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4.25.


《동물원 고양이 1》

 네코마키 글·그림/오경화 옮김, 미우, 2016.10.31.



어쩐지 ‘우리 집 제비’인지 아닌지 척 보아도 느낀다. 고흥살이 열 해에 ‘우리 집 제비’를 알아본달까. ‘우리 집 제비’는 다른 제비보다 좀 느즈막한 4월 무렵에 오더라. 오늘 드디어 두 마리가 하늘춤으로 마당을 빙빙 돌던데, 지난해랑 지지난해처럼 낡은 둥지가 허물어져서 알이며 새끼를 떨구지 말고 아예 튼튼히 새로 짓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제비집 바로 옆으로 난 틈에는 참새가 새끼를 낳았다. 하루 내내 새끼 참새 노랫소리가 온 집안으로 퍼진다. 새랑 살면 심심할 틈이 없이 즐겁게 노래를 듣는다. ‘종알종알 조잘조잘 지저귄다’라는 말을 으레 수다판에서 쓰는데, 참으로 살가운 말씨로구나 싶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 같은 수다란 뜻일 테니. 《동물원 고양이》 첫걸음을 읽었다. 아이들하고 읽어도 될까 살짝 아리송하지만 이럭저럭 보아줄 수 있겠지. 글이든 그림이든 만화이든 우리가 만나는 웬만한 책은 ‘어른 나이’인 사람이 짓거나 엮는데, 따로 어린이책 갈래에 넣지 않더라도 되도록 ‘어린이하고 함께 보면서 즐겁도’록 줄거리에 더 마음을 기울이면 좋겠다고 본다. 굳이 안 넣어도 되는, 구태여 안 보태도 되는, 얄궂거나 엉성한 어른들 삶터 모습이라면 글에서도 그림에서도 만화에서도 가만히 다독이면 좋겠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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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4.24.


《살구나무에 살구비누 열리고》

 김륭 글, 문학동네, 2012.6.25.



뽕나무 굵은 가지를 하나 친다. 한 손으로 척 쥘 만한 두께인데 막상 들고 보니 묵직하다. 얼핏 그리 안 굵어 보여도 나뭇가지란 얼마나 속이 찬 숨결인가. 이웃집에서 뽕나무 가지묻이를 하고 싶다고 얘기했다. 마침 뽕나무 가지 하나가 옆집 울타리로 넘어가도록 자란 터라 쳤다. 가지치기에 앞서, 가지치기를 하고서, 뽕나무를 안고서 “고마워, 사랑해.” 하고 속삭이고 토닥였다. 가지에 돋은 뽕싹을 어찌할까 하다가 두 줌은 나물로 삼고 나머지는 햇볕에 말린다. 덖지 않는 해말림 뽕잎차로 건사할 생각이다. 《살구나무에 살구비누 열리고》를 읽었는데 퍽 따분했다. 온통 겉도는 말을 폈구나 싶더라. 이처럼 마음이 드러나지 않는 치레질이어야 시가 될까? 이런 치레말을 척척 묶어야 시집이 될까? 이런 치레글을 꾸러미로 삼아 ‘무슨 시선’이란 이름을 붙이면 그럴듯해 보이기는 해도 알맹이가 너무 없구나 싶다. 살구나무에서는 살구빛이 퍼진다. 살구비누는 살구알을 흉내낸 껍데기이다. 뭐, 껍데기를 번듯하게 꾸며서 으리으리한 시집으로 여미는 일이 나쁘지는 않다. 다만 이러한 겉글은, 겉발림글은, 빈글은, 빈책은, 아이들한테 물려주고 싶지 않다. 나무를 품고서 나무를 사랑으로 노래하는 마음일 적에 비로소 아이한테 물려주련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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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4.20.


《화분을 키워 주세요》

 진 자이언 글·마거릿 블로이 그레이엄 그림/공경희 옮김, 웅진주니어, 2001.8.30.



틈틈이 갓꽃을 훑는다. 으레 갓김치는 알되 갓이란 나물이 어떤 꽃이 피우는가는 안 쳐다보지 싶다. 어쩌면 갓꽃을 훑어 갓꽃물을 누리려는 사람은 없지 않을까? 있을까? 갓꽃내음을 맡으면 유채꽃 못지않게 달큰하면서 뭉클하다. 갓꽃이 가득한 곳에 서면 꽃내음으로 배부르고 몸에 있던 궂은 기운이 사르르 녹는구나 싶다. 갓꽃을 똑 따서 혀에 얹고 살살 씹으면 달싸한 맛이 새삼스럽다. 이 맛을 꽃물로 누려 보자 싶어서 갓꽃을 햇볕에 말리는데 한나절 만에 거의 숨이 죽지만 바싹 말리려면 열흘 남짓 지내야 한다. 그림책 《화분을 키워 주세요》는 한국말로 나온 지도 꽤 되었지만, 처음 영어로 나온 지도 한참 되었다. 가만히 생각하면 1950년대 한국도, 2000년대 한국도 이 그림책을 받아들일 만큼 무르익지는 않았다고 할 만하다. 2020년대 오늘날은 어떨까. 이제는 넉넉히 받아들여서 집이며 마을이며 나라를 어떻게 가꾸면 즐겁고 아름다운가를 생각하는 징검돌로 삼을 만할까. 아이들한테 물려줄 살림을 처음부터 다시 헤아릴 수 있을까. 마당이며 뒤꼍이며 숲정이가 있다면 굳이 꽃그릇이 없어도 된다. 꽃그릇이란, 시멘트밭 큰고장을 살리는 작은 숲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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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4.22.


《북두의 권 1

 부론손 글·하라 테츠오 그림/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01.12.25.



아침부터 낮까지 아이들이 저마다 배우면서 놀도록 하고는, 해가 저 멧자락하고 만나려고 하는 저녁나절에 작은아이하고 자전거마실을 나선다. 자전거를 아직 다 손질하지 못하지만, 큰자전거랑 샛자전거는 탈 만하다. 낡은 바퀴를 여럿 갈고, 사슬도 갈고, 속에 깃들 바람이는 몽땅 갈아야지 싶다. 곰곰이 보면 새로 사는 값 못지않게 손질값이 들 테지만, 굳이 손질해서 두고두고 쓰려 한다. 곧 살림돈을 넉넉히 건사해서 이모저모 장만하자고 생각하며 들길을 달린다. 구름이 엄청나게 흐르고 바람은 대단히 분다. 면소재지 우체국하고 가게를 거쳐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맞바람이 얼마나 드센지. 안 되겠네 싶어 자전거에서 내려 걷는다. 걸을 적에 외려 빠를 만큼 바람은 온땅을 샅샅이 훑으면서 하늘을 쓸어낸다. 《북두의 권》이 문득 생각났다. 중학교 다닐 무렵 동무들은 이 만화에 사로잡혔는데 난 시큰둥했다. 첫자락만 장만해서 읽어 본다. 가만 보니 이 만화는 지구에서 온나라가 핵싸움을 벌여 거의 다 죽어버린 다음, 아주 말라비틀어진 땅에서 꿈이 없이 주먹질을 하는 쪽하고, 그래도 꿈을 꾸려는 쪽 사이에서 어떤 마음이 흐르는가를 줄거리로 잡았지 싶다. 우리는 오늘 어떤 걸음일까. 우리는 지난걸음에서 무엇을 배울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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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4.21.


《아우내의 새》

 문정희 글, 난다, 2019.11.20.



해말림 쑥잎을 마시니 불로 덖은 쑥잎하고 확 다른 맛이다. 마땅하겠지요. 불을 써서 물을 확 빼면서 쑥내를 가둔 잎에서는 불맛이 서리겠지. 햇볕하고 바람으로 물을 확 빼면서 쑥내를 품도록 한 잎에서는 볕맛하고 바람맛이 감돌 테고. 해말림으로 쑥잎을 건사하자면 불판 앞에서 땀을 안 빼어도 되지만 훨씬 오래 해를 쬐어 주고 집안에 들이고를 되풀이한다. 시래기를 건사하거나 묵나물을 하는 손길이랄까. 그러고 보면 깊은 멧자락 샘물이나 골짝물을 마실 적에 다른 어느 물도 댈 수 없는 맛이 나는 까닭을 알겠다. 마른 잎이 물바닥에 깃들고 새잎도 물바닥에 깃든다. 물이끼는 다슬기나 물벗이 삭삭 훑어서 치운다. 해랑 바람이 갈마들면서 새랑 풀벌레가 노래해 준다. 이런 샘물이며 골짝물 맛을 어느 페트병 물이나 정수기 물이 따라가랴. 《아우내의 새》는 두 판째 새로 나온 시집이라 한다. 애틋한 발자취를 담았구나 싶으면서 살짝 아쉽다. 더더 스며들어 보면 어떠했을까. 애써 새로 펴내는 만큼 지난날하고 오늘날을 더욱 파고들어서, 시골자락 순이돌이가 어떤 풀을 먹고 어떤 나무를 오르며 놀고 어떤 바람을 마시면서 꿈꾸고 어떤 햇볕을 머금으며 일하고 어떤 숲에서 사이좋게 얼크러지는가를 좀더 헤아려 보았다면 어떠했을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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