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3.


《대마와 대마초》

 노의현, 소동, 2021.1.1.



조금씩 하면 될 일을 한꺼번에 하면서 잘 안 된다면서 툴툴거리는 큰아이를 본 곁님이 여러모로 타이른다. 한꺼번에 하기가 나쁠 일은 없다. 한꺼번에 하면서 툴툴거리려면 구태여 할 까닭이 없을 뿐이다. 한꺼번이든 조금이든 ‘하기’라는 대목에서 같다. 우리는 늘 ‘하는’ 줄 알고 느끼면 넉넉하다. 하다가 쉬든, 몰아서 하든, 즐거이 노래하면서 하기에 스스로 빛난다. 툴툴순이 곁에 앉아서 슬슬 토닥이면서 조금만 치우자고 하다가 어느새 바닥을 쓸고닦고 이불을 널어서 털고 말리고 집안을 크게 뒤집는다. 뭐, 가볍게 놀이를 하듯 벌이다가 다같이 우르르 춤추듯 새해맞이 치우기를 하는 셈이다. 《대마와 대마초》를 아껴 가면서 읽다가 ‘모시’ 이야기를 읽고 고개를 끄덕인다. 모시도 삼하고 비슷한 갈래였구나. 우리 겨레는 예부터 모시이든 삼이든 줄기로 옷을 삼고, 잎으로 밥을 삼았다. 어라, 그러고 보니 ‘삼(삼풀·삼꽃)’이라는 풀이름에서 ‘삼·다’라는 말이 태어났을까? ‘삼’이란 낱말은 마땅히 ‘사-’ 갈래 낱말이다. ‘살다·사랑·사람’하고 맞물린다. 삼이라는 풀을 한자로 옮겨 ‘대마’인데, 모시이든 삼이든 손수 가꾸어 지은 살림을 나쁘다고 가로막은 나라(정부)한테 틀림없이 꿍셈이 있을밖에 없다고 느낀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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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2.


《그리운 네안데르탈》

 최종천 글, 상상인, 2021.7.23.



포근한 낮이다. 한겨울로 접어들수록 찬바람을 몸이 잘 맞아들이고, 조금만 폭하더라도 깡똥바지를 입고서 볕바라기를 누린다. 부엌 미닫이를 활짝 열고서 미역떡국을 끓인다. 우리는 우리 집 미역국에 떡국을 누린다. 드시는 집님 입맛에 맞추어 조금씩 가다듬는 살림이다. 이 집맛은 곁님하고 내가 저마다 다른 어버이한테서 물려받고서 스스로 다듬으면서 오늘에 이르고, 앞으로 아이들이 새롭게 추스르면서 새삼스러운 집맛으로 피어나겠지요. 저녁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본다. 찬바람이 훑고 지나간 밤하늘은 더 눈부시다. 별빛으로 흐뭇하고 별잔치를 누리면서 고요하다. 《그리운 네안데르탈》은 노래님이 마을 아이들하고 마주하면서 나눈 말이랑 생각을 옮겼다고 한다. 어린이 흉내를 내는 동시가 꽤 오래 판쳤다. 슬기로운 어버이나 어른은 먼먼 옛날부터 어린이 흉내를 안 냈다. 이른바 동심천사주의란 이름인 어린이 흉내는 윤석중한테서 비롯했고, 총칼을 앞세운 일본뿐 아니라 박정희·전두환을 거치며 쫙 뻗었고, 오늘날에도 휘감는다. 아이들하고 말을 섞고, 아이들 마음을 사랑으로 읽으면 ‘동심천사주의라는 겉발림’이 아닌 ‘어린이랑 노래하는 이야기꽃’을 사랑으로 엮기 마련이다. 아이가 모른다고 여기는 어른이야말로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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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1.


《한그루 열두 가지》

 박정미 글·김기란 그림, 책읽는수요일, 2021.12.30.



한 해가 넘어간다. 지난 해끝하고 올 첫날은 조용하다. 해마다 설·한가위하고 첫날에는, 서울에서 찾아온 아이들이 불꽃놀이를 한다고 시끄러웠으나, 오늘만큼은 조용하다. 왜 시골을 시골답게 누릴 생각을 않고 밤에 불꽃을 펑펑 터뜨리며 놀래킬까. 서울·시골·숲이 어떠한 터인지 배운 적이 없는 탓일 테지. 책으로 읽거나 그림으로 보더라도 삶으로 맞이하지 않거나 살림을 가꾸지 않으면 모른다. 《한그루 열두 가지》를 어제 읽었다. 지난해에는 전북 순창 〈책방 밭〉에 찾아가지 못했네. 새해에는 순창마실을 하자. 혼자 나설까, 작은아이랑 나설까, 큰아이랑 나설까, 나란히 나설까. 언제쯤이 어울릴까. 이태 동안 돌림앓이판이라며 어수선하기에 섣불리 아이를 이끌고 찾아가기는 어렵다고 본다. 걱정바람이 아닌 노래바람이 일렁이도록 마음을 모으다가 문득 길을 나서자고 생각한다. ‘그루’란 낱말은 논밭살림에서 두루 쓴다. 나무를 세는 이름도 ‘그루’인데, 서울사람이 꾀하는 돈살림 가운데 ‘주식·주(株式·株)’도 우리말로는 ‘그루’이다. ‘주식회사 → 그루두레·그루일터’인 셈이다. 모든 삶은 숲에서 비롯했고, 모든 말은 숲에서 태어났다. 모든 사랑은 숲에서 푸르고, 모든 사람은 숲에서 빛난다. 숲이 새길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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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2.31.


《새가 되고 싶은 날》

 인그리드 샤베르 글·라울 니에토 구리디 그림/김현균 옮김, 비룡소, 2019.5.24.



새벽부터 바람이 휘몰아친다. 마당에 세운 사다리를 우당탕 넘어뜨린다. 저녁부터 바람이 잦아들고 밤에는 별이 함박눈처럼 쏟아진다. 그렇다. 2011년에 고흥에 깃든 날부터 밤마다 함박눈처럼 펑펑 터지는 별잔치를 늘 누렸다. 티벳별이 놀랍다고, 네팔별이 대단하다고, 몽골별이 엄청나다고, 칠레별이 눈부시다고, 알래스카별이 아름답다고 하는 말을 곧잘 듣는데, 남녘나라에서는 고흥별이 가장 사랑스럽지 싶다. 싸움판살이(군대생활)를 한 강원 양구 멧골짝 대우산에서 날마다 본 별도 쏟아졌지만, 싸움판(군대)은 잔뜩 켜놓는 불(탐조등) 탓에 별빛이 가린다. 총을 어깨에 걸고 밤길을 불 없이 걸어다닐(순찰·수색·훈련) 적에는 별바라기를 하며 으레 나무에 머리를 박았다. “왜 그래?” 하고 윗내기(고참)가 묻는 말에 “별 보다 박았습니다.” 하고 밝힐 수 없었다. 《새가 되고 싶은 날》을 읽었다. 줄거리랑 한글로 옮긴 이름이 안 맞는다 싶어서 살펴봤더니 ‘내가 새가 된 날’로 태어난 그림책이더라. 어이없다. 책이름을 왜 바꾸지? 틀림없이 지음이는 ‘내가 새가 된 날’로 붙였는데. 시골은 서울하고 먼 곳이 아니다. 시골은 해바람비·별·풀꽃나무·벌레·벌나비·짐승·바다·들내숲을 빛으로 맞아들여 스스로 빛나는 곳이다.


#Eldiaenquemeconvertienpajaro 

#IngridChabert #RaulNietoGuridi

#내가새가된날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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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2.30.


《아이들의 병이 낫지 않는다》

 테라사와 마사히코 글/고희선 옮김, 시금치, 2007.7.3.



읍내 저잣마실을 한다. 시골은 설날에 북적이지만, 새해 첫날을 앞두고 찾아오는 발길도 꽤 있다. 이튿날부터 한동안 읍내가 시끌벅적할 듯하기에 오늘 서두른다. 시골조차 곳곳에 ‘몸볕(체온)’을 재는 곳이 늘어서 성가시다. 지난 이태 동안 ‘나라 속임짓’에 놀아났다고 느끼는 분은 얼마나 될까. 먹고살자면 어쩔 길이 없이 미리바늘(예방주사)을 몸에 한 판 두 판 석 판 맞아야 한다는 분이 많다. 나라(정부)는 억지(강제)가 아니라 말했어도 일터지기는 윽박(강제)으로 휘둘렀고, 숱한 사람이 미리바늘 탓에 목숨을 잃고, 크게 다치며, 여러 날 앓아야 했다. 죽음을 보고 생채기를 보고 스스로 앓았어도 민낯을 안 들여다본다면 이 나라는 수렁으로 달릴 테지. 민낯을 느끼고 하나씩 파헤친다면, 어디부터 어떻게 바꾸고 스스로 살림길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가를 익히겠지. 《아이들의 병이 낫지 않는다》를 다시 읽었다. 곁님을 만나 큰아이를 배어 낳던 2007∼2008년 사이에 이 책을 비롯한 ‘병원·약국·기업·정부·군대’ 고리(커넥션)를 다른 책을 뜬말(음모론)로 여긴 분이 많다. 믿어야 할 이야기는 아니다. 삶을 둘러싼 속살과 민낯이 이럴 뿐이다. 오늘 시골은 바람은 조금 불지만 포근하다. 포근바람을 마시며 집으로 돌아온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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