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5.8.


《너무 너무 졸려요》

 모리야마 미야코 글·사노 요코 그림/김정화 옮김, 도토리나무, 2020.11.5.



마당 끝자락에서 자라는 꽃찔레(장미)가 소담스레 꽃송이를 터뜨린다. 우리가 이 시골집에 깃들 즈음에는 동백나무를 감싸며 줄기가 뻗었기에 울타리를 따라 나들길 쪽으로 가도록 살살 달래는데 얼마나 뿔을 내는지 모른다. 그러나 꽃찔레도 여러 해 뿔을 내다가 스스로 보아도 안 되겠는지 우리 뜻대로 줄기를 뻗어 주는데, 이러다가 마르고, 다시 줄기를 내다가 마르기를 되풀이한다. 올해에는 나들길까지 줄기를 뻗고서 고샅까지 꽃송이를 드리울 수 있기를 빈다. 뒤꼍은 흰찔레로 향긋하다. 눈부시지 않은 꽃이 어디 있을까. 앉은꽃이 피는 2월 끝자락부터 5월까지 내내 숱한 꽃이 갈마들면서 잔치를 벌인다. 모든 하루가 꽃잔치인 봄이다. 오늘은 구름밭이어도 빨래를 해서 넌다. 《너무 너무 졸려요》는 잠을 노래하는 그림책이다. 줄거리도 그림도 상냥하다. 옮김말 하나만 아쉽다. 수수하게 살림을 짓는 어버이 말씨로 손질하는 펴냄터는 없을까. 아이들은 졸음이 쏟아지면 언제 어디에서라도 바로 잔다. 걱정하지 않는다. 어버이라면 실컷 뛰놀다가 까무룩 꿈나라로 날아가는 아이를 신나게 안고 업고 어르고 달래어 토닥이는 몫을 하겠지. 놀기에 아이요, 일하기에 어른이다. 놀기에 자라고, 일하기에 큰다. 둘은 늘 한동아리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5.7.


《햇볕이 아깝잖아요》

 야마자키 나오코라 글/정인영 옮김, 샘터, 2020.3.20.



볕이 좋은 하루이다. 모싯줄기가 쭉쭉 오르면서 뒤꼍 멧딸기덩굴을 덮는다. 바람이 살랑살랑 일렁인다. 바깥마루에 앉아 책을 읽자니 바람이 “늘 하는 책읽기인데, 이런 날까지 또 책을 펴야 하니?” 하면서 종이를 와라락 넘긴다. 바람 따라 후루룩 넘어가듯 책도 후루룩 읽고서 덮으라는 뜻이다. 햇볕을 먹으면서 놀라는 셈이지. 저녁에는 개구리 노랫소리하고 소쩍새 노랫소리가 어우러진다. 햇볕으로도, 바람으로도, 새벽이슬로도, 구름그늘로도, 새노래랑 풀노래랑 개구리노래로도 넉넉히 배부르다. 여기에 아이들이 뛰노는 노래가 섞이면 언제나 든든한 하루이지. 《햇볕이 아깝잖아요》를 읽었다. 한때 서울에서 아홉 해를 살았는데 그때 “햇볕이 아까우니 밖에서 걸어야겠다”고 으레 생각했다. 해가 좋은 날은 땅밑으로 파고드는 칙폭이를 탈 마음이 없다. 버스조차도 타기 싫다. 그저 걸으며 두 팔을 벌리고 춤추는데, 해가 내리쬐면 “덥잖아!” 하면서 외려 길에 사람이 없더라. 서울내기(도시생활자)라면 “햇볕이 아깝잖아요” 하고 말할 테지만, 시골내기(농촌거주자)라면 “햇볕이 사랑입니다” 하고 말하겠지. 해도 별도 사랑이다. 비도 바람도 사랑이다. 풀벌레도 벌나비도 사랑이다. 이 모든 사랑은 풀꽃나무를 거쳐 우리 곁에 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5.6.


《삼국유사 사전》

 정호완 엮음, 지문당, 2019.1.2.



노래꽃꾸러미를 포항 이웃님한테 띄운다. 예전에 쓴 노래꽃에 새로 쓴 노래꽃을 섞는다. 누가 받을는지 모르기에 ‘틈틈씨·자주씨·방긋씨’에다가 ‘오늘씨·놀이씨·아이씨’ 같은 이름을 하나하나 넣어 본다. 노래판만 보내기에는 모자라지 싶어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을 곁들인다. 어느 글님이건 책을 건넬(선물할) 적에는 ‘10자락을 팔아야 1자락을 건넬’ 수 있다. 2000자락을 팔면 200사람한테 건넬 수 있고, 20000자락을 팔면 2000사람한테 건넬 만하다. 다만 10자락을 팔아 1사람한테 건네는 살림이라면 굶을 테니, 20자락을 팔아 1사람한테 드리고 우리 살림돈으로도 나란히 놓자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걸어서 면소재지 우체국으로 갔고, 개구리 노랫소리가 퍼지는 들빛을 누리며 집으로 돌아왔다. 《삼국유사 사전》을 읽고서 “백제 들사람 사전”이나 “고구려 멧사람 사전”이나 “가야 숲사람 사전”이나 “신라 서울사람 사전” 같은 꾸러미를 엮어 보자고 생각한 사람이 있을까 궁금하다. 책에 이름을 남기는 사람들이 아닌, 수수하게 짝꿍을 사랑하고 아이를 반가이 맞이하며 포근히 돌본 사람들 하루살림을 여미자는 마음은 얼마나 있을까? ‘교육·사회·문화·종교·정치·예술’이 아닌 오직 ‘살림’을 생각해 본다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5.5.


《개미 세계 탐험북》

 국립생태원 엮음, 강은옥 그림, 국립생태원, 2015.11.23.



밀린 잠을 모처럼 느긋이 누린다. 어제 읍내 가게에 깜빡 놓고 나온 어깨짐을 찾으러 저녁에 다시 읍내로 간다. 어깨짐을 찾으며 이 가게에 노래꽃(동시)을 새로 써서 내려놓고 집으로 온다. 오늘 어린이날을 맞이해 노래꽃 ‘숲빛노래(생명 동시)’를 쓴다. 곰하고 범 이야기부터 쓴다. 서울사람 틀거리에 짜맞추는 억지스러운 동심상업주의가 아닌, 들숲바다를 품고서 하늘빛으로 살림을 짓는 이웃숨결 눈빛으로 노래꽃을 쓰려고 한다. 집에 닿아 다시 일찌감치 곯아떨어진다. 바깥일을 볼 적에는 더 일찍 일어나서 낮잠이 없이 몸을 쓰니 어둑살이 낄 무렵이면 벌써 졸립다. 《개미 세계 탐험북》을 작은아이한테 장만해 준다. 개미를 다룬 책은 그리 많지 않다. 개미가 워낙 작으니 개미를 지켜본 이야기를 쓰는 사람이 드물기도 할 테지만, 개미를 오롯이 개미로 바라보려는 사람부터 드물다. 참새는 참새 마음이 되어 마주해야 참새살림을 배우겠지. 개구리는 개구리 마음이 되어 만나야 개구리살림을 배울 테고. 골목사람은 골목사람 마음이 되어 사귀어야 골목살림을 배운다. 벼슬꾼(정치꾼·공무원)을 보라. 그들은 마을사람 마음도 가난사람 마음도 아닌 벼슬꾼 마음이기에 늘 엇나가거나 헛발질이다. 아이를 사랑하려면 아이 마음일 노릇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5.4.


《똥 누고 가는 새》

 임길택 글·조동광 그림, 실천문학사, 1998.12.5.



노래꽃(동시)을 쓰는 전주 이웃님이 찾아온다. 두 아이랑 읍내에서 먼저 만난다. 멧새노래를 들으며 함께 걷는다. 우람 고인돌하고 우람 느티나무 곁을 걷고서 발포 바닷가로 간다. 바닷바람에 파란하늘을 누리고서 우리 책숲으로 간다. 김륭 님이 쓴 “곰이 사는 동굴에도 거울이 있을 거야”를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느낄는지 궁금하다고, ‘동물권’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다. 아이들은 “곰은 곰인데 왜 사람처럼 거울을 보거나 침대에서 자거나 멋을 부리려 하지요? 곰은 곰 그대로 멋져요.” 하고 얘기한다. 척 봐도 억지스럽다. ‘인권처럼 동물권’을 말하려는 듯싶으나 ‘서울사람처럼 도시문명생활’을 해야 동물권이지 않다. ‘굳이 사람을 흉내낼 까닭이 없는 숲짐승을 짐짓 사람처럼 꾸미며 억지스레 말장난을 엮으며 웃기려는 티’가 물씬 흐른다. 지난날 윤석중 동시는 ‘동심천사주의’였다면, 오늘날 동시는 ‘동심상업주의’라고 느낀다. 《똥 누고 가는 새》를 읽으며 마음을 달랜다. 임길택 님처럼 ‘아이사랑노래’를 쓰기가 어려울까? 아이들은 장난감이 있어야 빛나지 않는다. 맨손으로 무엇이든 지으면서 따스히 품고 포근히 나눈다. ‘어린이처럼 꾸미기’보다는 ‘스스로 어린이 숨빛을 되살리’면 온누리는 그저 사랑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