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4.30.


《영어 잡학 사전》

 구경서 글, 길벗이지톡, 2017.1.16.



아침에 고흥읍으로 간다. 벌교읍으로 가는 시골버스를 탄다. 한 시간 남짓 달려서 벌교기차나루에 닿는다. 고흥·순천 사이를 오가는 시외버스가 일손을 놓아서(파업) 멀리 돈다. 한 시간 남짓 칙폭이를 기다린다. 진주에 닿아 진주 시내버스를 살피니, 언제 올 지 몰라 택시를 탄다. 자리를 옮기는 〈동훈서점〉으로 찾아간다. 칠암거룩집(성당) 앞 호젓한 골목에서 책빛을 편다. 예전 자리에 대면 매우 고즈넉하면서 사람들 발길도 잦다. 두고두고 이 터를 밝히는 마을책집으로 이어가기를 바라면서 대구로 건너가는데, 대구 길손집 일꾼이 틀림없이 텅 빈 이곳이 “꽉 찼다”는 뻔한 거짓말로 웃값을 받으려 한다. 그냥 토요일이라서 더 받겠다고 말하면 되는데 왜 거짓말을 할까? 《영어 잡학 사전》을 읽었다. 누구나 이녁 책에 ‘사전’이란 이름을 붙여도 되지만, 좀 너무하는구나 싶더라. 서울 강아랫마을에서 이름난 영어 길잡이라는 글님이라는데, ‘잡학’이라기보다 ‘slang’이라 해야 걸맞다고 느낀다. ‘뒷말’까지 안다면 우리말이건 영어이건 더 ‘잘’ 아는 길일는지 모른다면, 끼리말이나 꾼말에 앞서 삶말과 살림말과 사랑말과 숲말을 익히면서 새말을 찾도록 영어를 다루면 얼마나 빛나는 책이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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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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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4.29.


《밤 기차 여행》

 로버트 버레이 글·웬델 마이너 그림/민유리 옮김, 키위북스, 2020.1.20.



아침비를 맞이한다. 어제 풀죽임물 냄새로 온마을이 휩싸인다 싶더니, 하늘이 우리를 어여삐 여겨 빗줄기로 씻어 준다. 오늘도 후박나무 꽃망울비를 누린다. 바람이 불거나 비가 들면 투두둑 투두둑 소리를 내며 꽃망울비가 함께 내린다. 후박꽃망울을 빗자루로 한쪽으로 쓸다가 생각한다. ‘올해까지는 다시 흙으로 돌려주기만 했는데, 이듬해에는 채그릇에 담아 햇볕에 말려서 잎물(차)로 삼아 보자.’ 《밤 기차 여행》은 하루가 흐르는 결을 칙폭길에서 새롭게 맞이하면서 기지개를 켜는 마음을 들려준다. 바깥일을 보러 먼마실을 자주 다녀야 한다면 미닫이(창문) 바깥을 굳이 쳐다보지 않고 꿈나라로 갈는지 모르나, 바깥마실을 자주 다니더라도 늘 미닫이 바깥을 바라보면서 삶이 흐르는 눈부신 빛살을 누릴 수 있다. 납작길(지옥철·교통지옥)에 시달린다고 여기며 지겹다고 말할 수 있지만, 납작길이건 아늑길이건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며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뜨개질을 하거나 노래를 듣거나 종이접기를 하거나 그림을 그릴 수 있다. 둘레(사회)에 얽매일 수 있고, 둘레(환경)를 스스로 새마음이 되어 바꿀 수 있다. 어린이책이니 어린이만 봐야 한다고 여기는 눈이 있고, 어린이책이니 어린이부터 다같이 누린다고 여기는 눈빛이 있다.


#NightTrain #RobertBurleigh #WendellMin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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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4.28.


《한국 고라니》

 김백준·이배근·김영준 글, 국립생태원, 2016.3.28.



작은아이랑 깃털공놀이(배드민턴)를 한다. 그냥 ‘배드민턴’이라 말하기도 하지만, 깃털공(셔틀콕)을 톡톡 쳐서 띄우고 받으니 ‘깃털공놀이’라고 할 만하다. 오늘 하늘은 구름바다이다. 하늘을 보노라면 날에 따라 구름바다·구름물결·구름너울·구름밭·구름꽃이라 할 만큼 빛이며 결이 늘 다르다. 자전거로 면소재지 우체국을 다녀오는데 풀죽임물(농약) 냄새가 짙다. 마늘밭마다 풀죽임물을 쏟아붓는다. 풀죽임물을 칠 적에는 한꺼번에 치니 온 시골이 죽음바람으로 흘러넘친다. 이 죽음수렁에서 산목숨(생명)이라 하는 먹을거리를 거둘 수 있을까? 죽음물결을 이루는 논밭이 사람들 숨빛을 북돋우는 슬기롭고 참된 노릇을 할 만할까? 박정희 새마을바람이 퍼뜨린 ‘정부·농협·대기업’ 죽음고리는 그야말로 시골을 죽이고, 온나라를 옥죄는 바보짓 아닌가? ‘스마트팜’ 따위를 하거나 논도랑을 잿빛(시멘트)으로 덮는 데에 해마다 목돈을 쏟아붓지 말고, 살림빛이 흐르는 길에 품이며 돈을 쓸 노릇 아닌가? 국립생태원이 《한국 고라니》를 펴낸 줄 뒤늦게 알았다. 나라 한켠에서는 값진 일을 했네. 안 파는 책(비매품)이 아니라 아직 장만할 수 있구나. 제대로 선 나라라면 “고라니·멧돼지와 함께사는 논밭살림”을 엮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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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4.27.


《나와 태양의 배》

 나카반 글·그림/이은주 옮김, 봄볕, 2021.12.7.



후박나무 꽃망울비를 맞는다. 후박나무는 꽃망울을 아주 많이 떨군다. 감나무나 고욤나무가 꽃송이를 그토록 많이 떨구는데, 후박나무는 꽃망울을 엄청나게 떨군다. “이렇게 많이 떨구어도 되나?” 하고 고개를 들어 후박나무를 살피면, 떨군 꽃망울보다 훨씬 많이 꽃을 피운다. 읍내 우체국으로 큰꾸러미를 부치러 간다. 5월에 포항에서 펼 노래꽃잔치(동시 전시회)에 쓸 노래꽃판이다. 판 하나는 가벼우나 서른을 모으니 묵직하다. 땀빼지 말자 싶어 느긋이 나간다. 천천히 걸으며 볕을 쬔다. 생각보다 일을 일찍 마친다. 어린이쉼터로 걸어간다. 나무 곁에 앉아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바로 뻗는다. 드러누워 등허리를 펴고서 《나와 태양의 배》를 가만히 되새긴다. 그림님이 어린 날 겪은 삶을 돌아보면서 오늘날 어른들이 아이 마음빛을 고요히 품어 주기를 바라는 뜻을 들려주는구나 싶다. 그런데 왜 나들배(여객선)를 그렸을까. ‘태양의 배’처럼 ‘해’란 우리말을 안 쓰고 ‘태양의’처럼 일본말씨를 그대로 둔 대목도 아쉽다. 온누리로 보면 해도 별이다. 스스로 빛나는 별처럼 모든 아이어른은 스스로 빛나는 별을 품은 숨결이다. 펴낸곳이 ‘봄볕’인데 ‘빛볕살’로 잇는 해를 조금 더 헤아려 보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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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4.26.


《마음의 수수밭》

 천양희 글, 창작과비평사, 1994.10.31.



지난밤부터 벼락비가 내렸고, 봄들녘을 허벌나게 적시더니 천천히 빗줄기가 그치고, 저녁에 이르러 갠다. 홍성에서 길잡이(교사)로 일하는 이웃님이 아이들을 데리고 제주마실을 가는 길에 고흥에 들르신다. 고흥에 그냥 찾아오기는 만만하지 않다. 곧장 들어오는 시외버스를 찾기도 쉽잖고, 몇 없으며, 그나마 읍내부터는 움직이기가 힘들지. 스스로 부릉이(자가용)를 끌고 오지 않고서는 잘 찾아오지 못하는 시골이다. 이웃님네 큰아이가 우리 책숲에서 대뜸 집은 책은 《밀림의 왕자 레오》이다. 알아보는 눈이 밝구나! 건사할 책(보관본)으로 장만해 두었으나 우리 아이들한테 안 읽힐 수 없어 비닐을 뜯었고, 아이들 손때를 엄청 탔다. 한 벌 더 장만하고 싶으나 테즈카 오사무 님 그림꽃책을 되사기는 참 어렵구나. 《마음의 수수밭》을 읽었다. 1994년에 처음 나온 노래책이네. 그해에는 이 노래책이 눈에 안 들어왔다. 서른 해 즈음 지나서 읽자니 너무 말장난스럽다. 아마 지난날에 들추었어도 똑같이 말장난스럽다고 느꼈으리라. 노래는 노래인데 왜 자꾸 ‘고귀한 문학예술로 멋을 부려야 한다’고 여길까? 밤에 구름이 걷힌다. 별이 빛난다. 이튿날 제주로 들어설 이웃님도 오늘 별밤을 누리고 이 별빛을 온마음으로 품어 주시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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