는 막말(욕)에 귀가 아프다. 푸른돌이도 푸른손이도 말끝마다 막말이다. 곁님하고 이 대목을 얘기해 보는데, “그 아이들은 아마 욕인 줄 모르고 그냥 입에 붙은 말 아닐까요?” 하는 말에 “아, 그렇겠네.” 하고 느꼈다. 어른이나 아이 모두 ‘식빵 굽기’를 늘 하는 우리나라인걸. 《이치고다 씨 이야기 1》를 새삼스레 읽었다. 홍성에 사는 이웃님 큰아이한테 건네고 싶어서 헌책을 어렵사리 장만했다. 그러나 여섯걸음 가운데 석걸음만 겨우 찾았다. 뭐, 석걸음이라도 ‘착하고 참한 그림꽃책’을 누릴 수 있기를 빈다. 오자와 마리 님 그림꽃책이 우리말로 다 나오지는 않았으나, 몇 가지 나온 책만 보아도 이토록 ‘착한 이야기·그림·말’을 담을 수 있나 싶어 늘 놀란다. 누리그림꽃(웹툰)이 그렇게 잘 팔리고 돈이 된다는데, 우리나라 누리그림꽃을 보면 숨이 막히고 끔찍하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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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2.18.


《해님우산, 비우산, 구름우산》

 사토 마도카 글·히가시 치카라 그림/한귀숙 옮김, 키위북스, 2017.10.20.



어제는 살얼음이 끼었다. 오늘은 꽝꽝얼음이다. 작은아이가 매우 반긴다. “아버지 봐요. 얼음이에요.” 빙글빙글 웃는 작은아이는 호미로 얼음을 콕콕 깨고는 하늘로 휘휘 던진다. 얼음은 마당으로 떨어지며 철퍽 소리로 부서진다. 해가 높이 오르자 눈발은 그치고 햇볕이 다시 퍼지면서 포근하다. 요새는 바람이 불거나 눈발이 날리면 하루 사이에 온갖 날씨를 다 만난다. 하루 사이에 봄여름가을겨울이 휙휙 춤춘달까. 《해님우산, 비우산, 구름우산》을 읽은 큰아이한테 “재미있었니?” 하고 물으니 “응.” 한다. “어떻게 느꼈어?” “음, 좋았어.” 뭐가 좋은지 말해야지. 다만, 옮김말에 더 마음을 기울여 어린이 눈높이로 가다듬으면 좋을 테고, 우리말씨가 아닌 대목도 손질한다면 참으로 아름다우리라. 《신기한 우산가게》라는 그림책은 어린 돼지가 숲에서 겪는 하루를 짚으며 생각을 북돋운다면, 《해님우산, 비우산, 구름우산》은 마을 한켠에서 어린이가 동무랑 겪는 여러 날을 짚으며 생각을 살찌운다. 일본 어린이책은 숲하고 마을 사이를 홀가분히 오간다. 우리 어린이책은 아직 숲하고 너무 먼데다, 마을에조차 깃들지 못한다. 어른이라는 글님·그림님이 죄다 시골도 숲도 마을도 아닌 잿빛집(아파트)에서 살기 때문일 수 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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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21.12.17.


《소록도의 마리안느와 마가렛》

 성기영 글, 예담, 2017.3.3.



책이 나온 지 한 해 조금 지난 ‘2018.5.14.’에 8벌을 찍은 《소록도의 마리안느와 마가렛》을 읽었다. 소록도 이야기를 다루었기에 장만했다. 내가 고흥에서 사니까. ‘마리안느’하고 ‘마가렛’에 ㅁ(M) 이름인 분이 더 있어서 ‘3ㅁ(3M)’이었다는데, 이 세 분은 더욱 낮게 찾아들어 조용히 이바지하는 돌봄이(간호사)로 삶을 마감하려 했단다. 누가 보람(상)을 주면 안 받았고, 글바치(기자)가 찾아오면 손사래치거나 달아났다고 한다. “나(마리안느·마가렛)를 다루지 말고, 둘레 이웃을 다루라”고 그렇게 밝힌 오스트리아 이웃님이라는데, 굳이 이렇게 책을 써야 했을까 하고 생각하며 덮었다. ‘2M’이 오스트리아로 돌아간 뒤인 2016년부터부터 고흥군(박병종·송귀근)은 “마리안느와 마가렛 노벨평화상 추천운동”을 벌인다. 참 끔찍하다. 두 분이 ‘가장 낮은 소록도 한센인병원에서 몸바친 삶을 기리며 노벨평화상을 받을 만하다’고 여길 수 있으나, 두 분은 여태 모든 보람(상)을 손사래쳤을 뿐 아니라, 나라(박정희·전두환·김대중)에서 준 보람을 모두 불태우고서 오스트리아로 떠났다. 싸락눈이 흩날린다. 바람이 분다. 다시 해가 난다. 밤에는 별이 빛난다. 별빛한테 노벨평화상을 줄 수 있니? 봄꽃한테 노벨평화상이 뜻있니?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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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21.12.16.


《소중한 것들이 가만가만 말을 건다》

 김화숙 글·이도담 그림, 이새, 2020.8.15.



새벽비를 본다. 오늘 새벽비는 포근하다. 마치 겨울이 스러지고 봄을 맞이하는 비 같다. 한겨울에도 이렇게 포근한 비가 오는구나 하고 생각하며 마당을 살피니, 겨울 새벽비를 머금으며 봄풀이 올라오려 한다. 겨울자전거를 타고 면소재지 우체국을 다녀온다. 문득 ‘겨울자전거’라고 적어 본다. 구태여 띄어쓰기를 갈라서 ‘겨울 자전거’라 하고 싶지 않다. 새롭게 그리고 싶은 마음이라면 얼마든지 새말을 누구나 짓거나 엮으면 된다. 여름자전거는 땡볕을 신나게 먹으면서 까무잡잡하게 빛나는 길이다. 겨울자전거는 찬바람을 실컷 먹으면서 꽁꽁 얼어붙는 길이다. 다만 오늘은 겨울비가 포근했기에 맨손으로 달려도 안 시리다. 《소중한 것들이 가만가만 말을 건다》를 읽었다. 글님은 스스로 몹시 아픈 나날을 보내야 하면서 무엇이 빛나는가(소중한가)를 새록새록 느꼈다고 밝힌다. 적잖은 분들은 아프거나 슬프거나 괴로울 적에 그만 수렁에만 갇힐 뿐, ‘빛나는 아픔·슬픔·괴로움’을 놓치더라. 아프고 슬프고 괴로워서 빛나기에 비로소 ‘이웃사랑·동무사랑’이 싹튼다. 권정생 할배는 늘 “나 대신 아파 주면 좋겠어요”란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스스로 아파 보지 않고서야 아픔이 뭔지 터럭만큼도 종잡지 못하기에 ‘사람’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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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2.15.


《결혼식에 간 훌리안》

 제시카 러브 글·그림/신형건 옮김, 보물창고, 2021.5.10.



마을빨래터이자 아랫샘터를 파헤쳐 놓은 모습을 본다. 할매 여럿은 “보기좋게 바꿀라고 할랑가 봅디다.” 하고 말씀하지만, ‘보기좋게’가 뭘까? 박정희 새마을바람이 바로 ‘보기좋게’ 아니었나? 모든 시골집 풀지붕을 끌어내려 슬레트(석면)를 올리라 했고, 돈 좀 있으면 흙기와를 치우고 잿빛기와(시멘트기와)로 바꾸도록 했으며, 흙길을 잿빛길(시멘트길)로 바꾼 그들이다. 서울사람·벼슬아치 눈으로 ‘보기좋게 = 잿빛(시멘트)’이다. 큰아이하고 읍내 커피집을 다녀온다. 시끌벅적한 단골가게는 더는 안 가고 호젓한 가게로 간다. 수다도 노래도 시끄러운 곳에서 받는 커피콩보다 상냥하면서 조용한 곳에서 받는 커피콩이 우리한테 어울리리라. 집으로 돌아오니 어둑살이 낀다. 곧 해가 진다. 별바라기로 하루를 마감한다. 《결혼식에 간 훌리안》을 올봄부터 거듭 보았다. 즐겁고 재미나게 누리는 꽃잔치를 그린다. 그래, ‘꽃잔치’이다. 누구나 서로 꽃이 되는 잔치이다. 누구나 서로 늘 아름답고 빛나면서 즐겁게 나누는 잔치이다. 꽃은 꽃일 뿐, 더 고운 꽃이나 못난 꽃이 없다. 꽃은 늘 꽃일 뿐, 하얗거나 빨갛거나 파랗거나 노랗기에 한결 빛나지 않는다. 풀잎처럼 푸른꽃도 새롭게 빛난다. 줄거리를 ‘무지개’로만 안 가두기를 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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