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2.31.


《새가 되고 싶은 날》

 인그리드 샤베르 글·라울 니에토 구리디 그림/김현균 옮김, 비룡소, 2019.5.24.



새벽부터 바람이 휘몰아친다. 마당에 세운 사다리를 우당탕 넘어뜨린다. 저녁부터 바람이 잦아들고 밤에는 별이 함박눈처럼 쏟아진다. 그렇다. 2011년에 고흥에 깃든 날부터 밤마다 함박눈처럼 펑펑 터지는 별잔치를 늘 누렸다. 티벳별이 놀랍다고, 네팔별이 대단하다고, 몽골별이 엄청나다고, 칠레별이 눈부시다고, 알래스카별이 아름답다고 하는 말을 곧잘 듣는데, 남녘나라에서는 고흥별이 가장 사랑스럽지 싶다. 싸움판살이(군대생활)를 한 강원 양구 멧골짝 대우산에서 날마다 본 별도 쏟아졌지만, 싸움판(군대)은 잔뜩 켜놓는 불(탐조등) 탓에 별빛이 가린다. 총을 어깨에 걸고 밤길을 불 없이 걸어다닐(순찰·수색·훈련) 적에는 별바라기를 하며 으레 나무에 머리를 박았다. “왜 그래?” 하고 윗내기(고참)가 묻는 말에 “별 보다 박았습니다.” 하고 밝힐 수 없었다. 《새가 되고 싶은 날》을 읽었다. 줄거리랑 한글로 옮긴 이름이 안 맞는다 싶어서 살펴봤더니 ‘내가 새가 된 날’로 태어난 그림책이더라. 어이없다. 책이름을 왜 바꾸지? 틀림없이 지음이는 ‘내가 새가 된 날’로 붙였는데. 시골은 서울하고 먼 곳이 아니다. 시골은 해바람비·별·풀꽃나무·벌레·벌나비·짐승·바다·들내숲을 빛으로 맞아들여 스스로 빛나는 곳이다.


#Eldiaenquemeconvertienpajaro 

#IngridChabert #RaulNietoGuridi

#내가새가된날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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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2.30.


《아이들의 병이 낫지 않는다》

 테라사와 마사히코 글/고희선 옮김, 시금치, 2007.7.3.



읍내 저잣마실을 한다. 시골은 설날에 북적이지만, 새해 첫날을 앞두고 찾아오는 발길도 꽤 있다. 이튿날부터 한동안 읍내가 시끌벅적할 듯하기에 오늘 서두른다. 시골조차 곳곳에 ‘몸볕(체온)’을 재는 곳이 늘어서 성가시다. 지난 이태 동안 ‘나라 속임짓’에 놀아났다고 느끼는 분은 얼마나 될까. 먹고살자면 어쩔 길이 없이 미리바늘(예방주사)을 몸에 한 판 두 판 석 판 맞아야 한다는 분이 많다. 나라(정부)는 억지(강제)가 아니라 말했어도 일터지기는 윽박(강제)으로 휘둘렀고, 숱한 사람이 미리바늘 탓에 목숨을 잃고, 크게 다치며, 여러 날 앓아야 했다. 죽음을 보고 생채기를 보고 스스로 앓았어도 민낯을 안 들여다본다면 이 나라는 수렁으로 달릴 테지. 민낯을 느끼고 하나씩 파헤친다면, 어디부터 어떻게 바꾸고 스스로 살림길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가를 익히겠지. 《아이들의 병이 낫지 않는다》를 다시 읽었다. 곁님을 만나 큰아이를 배어 낳던 2007∼2008년 사이에 이 책을 비롯한 ‘병원·약국·기업·정부·군대’ 고리(커넥션)를 다른 책을 뜬말(음모론)로 여긴 분이 많다. 믿어야 할 이야기는 아니다. 삶을 둘러싼 속살과 민낯이 이럴 뿐이다. 오늘 시골은 바람은 조금 불지만 포근하다. 포근바람을 마시며 집으로 돌아온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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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2.29.


《오! 나의 여신님 30》

 후지시마 코스케 글·그림/금정 옮김, 2005.1.15.



길은 둘이라고 느낀다. 스스로 생각하느냐가 하나, 남이 해놓은 틀을 따라가느냐가 둘. 좋거나 나쁜 길이 아닌, 스스로 생각해서 짓는 길하고 남이 닦은 대로 따라가는 길이 있을 뿐이다. 스스로 생각해서 지은 길을 나쁘다고 여겨서 안 가겠다면 그냥 안 가는 삶으로 끝이 아니라, 끝내 참나(참다운 나)를 등지다가 죽음길을 맞이한다. 남이 닦아서 번듯하다고 여기는 길이 좋다고 여겨서 그리로 휩쓸리면 얼핏 좋아 보이는 듯하더라도, 마침내 참사랑을 못 본 채 죽음길을 맞이한다. 《오! 나의 여신님 30》을 읽었다. 한창 나올 적에는 둘레에서 그토록 많이 읽어도 안 쳐다보았다. 판이 끊어진 이즈음에서야 하나둘 찾아서 넘기며 생각한다. 빛님(신)을 밖에서 찾아야 아름답거나 즐거울까? 스스로 빛님인 줄 알아차리면서 활짝 웃을 적에 아름답거나 즐거울까? 빛님이 찾아와서 나한테 뭘 해주어야 넉넉하거나 좋을까? 스스로 빛님이 되어 오늘 이곳을 스스로 길어올린 사랑으로 가꿀 적에 느긋하면서 흐뭇할까? 이쁘게 꾸민 순이님(여신)이 잔뜩 나오는 그림꽃으로 바라볼 수 있고, ‘우리는 저마다 다르며 아름다운 님(신)인데, 정작 스스로 마음빛을 알아보려는 눈길을 잊는다’는 얼거리로 바라볼 수 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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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2.28.


《아빠를 빌려줘》

 허정윤 글·조원희 그림, 한솔수북, 2021.11.10.



보일러 기름을 넣는다. 1리터에 1050원이니, 300리터를 넣으며 꽤 나간다. 이른바 ‘차상위계층’은 ‘난방비 지원’이 있다고 하지만 ‘도시가스 들어오는 서울’ 얘기이다. 시골집에 무슨 도시가스가 들어오나? 큰고장에도 가난집에는 도시가스가 아직 안 들어오는 데가 제법 있다. 다시 말하자면, 벼슬꾼(공무원)이 가난집에서 가난하게 안 살고, 시골집에서 안 살기에 ‘빈곤층 난방비 지원’ 같은 틀을 세워도 막상 여러 해 동안 한 푼조차 못 받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벼슬꾼 가운데 이러한 이바지돈(지원금)을 빼돌리는 이가 없을까? ‘도시가스비 지원’이 아닌 그냥 맞돈으로 주어야 기름을 넣으면서 값을 대지 않나? 《아빠를 빌려줘》를 읽었다. 다시 읽어 보면서 생각에 잠긴다. 아버지를 일찍 여읜 아이는 ‘없는 자리’가 늘 보이겠지. 할머니 할아버지가 곁에 없는 어린 날을 보내는 동안 ‘할머니 할아버지 자랑’을 하는 동무가 들려주는 말을 듣기가 쉽지 않았다. 어머니 아버지 빈자리를 놓고 동무가 들려주는 말이나 보이는 모습은 아이한테 묵직하리라. 그러나 없기에 허전하지는 않다. 없기에 이 자리를 새롭게 채운다. 서로 한결 깊이 사랑으로 가는 마음을 고요히 돌아보면서 새긴다. 스스로 놀며 스스로 튼튼하게 자란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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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2.27.


《다자이 오사무 서한집》

 다자이 오사무 글/정수윤 옮김, 읻다, 2020.10.19.



고흥 갯벌을 메운 논밭에 고흥군·국방부는 ‘무인군사드론시험장’을 밀어붙였고, 이를 막으려는 들빛물결은 막혔다. 군청·국방부가 바라는 대로 ‘무인군사드론시험장’은 이 시골에 들어설 테고, 이를 모르는 고흥사람도 순천사람도 전라사람도 수두룩하다. 다들 남일이다. 아니 ‘무인군사드론’하고 ‘비행시험장’이 뭔지 쳐다볼 마음이 없더라. 나라지기는 몇 해 사이에 햇볕판(태양광)을 허벌나게 심도록 돈다발을 뿌렸고, 고흥 해창만 바다에 ‘해상 태양광’이 무시무시하게 섰다. 환경단체·녹색당·정의당 모두 입을 다문다. ‘해상 태양광’은 햇볕판으로 끝이 아니다. 빛줄(전깃줄)을 큰고장까지 잇자면 번쩍대(송전탑)를 엄청나게 박아야 하지. 돈(보상금)을 받은 시골사람은 뒤늦게 큰일이 났다고 아우성이지만, 참말 모르셨을까? 이 모두 함께 맞서려고 애쓴, 동강면 멧골집에서 사는 아저씨한테 찾아간다. 아저씨네에 있는 너럭바위에 앉아 바람을 쐬고 나무를 보고서 집으로 돌아왔다. 《다자이 오사무 서한집》을 읽었다. 글바치는 무슨 목소리를 내는 사람일까? 돈이 될 글을 쓰기에 글바치인가? 돈·이름에 따라 이쪽저쪽에 줄을 대어 허수아비 노릇을 해도 글바치일까? 시골에서 살며 숱한 글바치 민낯을 아주 또렷하게 느낀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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