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2.28.


《아빠를 빌려줘》

 허정윤 글·조원희 그림, 한솔수북, 2021.11.10.



보일러 기름을 넣는다. 1리터에 1050원이니, 300리터를 넣으며 꽤 나간다. 이른바 ‘차상위계층’은 ‘난방비 지원’이 있다고 하지만 ‘도시가스 들어오는 서울’ 얘기이다. 시골집에 무슨 도시가스가 들어오나? 큰고장에도 가난집에는 도시가스가 아직 안 들어오는 데가 제법 있다. 다시 말하자면, 벼슬꾼(공무원)이 가난집에서 가난하게 안 살고, 시골집에서 안 살기에 ‘빈곤층 난방비 지원’ 같은 틀을 세워도 막상 여러 해 동안 한 푼조차 못 받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벼슬꾼 가운데 이러한 이바지돈(지원금)을 빼돌리는 이가 없을까? ‘도시가스비 지원’이 아닌 그냥 맞돈으로 주어야 기름을 넣으면서 값을 대지 않나? 《아빠를 빌려줘》를 읽었다. 다시 읽어 보면서 생각에 잠긴다. 아버지를 일찍 여읜 아이는 ‘없는 자리’가 늘 보이겠지. 할머니 할아버지가 곁에 없는 어린 날을 보내는 동안 ‘할머니 할아버지 자랑’을 하는 동무가 들려주는 말을 듣기가 쉽지 않았다. 어머니 아버지 빈자리를 놓고 동무가 들려주는 말이나 보이는 모습은 아이한테 묵직하리라. 그러나 없기에 허전하지는 않다. 없기에 이 자리를 새롭게 채운다. 서로 한결 깊이 사랑으로 가는 마음을 고요히 돌아보면서 새긴다. 스스로 놀며 스스로 튼튼하게 자란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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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2.27.


《다자이 오사무 서한집》

 다자이 오사무 글/정수윤 옮김, 읻다, 2020.10.19.



고흥 갯벌을 메운 논밭에 고흥군·국방부는 ‘무인군사드론시험장’을 밀어붙였고, 이를 막으려는 들빛물결은 막혔다. 군청·국방부가 바라는 대로 ‘무인군사드론시험장’은 이 시골에 들어설 테고, 이를 모르는 고흥사람도 순천사람도 전라사람도 수두룩하다. 다들 남일이다. 아니 ‘무인군사드론’하고 ‘비행시험장’이 뭔지 쳐다볼 마음이 없더라. 나라지기는 몇 해 사이에 햇볕판(태양광)을 허벌나게 심도록 돈다발을 뿌렸고, 고흥 해창만 바다에 ‘해상 태양광’이 무시무시하게 섰다. 환경단체·녹색당·정의당 모두 입을 다문다. ‘해상 태양광’은 햇볕판으로 끝이 아니다. 빛줄(전깃줄)을 큰고장까지 잇자면 번쩍대(송전탑)를 엄청나게 박아야 하지. 돈(보상금)을 받은 시골사람은 뒤늦게 큰일이 났다고 아우성이지만, 참말 모르셨을까? 이 모두 함께 맞서려고 애쓴, 동강면 멧골집에서 사는 아저씨한테 찾아간다. 아저씨네에 있는 너럭바위에 앉아 바람을 쐬고 나무를 보고서 집으로 돌아왔다. 《다자이 오사무 서한집》을 읽었다. 글바치는 무슨 목소리를 내는 사람일까? 돈이 될 글을 쓰기에 글바치인가? 돈·이름에 따라 이쪽저쪽에 줄을 대어 허수아비 노릇을 해도 글바치일까? 시골에서 살며 숱한 글바치 민낯을 아주 또렷하게 느낀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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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2.26.


《모던인천 시리즈 1 조감도와 사진으로 보는 1930년대》

 김용하·도미이 마사노리·도다 이쿠코 엮음, 토향, 2017.8.15.



바람이 잠든 추위로 바뀐다. 바람이 휘몰아치면 엄청나게 추웠을는지 모르나, 바람이 잠들어 주니 손발낯이 얼어붙는다 싶어도 그렇게까지는 안 춥다. 얼음은 더 두껍다. 바깥물도 언다. 그러나 걱정스럽지 않다. 곧 추위가 사그라들어 포근볕이 찾아올 줄 아니까. 별빛은 오늘도 밝다. 첫봄부터 한가을까지는 풀꽃나무를 지켜보는 나날이라면, 늦가을에는 구름밭을 바라보고, 겨울에는 별을 그리는 밤이로구나 싶다. 한겨울은 해가 일찍 떨어지니 예닐곱 시만 되어도 별바라기를 하고, 여덟아홉 시면 별빛물결이요, 열열한 시에는 미리내가 너울거린다. 우리가 날마다 미리내를 보는 밤빛을 누린다면 생각을 얼마나 환하게 틔울까? 날마다 풀꽃빛도 별빛도 등지는 터에서 살기에 생각이 갇히거나 막히는 삶 아닐까? 《모던인천 시리즈 1 조감도와 사진으로 보는 1930년대》는 총칼로 짓밟히던 무렵 인천 곳곳에 서던 일본집을 하나씩 짚으면서 1930해무렵(년대)을 짚는다. 엮은이가 집짓기(건축)하고 얽힌 일을 하는 일본사람이기에 ‘일본집’을 눈여겨보기도 하겠으나, ‘관광도시 인천’으로 돈벌이를 꾀하는 벼슬아치(공무원)하고 글바치(작가·지식인)도 일본집만 쳐다본다. 골목을 이룬 수수한 사람들 살림집을 눈여겨보는 이는 아직도 아주 적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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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2.25.


《크리스마스트리》

 미셸 게 글·그림/강경화 옮김, 시공주니어, 2002.11.25.



밤부터 바람이 휭휭. 낮에도 바람이 휭휭. 겨울이 겨울답도록 새삼스레 추위가 닥치는구나. 한 해 내내 빛날(생일)로 여기고, 언제나 꽃날(기념일)로 삼으니, 12월 25일이라고 해서 다를 일이 없다. 빛나고 꽃다운 삼백예순닷새 가운데 하루이다. 바람을 실컷 마시고서 다시 맞이하는 저녁에는 별이 쏟아지는 하늘을 누린다. 별이 돋으면 슬금슬금 아이들한테 다가가서 묻는다. “별 보러 걷지 않을래?” 여름에 만나는 여름별, 겨울에 마주하는 겨울별, 봄가을에 어우러지는 봄가을별은 늘 새롭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푸른별도 스스로 돌기에 가만히 보는 별길은 천천히 흐르는 빛줄기이다. 《크리스마스트리》는 어머니하고 딸이 상냥하면서 오붓이 짓는 살림길을 들려준다. 굳이 아버지를 안 그렸을 수 있지만, 꼭 다 그려야 하지 않지. 어이딸 살림길도, 어비딸 살림빛도, 어이아들 살림꽃도, 어비아들 살림노래도 아름답다. 섣달꽃(크리스마스)을 기리거나 반기는 그림책이기에 뭘 주고받는 얼거리나 ‘산타’를 보여주어야 하지 않는다. 아이가 스스로 숲에 들어가서 나무를 베거나 얻어서 집까지 실어나르는 줄거리로도 알차다. 스스로 사랑하기에 스스로 빛나고, 스스로 짓기에 스스로 즐겁고, 스스로 꿈꾸기에 스스로 춤추며 노래한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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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2.24.


《영등할망 제주에 오다》

 이승원 글·그림, 한림출판사, 2021.11.5.



작은아이하고 순천마실을 한다. 읍내 우체국에 먼저 들렀고, 순천으로 가는 버스때에 맞추어 바지런히 걸었다. 사람들이 돌림앓이로 두려움하고 걱정을 흩뿌리기 앞서는 곧잘 순천마실을 했다만, 요새는 뜸했다. 틈새두기도 미리맞기도 엄청난 호들갑인 줄 알아차리는 이웃이 늘지만, 먹고살아야 한다는 말을 앞세워 나라가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하다. 으뜸길(헌법)하고 어긋날 뿐 아니라 사람길(인권)을 깡그리 짓밟는데, 목소리를 안 내고 그저 숨죽이고 구경하는 판이다. 참소리를 내는 글바치나 길잡이는 어디 있는가? 어느새 박정희·전두환 때처럼 ‘국민신고 + 허수아비 + 갈라치기’가 춤춘다. 《영등할망 제주에 오다》를 읽고서 두 달쯤 책상맡에 두었다. 땀흘려 일군 그림책인 줄 느끼면서도 여러모로 아쉽다. ‘인문지식백과’ 같은 그림책이 아닌, ‘이웃이 조곤조곤 일구는 마을이랑 어깨동무하는’ 그림책으로 길을 잡으면 어땠을까? 어버이가 아이랑 제주마실을 하는 틀로 ‘이곳은 어떻고 저곳은 저떻고’ 하고 풀이하는 줄거리는 나쁘지 않되, 그저 가만히 바람을 쐬고 나무 곁에 서고 바다랑 한몸이 되고 구름을 타고 노니는 하루를 살며시 담으면 아름다웠으리라 생각한다. 삶은 삶일 뿐 역사도 문화도 인문도 예술도 아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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