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5.18.
《아무리 얘기해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기획, 마영신 그림, 창비, 2020.4.3.
사흘째 부산에서 보내는 새벽이다. 고즈넉이 흐르는 바람을 느끼면서 ‘갈다’라는 글이름으로 노래 한 자락을 쓴다. 우리는 오늘부터 갈닦고 갈아엎고 갈아치우는 마음이어야지 싶다. 이제 ‘기념사업회’는 사라져야 할 때라고 느낀다. ‘오월광주’는 ‘기념사업’이 아니라 ‘읽기모임’으로 돌아보고 짚고 헤아리고 살피면서 ‘이야기’로 그려서 풀어낼 노릇이라고 본다. ‘그들은 안 뉘우친다’고들 여기지만, 막상 그들이 빛고을로 찾아와서 엎드리려고 할 적에 담벼락을 누가 닫어거는지 곱씹어야 한다. 그들이 빛고을에 안 올 적에는 안 온다고 나무라다가, 그들이 모처럼 빛고을에 올 적에는 왜 오느냐고 나무라면, 그들이 스스로 뉘우칠 틈을 안 내는 셈이다. 아무 틈을 내주지 않는다면 그들이 어떻게 뉘우칠까? 그들을 그만 ‘나무랄’ 일이다. 그들하고 ‘함께읽기’를 하면서 앞으로 새롭게 어깨동무하면서 품어낼 빛을 그려야 한다고 본다. 《아무리 얘기해도》는 대단히 아쉬운 책이다. ‘기념사업회’라는 이름을 붙들기 때문에 이런 책을 낼 테지. 그들한테 ‘얼마나’ 말을 해보았기에 “아무리 얘기해도”라 할 수 있을까? 위에서 내려다보거나 깔보거나 얕보는 마음이 매우 짙다. ‘그들이 뉘우치면서 배울 틈’을 내주지 않으면서 비꼬고 비아냥거리는 데에서 그친다면, ‘너희는 꼴통이잖아?’ 하면서 아예 내치기만 한다면, 예나 이제나 앞으로나 미움불씨만 심게 마련이다. ‘얘기’란 “주고받는 마음과 말”이다. 오직 그들한테 말하기만 할 뿐, 그들이 뉘우치려는 말을 안 들으려고 했다고 느낀다. 그들이 어설프건 어줍건 엉성하건, 그들도 말을 해볼 틈을 내주면서 지켜보아야 한다. 이러고서 다시 말을 들려주고, 또 듣고, 다시 들려주고, 또 듣기, 주고받는 말을 차근차근 풀고 맺으면서 “제대로 얘기”를 할 때라야 비로소 이 나라에 어깨동무(평화)라는 씨앗을 심는다.
다시 짚자면, ‘오월광주’라는 줄거리는 《아무리 얘기해도》라고 하는 ‘내려다보기(선민의식)’가 아니라 “얘기 좀 해볼까?”나 “우리 이제 얘기하자”라는 마음으로 나란히 서고 만날 노릇이다. 그들이 아무리 못나고 엉터리에 볼꼴사납더라도, 그들을 바닥에 내리깔지 말자. 그들하고 나란히 서자. 그들하고 나란히 ‘얘기’를 좀 하자. 그들을 그만 손가락질하자.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