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5.29.


《미식탐정 2》

 히가시무라 아키코 글·그림/김진희 옮김, 애니북스, 2019.7.5.



쇠무릎이 돋는다. 오월 끝자락이 되면서 이삼월에 돋은 풀은 거의 사라졌고, 사오월에 돋은 풀도 힘을 잃는다. 바야흐로 여름풀이 이 땅을 차지하는 철이로구나. 쇠무릎을 살살 쓰다듬는다. 넌 여태 잘 지켜보고서 꿈꾸었겠지? 이월풀은 이월맛, 사월풀은 사월맛, 유월풀은 유월맛이 흐른다. 철마다 다르기도 하지만 달마다 다르고, 날마다 다른 맛이 바람에 묻으며 출렁인다. 《미식탐정 2》을 읽었다. 그린님은 꽃사내를 좋아하는구나. 꽃사내가 살짝 망가지는 줄거리도 좋아하는구나. 꽃가시내는 썩 안 좋아하지 싶은데, 이녁 만화에 나오는 아가씨(또는 아줌마)는 하나같이 씩씩한 개구쟁이(또는 말괄량이) 같다. 어쩌면 그린님 모습일 수 있겠지. 금요일 저녁이 저물기 앞서 큰아이하고 자전거를 달려 본다. 큰아이는 오늘로 샛자전거에 마지막으로 탄다. 큰아이 키가 껑충 자라, 이제는 새 자전거에 따로 타야 한다. 또는 ‘둘이 타는 더 튼튼한 자전거’를 장만해야겠지. 이제까지는 ‘아이랑 둘이 타는, 때로는 수레까지 붙여 아이랑 셋이 타는 자전거’였지. 저녁바람이 선선하고, 밤바람이 그윽하다. 새벽에는 살짝 서늘한 바람이다. 개구리 노랫소리는 나날이 우렁차고, 우리 집 개구리하고 논개구리가 달리 부르는 노래를 듣는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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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5.28.


《Rosalind and the Little Deer》

 Elsa Beskow 글·그림, Floris Books, 1924/2012.



나무를 탄다. 맨발로 탈 적하고 신을 꿸 적에 다르다. 맨발로 나무를 타면 발바닥에서 머리카락까지 바로 찌르르 즐거운 물결이 퍼진다. 풀을 베든 마늘다발을 나르든 언제나 맨손으로 일하는데, 맨손으로 풀을 쥐면 손끝부터 발끝까지 짜라라 푸른 너울이 친다. 나한테는 고무신만 있기에 고무신을 꿴 채 나무를 타면 나무가 “아, 좀 아프다. 그래도 다른 신보다는 덜 아프지만.” 하고 말한다. 바위를 디디고 걸을 적에도 그렇지. 바위는 맨발에 맨손으로 타는 사람을 반긴다. 얼른 밟고 지나가는 사람보다는 천천히 머물면서 뺨을 대고 가만히 앉거나 눕는 사람을 좋아한다. 큰고장에서는 맨발로도 맨손으로도, 또 요즘에는 입가리개 없이 다니기도 힘들다 할 만하지만, 우리가 몸뿐 아니라 이 별을 푸르게 가꾸고 싶다면 되도록 맨몸으로 가볍게 햇볕이며 바람을 머금어야지 싶다. 《Rosalind and the Little Deer》를 장만해서 아이들하고 읽는다. 이 사랑스러운 그림책이 한국말로 나올 날이 있을까? 내가 옮기고 싶다. 엘사 베스코브 님이 빚은 그림책에는 앞으로 이 별을 새롭게 가꿀 아이들이 어떤 눈빛으로 삶터를 돌보면 아름다울까 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낮에 우리 책숲에서 들딸기를 훑다가 고라니를 만났다. “너도 들딸기 좋아하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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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5.27.


《도쿄 가족 5》

 야마자키 사야카 글·그림/장은아 옮김, 서울문화사, 2004.3.25.



작은아이랑 둘이서 마을 아랫샘을 치웠는데, 이틀쯤 뒤에 보니 빨래터 바닥에 흙이 두껍게 깔렸다. 흙이 묻은 연장을 빨래터에 집어넣고 씻으셨나. 어떻게 뭘 했을까. 이렇게 지저분하게 쓰면 다른 사람도 쓰기에 나쁘고, 샘터도 빨래터도 망가진다. 이곳을 스스로 치우는 분이라면 이처럼 엉망으로 안 쓰겠지. 만화책 《도쿄 가족》은 판이 끊어진 지 한참 되었고, 고맙게 다섯 자락을 한꺼번에 장만했으며, 하루 만에 다 읽었다. 참말로 이런 집안이 있을까 싶은 줄거리를 들려주는 만화인데, 아무리 엉성한 ‘한집안’이더라도 서로 아끼고 돌보며 살아가는 즐거운 마음이란 무엇인가 하고 꾸준히 묻고, 헤매며, 이야기하고, 되새기고, 거듭나려고 애쓰는 몸짓을 잘 그렸지 싶다. 아이를 돌보는 길은 어렵지도 않고, 어려울 일도 없다. 아이를 돌보는 살림이라면 다들 알지 않을까. 처음에는 어른이 아이를 돌보는 듯하지만, 어느새 아이가 온사랑으로 어른을 돌보아 준다. 아이는 그야말로 무럭무럭 자란다. 아이가 하나둘 해내는 집안일도 대단하지만, 이보다는 아이들 맑은 눈빛이며 손길이며 말씨가 모든 앙금을 사르르 녹인다. 아무리 고단하거나 힘들던 어른도 아이들 몸짓에 기운을 되찾고 웃음꽃이 되지. 어린이가 왜 앞날을 밝히는 빛이겠는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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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5.26.


《천년손이와 사인검의 비밀》

 김성효 글·홍지혜 그림, 한솔수북, 2020.3.20.



마을책집을 꾸리는 어느 이웃님이 《천년손이와 사인검의 비밀》이란 동화책을 아이랑 무척 재미나게 읽었다고 하시기에 누가 썼나 하고 살피니 ‘김성효’란 분이고, 전라북도에서 장학사 일을 하며, 아이를 돌보는 아주머니이자, 초등교사로 오래 일했다고 하는구나. 초등교사·어머니·아줌마·장학사에 이어 동화작가라니. 이분은 어릴 적에 둘레에서 어떤 눈길을 받으면서 어떤 사랑으로 하루하루 살아오셨을까. 틀림없이 이 나라뿐 아니라 이 별 곳곳에서 가시내는 찬밥이었고 따돌림이었다. 이 흐름은 이제 많이 걷혔으나 ‘꽤 걷혔다뿐 사라지지 않’았다. 이와 맞물려 적잖은 사내도 찬밥이거나 따돌림이었지. 어느 한켠만 찬밥이거나 따돌림이지 않은걸. ‘범칼(사인검)’이 하늘나라를 떠나 사람나라에 조용히 깃들어 아이 하나만 지키고 싶다는 뜻을 드러낼 만하다. 꽃할머니를 돕겠다던 시민모임이 보여준 슬픈 검은자취를 보라. 아름뜻으로 아름일을 할 생각이라면 돈도 ‘아름돈’으로 가꿀 노릇이다. 목소리만 높인대서 시민운동이 되지 않는다. 늘 삶자리에 바탕을 두면서 꽃순이·꽃돌이를 보아야 하고, 스스로 꽃순이·꽃돌이여야겠지. 동화작가 장학사님이 글결을 조금 더 쉽고 부드러이 가다듬으면 한결 빛나리라 본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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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5.25.


《행복한 사자》

 루이제 파쇼 글·로저 뒤바젱 그림/지혜연 옮김, 시공주니어, 1997.6.18.



어린 초피나무를 옮겨심으니 초피냄새가 엄청나게 퍼진다. 아무리 작아도 넌 틀림없이 나무야. 게다가 초피나무인걸. 무럭무럭 자라기를 바라면서 볕이 잘 드는 자리로 옮겼는데, 손에도 몸에도 초피내음이 물씬 밴다. 저를 눈여겨보고 햇볕하고 놀도록 옮겨서 기쁘다는 눈치이다. 순천 〈도그책방〉에서 장만한 《행복한 사자》를 피아노 곁에 한참 둔다. 오래된 그림책이지 싶은데 이야기가 알뜰하다. 사자를 비롯한 들짐승이나 숲짐승은 어디에서 어떻게 살 적에 즐거울까? 누가 저를 때리거나 치거나 죽일 걱정이 없이 날마다 넉넉히 밥을 누린다면 즐거운가? 저를 보겠다면서 사람들이 우글우글 몰려서 사진을 찍거나 손을 흔들면 즐거운가? 그런데 쇠기둥이 촘촘히 박힌 짐승우리(동물원)가 아닌, 바깥으로 사자가 어슬렁 나와서 ‘사자나라 말’로 사람들을 부른다면? 이때에도 사람들은 사자를 구경하거나 좋아한다고 얘기하려나? 사슬터에서는 어느 누구도 즐겁거나 홀가분하지 않다. 이곳에 있든 저곳에 있든 모두 마음으로 마주하는 동무로 사귈 적에 비로소 기쁘게 웃음짓고 즐거이 노래할 만하다. 나라에서는 아이들을 학교에 들이밀려고 용쓴다. 바보같다. 돌림앓이가 아니어도 왜 사슬터로 몰아붙일까? 아이들은 삶을 누려야 한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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