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5.10.


《BOOK TOOLS》

 김진섭 글·신규철 사진, 안그라픽스, 2016.4.11.



자전거로 우체국에 간다. 이즈막 남녘은 쏴아아아 소리가 곳곳에 퍼진다. 마늘밭에 풀죽임물을 뿌리는 소리로, 죽음냄새가 가득하다. 풀을 죽이려고 뿌리는 물에는 노래도 웃음도 기쁨도 보람도 사랑도 없다. 풀죽임물을 뿌리는 논밭에서는 들노래도 들놀이도 없고, 아이들도 없다. 나라(정부)하고 흙두레(농협)는 이 대목을 안 쳐다본다. 왜 어린이하고 젊은이가 재빨리 시골을 등졌는가? 지난날에는 왜 시골에 아이어른이 바글바글 얼크러질 수 있었는가? 콩 석 알을 심어 새·벌레·사람이 고루 나눌 뿐 아니라, 고되다는 일을 하더라도 늘 노래춤이 함께였고, 아이어른이 나란히 앉는 이야기밭을 늘 스스로 지었다. 다시 말하자면 ‘살림(문화)’이 언제나 시골에 가득했기에 사람도 넘실거렸다. 오늘날 시골에 살림(문화)이 있는가? 살림 없는 시골에 누가 살고 싶겠나? 하늘도 별도 잊은 시골에 젊은이가 안 가고 싶을밖에 없다. 《BOOK TOOLS》를 읽다가 예전에 삼례책마을에 가서 본 어마어마한 책틀(인쇄기)이 떠올랐다. 책마을이 잊었어도 안 잊은 일꾼이 있어서 놀랐다. 그래, 나라에서는 살림을 잊거나 뭉개거나 버린다. 우리 스스로 일꾼이 되어 손수 가꾸고 돌보며 북돋을 노릇이다. 스스로 노래하고 춤추면 스스로 살리며 사랑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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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5.9.


《농본주의를 말한다》

 우네 유타카 글/김형수 옮김, 녹색평론사, 2021.3.12.



산들보라 씨가 문득 숲노래 씨를 부르더니 한 마디. “자, 눈감고 입을 벌려요.” 눈을 감고 입을 벌리니 우리 집 멧딸기를 쏙 넣는다. “보라 씨가 드시지요.” “저는 많이 먹었는데요.” 그래, 작은아이는 먼저 실컷 훑어서 누리고서 몇 알쯤 어머니 아버지 누나한테 건네준다. 슬몃슬몃 붓꽃이 오르고 찔레꽃이 흐드러지고 꽃찔레(장미)가 소담스러이 온집안을 밝히는 하루이다. 꽃내음이 가득한 마당에 빨래를 널면 옷가지에는 저절로 이 냄새가 밴다. 그러고 보면 우리 몸이며 옷은 우리 삶터에서 흐르는 기운이 스민다. 숲노래 씨가 하루이틀쯤 서울만 다녀오면 “아, 아버지 몸에 서울냄새!” 하면서 코를 막는다. 마땅한 일인데, 서울이건 부산이건 광주이건 순천이건 대전이건 인천이건 원주이건 청주이건 …… 우리나라 어느 곳을 다녀오건 등짐을 내려놓고 등허리를 토닥이고서 바로 씻고 머리를 감는다. 이런 뒤에 며칠쯤 해바라기·바람바라기를 하면 비로소 서울냄새가 가신다. 《농본주의를 말한다》는 줄거리가 알뜰하다고 느끼되, 글결은 ‘일제강점기 찌꺼기’투성이라 할 만하다. 흙살림길(농본주의)을 말하면서 막상 흙말이나 숲말은 한 자락도 안 보인다. 왜 그럴까? 흙길이며 숲길을 부스러기(지식) 아닌 삶으로는 못 나눌까?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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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5.8.


《너무 너무 졸려요》

 모리야마 미야코 글·사노 요코 그림/김정화 옮김, 도토리나무, 2020.11.5.



마당 끝자락에서 자라는 꽃찔레(장미)가 소담스레 꽃송이를 터뜨린다. 우리가 이 시골집에 깃들 즈음에는 동백나무를 감싸며 줄기가 뻗었기에 울타리를 따라 나들길 쪽으로 가도록 살살 달래는데 얼마나 뿔을 내는지 모른다. 그러나 꽃찔레도 여러 해 뿔을 내다가 스스로 보아도 안 되겠는지 우리 뜻대로 줄기를 뻗어 주는데, 이러다가 마르고, 다시 줄기를 내다가 마르기를 되풀이한다. 올해에는 나들길까지 줄기를 뻗고서 고샅까지 꽃송이를 드리울 수 있기를 빈다. 뒤꼍은 흰찔레로 향긋하다. 눈부시지 않은 꽃이 어디 있을까. 앉은꽃이 피는 2월 끝자락부터 5월까지 내내 숱한 꽃이 갈마들면서 잔치를 벌인다. 모든 하루가 꽃잔치인 봄이다. 오늘은 구름밭이어도 빨래를 해서 넌다. 《너무 너무 졸려요》는 잠을 노래하는 그림책이다. 줄거리도 그림도 상냥하다. 옮김말 하나만 아쉽다. 수수하게 살림을 짓는 어버이 말씨로 손질하는 펴냄터는 없을까. 아이들은 졸음이 쏟아지면 언제 어디에서라도 바로 잔다. 걱정하지 않는다. 어버이라면 실컷 뛰놀다가 까무룩 꿈나라로 날아가는 아이를 신나게 안고 업고 어르고 달래어 토닥이는 몫을 하겠지. 놀기에 아이요, 일하기에 어른이다. 놀기에 자라고, 일하기에 큰다. 둘은 늘 한동아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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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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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5.7.


《햇볕이 아깝잖아요》

 야마자키 나오코라 글/정인영 옮김, 샘터, 2020.3.20.



볕이 좋은 하루이다. 모싯줄기가 쭉쭉 오르면서 뒤꼍 멧딸기덩굴을 덮는다. 바람이 살랑살랑 일렁인다. 바깥마루에 앉아 책을 읽자니 바람이 “늘 하는 책읽기인데, 이런 날까지 또 책을 펴야 하니?” 하면서 종이를 와라락 넘긴다. 바람 따라 후루룩 넘어가듯 책도 후루룩 읽고서 덮으라는 뜻이다. 햇볕을 먹으면서 놀라는 셈이지. 저녁에는 개구리 노랫소리하고 소쩍새 노랫소리가 어우러진다. 햇볕으로도, 바람으로도, 새벽이슬로도, 구름그늘로도, 새노래랑 풀노래랑 개구리노래로도 넉넉히 배부르다. 여기에 아이들이 뛰노는 노래가 섞이면 언제나 든든한 하루이지. 《햇볕이 아깝잖아요》를 읽었다. 한때 서울에서 아홉 해를 살았는데 그때 “햇볕이 아까우니 밖에서 걸어야겠다”고 으레 생각했다. 해가 좋은 날은 땅밑으로 파고드는 칙폭이를 탈 마음이 없다. 버스조차도 타기 싫다. 그저 걸으며 두 팔을 벌리고 춤추는데, 해가 내리쬐면 “덥잖아!” 하면서 외려 길에 사람이 없더라. 서울내기(도시생활자)라면 “햇볕이 아깝잖아요” 하고 말할 테지만, 시골내기(농촌거주자)라면 “햇볕이 사랑입니다” 하고 말하겠지. 해도 별도 사랑이다. 비도 바람도 사랑이다. 풀벌레도 벌나비도 사랑이다. 이 모든 사랑은 풀꽃나무를 거쳐 우리 곁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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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5.6.


《삼국유사 사전》

 정호완 엮음, 지문당, 2019.1.2.



노래꽃꾸러미를 포항 이웃님한테 띄운다. 예전에 쓴 노래꽃에 새로 쓴 노래꽃을 섞는다. 누가 받을는지 모르기에 ‘틈틈씨·자주씨·방긋씨’에다가 ‘오늘씨·놀이씨·아이씨’ 같은 이름을 하나하나 넣어 본다. 노래판만 보내기에는 모자라지 싶어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을 곁들인다. 어느 글님이건 책을 건넬(선물할) 적에는 ‘10자락을 팔아야 1자락을 건넬’ 수 있다. 2000자락을 팔면 200사람한테 건넬 수 있고, 20000자락을 팔면 2000사람한테 건넬 만하다. 다만 10자락을 팔아 1사람한테 건네는 살림이라면 굶을 테니, 20자락을 팔아 1사람한테 드리고 우리 살림돈으로도 나란히 놓자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걸어서 면소재지 우체국으로 갔고, 개구리 노랫소리가 퍼지는 들빛을 누리며 집으로 돌아왔다. 《삼국유사 사전》을 읽고서 “백제 들사람 사전”이나 “고구려 멧사람 사전”이나 “가야 숲사람 사전”이나 “신라 서울사람 사전” 같은 꾸러미를 엮어 보자고 생각한 사람이 있을까 궁금하다. 책에 이름을 남기는 사람들이 아닌, 수수하게 짝꿍을 사랑하고 아이를 반가이 맞이하며 포근히 돌본 사람들 하루살림을 여미자는 마음은 얼마나 있을까? ‘교육·사회·문화·종교·정치·예술’이 아닌 오직 ‘살림’을 생각해 본다면…….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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