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5.29.


《낭비와 베끼기》

 아일린 마일스 글/송섬별 옮김, 디플롯, 2025.2.17.



비가 갠다. 큰아이가 힘껏 도와서 〈책숲 1019〉 55자락을 부친다. 한나절을 쏟았다. 고흥읍을 걷다가 ‘즈믄살 느티나무’ 굵은가지 하나가 부러진(또는 잘린) 모습을 본다. 이레쯤 된 듯싶다. 아름드리나무 한 그루를 푸른꽃(천연기념물)으로 돌볼 줄 모르는 창피한 고흥군 민낯이다. 시골할배들은 아픈 느티나무 둘레에서 지겹게 술담배질을 한다. 시골할배도 창피하다. 나무가 얼마나 괴로워하는지 하나도 못 느끼고 안 듣는다. 《낭비와 베끼기》는 “For Now”를 옮겼다. “오늘로는”이나 “이제는” 즈음일 텐데, 왜 굳이 책이름을 바꿨을까. 언뜻 보면 글쓰기란 ‘닳다·버리다(낭비)’ 같으나, 하루를 고스란히 들일 줄 알기에 ‘배울’ 수 있다. 처음에는 그저 ‘베끼’는 듯싶지만, 자꾸자꾸 옮기고 배우고 살피는 동안 스스로 새롭게 서는 눈썰미를 세우게 마련이다. ‘빈틈’이 많아서 모자라고 바보스러운 나를 받아들이기에, ‘틈’을 내어 배우고 익히면서 피어난다. 숱하게 헛발질을 하는 동안 천천히 피어난다. 긴긴 나날에 걸쳐서 꾸준히 틈을 내고 짬을 내는 사이에, “이제는” 어제하고 다른 나로 있고, “오늘로는” 모레로 나아가는 붓끝을 펼 만하다. 여기 있는 나를 그대로 바라보는 글결을 밝히자면 ‘오늘·이제’가 맞다.


#ForNow #EileenMyles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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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5.28.


《한 달의 고베》

 한예리 글, 세나북스, 2025.4.30.



나는 2025년에도 2015년과 2005년과 1995년에도 ‘걷는읽기’를 했다. 1985년에는 구름바라기와 비바라기와 해바라기와 풀꽃바라기를 하며 걸었고, 둘레에 책은 많지 않았고, 짐(숙제)이 끝없어서 책을 손에 쥘 틈이 너무 밭았다. 부천나루 길손집에서 아침에 길을 나서며 책짐을 질끈 동여매어 걸으면서도 책을 읽는다. 디딤돌을 걸어서 오르내릴 적에도, 전철을 기다리거나 타거나 갈아탈 적에도, 복판마을(센트럴시티)에 닿아서 2시간 40분 동안 고흥버스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책을 읽는다. 길에서 스친 사람물결이 2000이, 아니 5000이 훨씬 넘을 텐데, 하나같이 멋스러이 빼입은 서울사람일 뿐, 손에 책을 쥔 이웃은 한 사람도 못 본다. 그렇구나 하고 여기면서 《한 달의 고베》를 어느새 다 읽는다. 《한 달의 고베》는 한달살이로 이웃나라 이웃마을을 느끼고 누빈 줄거리를 다룬다. 이웃을 느끼려면 걸어서 오갈 노릇이다. 동무로 사귀려면 걸어서 만날 일이다. 안 걷는 사이라면 이웃이나 동무가 아니라고 느낀다. 나라지기를 뽑는 철이 다가오면, 그들은 꼭 이때에만 걷는 시늉을 한다. 그들은 ‘읽는 시늉’조차 없이 손을 흔들고 웃다가 벼슬자리를 얻더라. 그렇지만 이제는 ‘걷는읽기·걷는쓰기’로 거듭나면서 스스로 삶을 갈무리할 때이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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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5.27.


《비행운》

 김애란 글, 문학과지성사, 2012.7.18.



서울에서 아침길은 사람물결이다. 서울은 하룻내 사람바다이되, 아침저녁은 섣불리 탈거리 곁에 있지 말아야 하지만, 까치산나루에서 〈라이브러리 두란노〉로 가자면 이 물결에 섞여야 한다. 새벽에 쓴 노래 ‘봄끝’을 옮겨적는다. “이곳은 골짜기야. 이 길은 구름길이야. 나는 별빛을 타고서 걸어.” 하고 속으로 왼다. 오늘은 《짱구네 고추밭 소동》을 놓고서 어떻게 가싯길을 꿈길로 돌려놓는 글씨앗을 여미면서 우리한테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었는가 하고 짚는다. 바퀴걸상을 타는 푸름이하고 낮밥을 먹으려고 상도동 어느 밥집에 들렀는데 그곳은 ‘아기수레·바퀴걸상’ 모두 들이면 안 된다고 한참 목소리를 높인다. 비좁은 밥집도 아니요, 아기수레나 바퀴걸상은 ‘또다른 발’이라는 대목을 밥집일꾼은 하나도 모르더라. 늦은낮에 부천 〈용서점〉으로 건너간다. ‘숨은사람찾기 1 로자 파크스’ 이야기를 편다. ‘떠도는 말’이 아닌, ‘작은사람이 한 일과 걸은 삶’을 놓고서 무엇을 보고 헤아릴 노릇인지 짚는다. 《비행운》을 읽고서 한참 갸웃했다. 글쓴이는 무슨 말을 하고 싶기에 붓을 쥐었는가. ‘마음을 읽어서 담는다’고 하는 길을 걸으려면, 어린이랑 푸름이 곁에 어떻게 서야 하는가. 가난하든 가난하지 않든, 아프든 아프지 않든, 먼저 눈을 감고서 넋부터 마주할 노릇이라고 본다. 오늘 이곳에서 스스로 가난하게 살지 않는 채 ‘예전에 가난한 적 있던 일’을 실마리로 잡아서 글을 쓸 적에는 으레 구름에 붕 뜨게 마련이다. 몸을 입고서 살아가는 숨결한테 몸이란 무엇일는지 고즈넉이 돌아보는 붓끝으로 거듭나기를 빈다. 글치레를 안 하기를 빈다. ‘문학’이 아닌 ‘나와 너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릴 수 있기를 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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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5.26.


《하느님, 한 번 더 기회를 드릴게요!》

 구드룬 파우제방 글·에듀아르트 슈프랑어 그림/김라합 옮김, 우리교육, 2008.5.16.



아침해가 돋을 즈음 아이들한테 “집살림을 즐거이 여미면서 하루를 새롭게 배우고 놀면서 보내기를 바라요.” 하는 말로 손을 흔들며 집을 나선다. 고흥읍에 닿아서 서울로 가는 시외버스를 탄다. 맨뒤 바로앞 자리에 앉아서 미닫이를 살짝 연다. 바람을 쐬며 숨을 돌리는데, 미닫이가 갑자기 탕 닫힌다. 뒤는 틀림없이 빈자리인데 어느 아재가 내 뒤로 슬쩍 옮겨앉아서 닫네. 아재는 멀미가 나서 뒤로 옮겼는데 왜 춥게 여느냐고 따진다. 어이없어서 “맨뒤는 멀미 나는 사람이 가볍게 미닫이를 열고서 가는 데입니다. 여긴 아재 자리가 아닌데 왜 여기로 와서 닫나요? 저쪽 다른 빈자리로 가셔요.” 하고 다시 연다. 서울에 닿아서 자양동 〈도토리책방〉에 깃든다. 건국대 둘레는 술집거리가 매캐한데, 안골목에 조촐히 자리를 잡은 마을책집은 놀랍다. 저녁에 화곡동 〈악어책방〉으로 건너가서 ‘마음글쓰기’ 두걸음을 뗀다. ‘가는 소리’하고 ‘창피하지만’을 놓고서 쪽노래를 쓴다. 《하느님, 한 번 더 기회를 드릴게요!》는 매우 잘 나온 글꽃이라고 느낀다.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고 꿈을 그리며 두다리와 온몸으로 삶을 맞닥뜨리는 참하고 착한 마음을 잘 담았다. 그렇지만 이 글꽃을 알아보거나 눈여겨보는 손길은 적은 듯싶다.


#GudrunPausewang #Ich geb dir noch eine Chance Gott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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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5.25.


《에세이 글쓰기 수업》

 이지니 글, 세나북스, 2024.5.9.



해날을 맞이한 오늘은 집에서 쉬며 국을 끓이고 밥을 짓는다. 작은아이는 멧딸기를 곳곳에서 훑어서 “같이 먹어요.” 하고 내민다. 마당을 함께 치우고 쓸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면서, 여러 멧새소리는 누구일는지 어림해 본다. 축축한 어제는 빨래가 덜 말랐지만, 햇볕이 넉넉한 오늘은 다 마른다. 낮에 새로 빨래를 하는데, 저녁에 빨랫감이 또 나온다. 네 사람 살림살이인 만큼 일거리도 꾸준하게 수북수북하다. 이제 감꽃이 피고 콩꽃도 핀다. 앵두알이 빨갛게 익으면서 후박알도 짙푸르게 여문다. 《에세이 글쓰기 수업》을 읽었다. 글쓰기를 다루는 책은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 나온다. 가만히 읽어 본다. 우리가 말을 하고 글을 쓰는 뜻이라면, 오직 하나이다. 마음을 나누려고 말과 글을 한다. 마음나눔이라는 하루를 멀리하면서 글꾸미기에 얽매인 줄거리라면 어느 누구한테도 이바지를 못 한다. 글을 쓰고 싶다면 〈The Secret Of Kells〉나 〈메리 포핀스〉 같은 그림빛을 보시라고 여쭙는다. 100벌쯤 보시라고 덧붙인다. 멧숲에 가만히 깃들어 꾀꼬리노래가 아니어도 수수한 멧새노래에 온마음을 맡기라고 여쭙는다. 골짝물이 흐르는 소리에 온몸을 맡기면서 새롭게 피어나 보시라고도 여쭙는다. 우리는 삶을 스스로 사랑하려고 말하거나 글쓴다.


+


미국은 이런 대목에서 대단하구나. 우리나라는 무엇을 할까? 우리나라는 이렇게 아이들을 곁에 두거나 앞에 두면서 나라일을 지켜보고 살펴보고 들여다보면서 몸소 겪도록 이끌 수 있을까? 이렇게 아이들이 홀가분하게 물어보고, 어른들이 차근차근 짚으면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까?


백악관 자녀 직장 방문의 날(Take Our Sons and Daughters to Work Day)

https://www.youtube.com/watch?v=DY7XBiUYHXs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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