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4.23.


《발명가 매티》

 에밀리 아놀드 맥컬리 글·그림/김고연주 옮김, 비룡소, 2007.2.6.



‘책공방 김진섭’ 님이 고흥마실을 하셨다. 어제그제 잇달아 자전거를 달리느라 몸을 안 쉬었더니 찌뿌둥하지만 큰아이하고 저잣마실을 나갔는데, 빛물결(와이파이)이 되는 읍내 버스나루에서 뒤늦게 쪽글을 읽고는 부랴부랴 전화를 해서 우리 책숲에서 만난 다음 읍내로 다시 나와서 저녁을 보냈다. 하루하루 새롭게 맺는 흰민씨를 새벽마다 반가이 훑고, 하루하루 새삼스레 터지는 후박꽃내음을 하루 내내 듬뿍 마신다. ‘책공방’은 전북 완주를 떠나야 했는데, 이 멋진 책밭을 품는 고을(지자체)이 아직 없다니 놀랍다. 알고 보면 다들 겉멋이나 겉치레일까? 고을마다 쇠밥그릇 벼슬꾼(공무원)만 있는 탓일까? 이제는 벼슬꾼을 줄이고 삶(문화)을 살찌울 때이다. 《발명가 매티》를 뒤늦게 읽었다. 이 그림책이 나오던 무렵을 돌아보니, 충청도를 떠나 인천 배다리로 옮기려고 손가락이 꽁꽁 얼면서 책짐을 쌌구나. 언손을 샅에 끼워 조금 녹이고서 다시 책을 쌌고, 이렇게 석 달 남짓 싼 책더미를 4월 5일에 인천으로 날라서 열흘 뒤에 ‘책마루숲(서재도서관)’을 처음 열었다. “발명가 매티”란 분이 이녁 일터(회사)를 차리기까지 걸은 가시밭길은 이녁을 담금질하는 나날이었겠지. 고흥군이 ‘책공방’을 품는다면 얼마나 멋질까.


#MarvelousMattie #HowMargaretEKnightBecameanInventor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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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4.22.


《민들레 피리》

 윤동주·윤일주 글, 조안빈 그림, 창비, 2017.12.30.



5월 1일부터 포항 〈달팽이책방〉에서 ‘노래꽃잔치(동시 전시회)’를 연다. 노래꽃을 나누는 자리를 열기에 반갑고,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도 ‘어렵게 시문학’이 아니라 ‘즐거이 노래꽃’을 이야기하는 마당을 함께하기에 기쁘다. 노래꽃잔치에 맞추어 그림잎(그림엽서)을 마련했다. 사름벼리 씨가 담아낸 동박새 그림을 넣었다. 책숲 이웃님한테 그림잎을 부치려고 글자루에 담았고, 자전거를 달려 면소재지 우체국에서 부친다. 고흥은 다른 고장보다 유난스럽게 ‘군의원·도의원 예비후보 걸개천’이 커다랗다. 전라남도는 온통 민주당인데 ‘탄소 걱정’으로 호들갑을 떤 이들은 왜 ‘플라스틱 쓰레기 걸개천’을 커다랗게 내걸까? ‘썩어서 흙이 될(생분해) 밑감’으로 걸개천을 달아야 옳지 않나? 풀죽임물을 뿌리면서 시끄러운 옆밭을 느끼다가, 후박꽃이 피는 우리 집 마당나무를 쓰다듬는다. 우리 나무를 보자. 《민들레 피리》를 지난 책마실길에 장만했는데 여러모로 아쉽다. 크고작은 펴냄터마다 ‘윤동주 장사’가 지나치다. 윤동주 님은 틀림없이 아름글님인데, 손꼽을 아름글님을 이렇게 망가뜨려도 될까? 이만큼 우리 책마을이 망가졌다는 뜻이요, 글빛이 아니라 돈셈이 눈이 흐려 갈피를 잃었다는 소리일 테지. 썩었다. 문드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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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4.21.


《민물고기를 찾아서》

 최기철, 한길사, 1991.1.10.



어젯밤 고흥으로 돌아오는 길에 대전 마을책집 두 곳이 어떠한 숨빛으로 책이웃을 마주하는가 하고 헤아리면서 ‘책집노래’를 적었다. 푹 자고 일어난 아침에 노래꽃(동시)을 손질해서 옮겨적는다. 집안일을 한참 하다가 마감을 앞둔 우체국으로 바람처럼 달린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천천히 발판을 구른다. 옆마을 논둑 흰민들레가 씨앗을 동그랗게 맺으며 퍼지는 모습을 본다. 봄볕을 듬뿍 안으면서 집으로 돌아왔고, 저녁을 차리고서 등허리를 토닥이고 새삼스레 눕는다. 《민물고기를 찾아서》를 오랜만에 되읽어 보았다. 1994년에 이 책을 처음 만났다. 그때에는 인천부터 서울 이문동까지 전철을 달리는 길에 으레 책 서넛을 읽었는데, 어느 날 이 책을 쥐고서 서울로 가던 납작길(지옥철)에 누가 말을 걸었다. 그분은 생물학을 배운다고 하면서, 마른오징어처럼 납작이가 되는 이 끔찍한 전철길에 민물고기책을 읽는 젊은이가 다 있네 싶어 놀랍고 반가워서 말을 걸어 보고 싶었다고 했다. 이제 와 돌아보면, 무시무시한 납작길에 나비도감도 읽고 들꽃을 다룬 책도 읽고, 갖가지 책을 읽었다. 사람이 사람한테 찡겨 숨막히는 곳이었으나 한 손을 위로 뻗어 손가락으로 살살 다음 쪽을 넘기며 책을 읽었기에 불구덩에서 살아남았을 수 있다.


ㅅㄴㄹ


덧말 : 

나한테 말을 건 분은 

ㄱ대학교 생물학과를 다니는 윗내기였는데, 

내가 생물학을 하는 대학생이 아닌,

통번역 공부를 한다는 말을 듣고,

그런 쪽을 배우는 사람이

어떻게 민물고기책을 읽느냐고

더 놀라워했다.

그래서 나는 통번역을 배우기 때문에

통번역을 하려면 모든 갈래 모든 앎길을 꿰어서

우리말하고 바깥말을 잇는 다리가 될 테니

가리는 책이 없이 다 읽는다고 들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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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4.20.


《시골 쥐의 서울 구경》

 방정환 외 글, 정가애 그림, 창비, 2014.8.22.



대전은 서울보다 하늘이 잘 보이지만, 새노래도 개구리노래도 풀벌레노래도 없는 아침이다. 길손집을 나선다. 대전 시내버스를 타고 〈중도서점〉으로 간다. 아침에 갓 연 책집에서 마수를 한다. 대전 헌책집에서는 대전을 비롯해 충청도에서 두고두고 지은 살림길을 ‘비매품 책’으로 고마이 만날 수 있다. 국립중앙도서관에 없는 알뜰한 책을 잔뜩 만난다. 이 모든 책은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롭게 엮는 길에 이바지하리라. 그림책집 〈노란우산〉으로 옮긴다. 가볍게 들러서 고흥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책집지기님하고 한참 책수다를 폈다. 스물 몇 해 앞서 펴냄터 일꾼으로 지낼 적에 ‘교보 일꾼’이나 ‘영풍 일꾼’뿐 아니라 ‘이웃 펴냄터 일꾼’하고 책수다를 나눈 일이 없다. 왜? 다들 책을 안 읽더라. 기차로 순천을 거쳐서 고흥으로 돌아가니, 밤노래 흐르는 보금자리로구나. 별도 풀벌레도 풀꽃나무도 새도 가득한 우리 집이네. 《시골 쥐의 서울 구경》을 읽으며 몹시 아쉬웠다. 이제 ‘근현대 한국동화’는 아이들한테 읽힐 만하지 않구나. 글결도 줄거리도 이야기도 낡았고, ‘어린이 눈높이에 맞추어 쓴 글’이 아닌, ‘어른글꽃(성인문학)을 펴는 이들이 곁벌이(부업)처럼 쓴 글이라는 티가 물씬 나더라. 슬픈 우리 민낯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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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4.19.


《문방사우》

 이겸노 글, 손재식 사진, 대원사, 1989.5.15.



서울에서 ‘한국문학예술저작권협회’ 일꾼을 만났다. 이오덕 어른 글이랑 책을 놓고서 아직 안 끝난 슬픈 실랑이를 지켜보았다. 이오덕 따름이(제자)라 밝히는 분이나 몇몇 펴냄터는 왜 그렇게 ‘이오덕 이름을 내건 장사’에 목을 매달까? ‘이오덕 이름을 내세우는 장사’가 아닌 그들 삶을 걸면서 새길을 스스로 기쁘게 지어서 나누는 아름길을 펼 일이 아닐까? “어른을 따른다”고 말하지만 막상 “어른을 울궈먹는” 이들은 나이가 일흔이나 여든 살이어도 철들지 않은 얼치기라고 느낀다. 대전으로 건너온다. 오늘 고흥으로 돌아가지 못하겠구나. 〈우분투북스〉에 들러서 책바람을 쐰다. 서울은 파란하늘을 한 조각조차 못 보았다면 대전은 파란하늘을 살짝 볼 수 있다. 저녁에 길손집을 들려고 미리 잡았는데, 똑같은 이름이되 꽤 먼 데 떨어진 두 집이 있다고 해서 한참 헤맸다. 《문방사우》를 새로 읽었다. 푸름이로 살던 지난날에는 ‘글벗(문방사우)’을 알아야 한다고 읊는 어른이 많았다면, 이제는 ‘글벗’을 살피는 눈길이 없다시피 하다. 붓이 아니어도 글을 쓰고, 종이가 아니어도 책을 읽으니까. 그런데 ‘붓·먹·벼루·종이’란 우리말이 어떤 뿌리요 결인가를 배우지 않은 채 글만 읽거나 쓰면 ‘글’조차 모르는 셈 아닐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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