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5.15.


《혼불 1》

 최명희 글, 한길사, 1996.12.5.



어제는 ‘우람’을 풀었다. 오늘은 ‘키·칼’을 푼다. 이 낱말이 어떻게 왜 태어나서 여러모로 가지를 뻗어 오늘에 이르렀는가 하는 수수께끼를 거의 짚는다. 처음 글종이에 낱말 하나를 적으면 둘레가 텅 빈 채 덩그러니 있는 듯하지만, 어느새 하나둘 실마리를 찾는다. 하나씩 하면 차근차근 나아간다. 한꺼번에 안으면 무거워 주저앉는다. 작은아이랑 읍내마실을 다녀오는 길에 ‘망설이다’를 놓고 글을 한 자락 써서 건넨다. 망설여도 되지만 굳이 망설여야 할까? 바람이 부드럽고 꽃내음이 짙다. 구름이 물결치고 제비가 하늘을 가른다. 《혼불 1》를 되읽었다. 예전에는 무엇을 느끼고 생각했는지 하나도 안 떠오른다. 워낙 오랜만에 되읽은 탓일 수 있고, 예전에는 ‘인천살이’를 했기에 ‘전주살이·전라살이’를 보낸 삶길을 읽기가 만만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혼불》을 처음부터 새롭게 읽고 보니 《태백산맥》하고 《토지》에 없는 대목이 도드라진다. 최명희 님은 조정래·박경리 두 분과 달리 ‘우리말을 우리말답게 쓰려’고 몹시 애썼구나. 두 분은 일본말씨·옮김말씨하고 일본스런 한자말을 꽤 자주 썼고, 최명희 님은 이런 말씨를 되도록 걷어내려 했다. “우리말로 글쓰기”를 생각한다면 《혼불》이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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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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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5.14.


《에코의 초상》

 김행숙 글, 문학과지성사, 2014.8.18.



밤새 무릎·팔다리·등허리가 후끈후끈하다가 새벽에 이르러 잦아든다. 아무래도 어제 한나절을 함박비를 고스란히 맞으면서 자전거를 터덜터덜 끌며 집으로 걸어왔기 때문이로구나 싶다. 걷기랑 자전거를 사랑하는 삶이니, 앞뒤 바퀴가 모두 터진 자전거를 비실비실 끌었다고 느낀다. ‘걷기 + 자전거’인 셈이다. 새벽 세 시부터 하루를 연다. 아침 여덟 시 즈음 비로소 일을 쉬고서 잠든다. 구름 하나 없이 별빛이다가 햇빛인 하루이다. 이불말리기를 하기 좋다. 어제 바닷길에서 노래꽃 ‘빗길’을 썼다. 오늘은 ‘자전거’를 쓴다. 주디스 커 님을 헤아리며 ‘주디스 커’ 삶길을 노래꽃으로 써 본다. 빗길을 자전거를 끌며 보낸 터라 두 가지 노래꽃을 쓸 뿐 아니라, 한참 걸으며 주디스 커 님이 가싯길을 웃고 노래하며 보낸 밑힘을 떠올렸다고 느낀다. 《에코의 초상》을 읽으면서, 오늘날 숱한 어른노래(시문학)를 읽다가, 왜 이리 벼랑끝에 서는 말재주에 갇히는지 돌아보았다. 틀림없이 나라(정부)가 꽉 막힌 탓이 크고, 배움수렁(입시지옥)이 사람들 머리를 갉아먹고, 나눔살이 아닌 돈벌이(경제성장)만 앞세우는 바보짓 탓도 크다. 그러나 이런 때일수록 노래(시)는 더더욱 허물을 벗고서 나비로 깨어나는 사랑을 그릴 노릇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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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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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5.13.


《구름보다 태양》

 마시 캠벨 글·코리나 루켄 그림/김세실 옮김, 위즈덤하우스, 2022.2.16.



자전거를 몰아 전남 고흥 첫 마을책집인 “녹동 〈더 바구니〉”로 찾아간다. 고흥 도화에서 고흥 도양읍(녹동)으로 가자면 면소재지를 거쳐 풍양면을 넘는다. 들길·바닷길·멧길·바닷길·묻은길(매립지)을 차곡차곡 가로지른다. 가다가 멧딸기를 훑는다. 5월 한복판은 멧딸을 누리는 싱그러운 철. 책집지기님하고 이야기를 하고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빗방울이 조금 듣나 싶더니 쏟아진다. 눈앞을 가릴 만큼 퍼붓는 비에 길섶에서 구르는 모난 것을 못 봤고, 앞뒤 바퀴가 몽땅 터진다. 어찌할까 생각하며 제자리에 서서 함박비를 맞다가 그냥 걷는다. 아까시꽃을 몇 훑어서 먹는다. 빗물에 떨어진 후박꽃을 주워서 먹는다. 풍양면 멧딸고개이자 깔딱고개부터 두 시간 반 남짓 걸어 집에 닿았다. 《구름보다 태양》을 여러 벌 되읽으며 이 그림책을 아이들한테 읽힐까 말까 망설였다. 아이들은 스스로 길풀이를 살피지 못 하고, 어른들은 제대로 길풀이를 헤아리지 못 한 채 오래도록 팔짱을 낀 모습이 고스란히 흐르는 오늘날 배움터(학교)를 낱낱이 드러내는 줄거리이다. 으뜸어른(교장선생)이 나서기에 비로소 길풀이 가운데 하나를 펴지만,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을 밝혀서 달래는 길풀이가 아닌 터라, 또 ‘덧씌우기(벽화)’로 맺어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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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methingGood #MarcyCampbell #CorinnaLuyken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이 그림책은 ‘나쁘지는 않’다.

그러나 공공교육기관뿐 아니라

공공사회에서 흔히 벌어지는

‘바보스레 길든 굴레’가

어떻게 왜 말썽인가 하는 대목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더구나 이런 말썽이 불거질 적에

다들 한참 팔짱을 낀 채

도무지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는 모습까지

고스란히 보여준다.


으뜸어른(교장선생)이 나설 때까지

아이들도 여느 길잡이(교사)도

선뜻 나서지 못할 뿐 아니라

다같이 ‘바보말(악담·비방용어·혐오표현)’에

길든 채 뒹구는 모습까지 보여주니

어느 모로 보면

‘나쁘지는 않되 끔찍한 책’이라고 느낀다.


왜 아이들이 화장실에 멍청한 낙서를 할까?

왜 아이들이 스스로 나서서 이 멍청짓을 씻는 길을

그림책으로 풀어내지 못할까?

가장 높다는 어른이 나설 때까지

왜 다른 어른들은 아무것도 안 하거나 못 할까?


다들 길들었다.

얼핏 ‘민주주의’와 ‘평화공존’을

줄거리로 들려주는 척하지만

이보다는 ‘누가 시키지 않으면 스스로 하나도 못하는’

‘공교육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해야 알맞을

그림책이라고 느껴

매우 아쉽다.


더구나 길풀이(해법)를

‘고작’ 담그림(벽화)으로 얼렁뚱땅 맺으니……

너무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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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5.12.


《내가 좋아하는 것들, 산책》

 이정하 글, 스토리닷, 2022.4.26.



모든 하루는 다르고, 다른 오늘은 새롭고, 새로운 날은 스스로 짓는다. 늘어나는 붓꽃이 일으키는 노란물결을 바라본다. 굵어가는 매실이 펴는 푸른너울을 살펴본다. 솟아나는 모시는 곧고 씩씩하지. 새빨간 멧딸기는 온몸에 새빛을 퍼뜨리지. 후박꽃을 주워서 먹는다. 올해에는 후박꽃이 유난히 많이 맺는데, 나무에 남은 꽃도 허벌나지만, 마당에 떨구는 꽃은 훨씬 허벌나다. 쓸어서 뒤꼍 뽕나무 곁에 뿌리기도 하지만, 나무 곁에 쪼그려앉아 하나둘셋넷 손바닥에 얹어 꽃내음을 맡다가 슬쩍 혀에 얹어 가만히 씹는다. 갓 떨군 나무꽃 한 송이란 얼마나 달콤하면서 온몸에 짜르르 기운을 퍼뜨리는지. 옛사람은 굳이 많이 먹을 까닭 없이 꽃 몇 송이로 배가 불렀으리라. 오늘사람은 서울살이에 스스로 갇힌 채 많이 먹어도 자꾸 배고프다고 여겨 서로 가로채려 악쓰다가 그만 배불뚝이로 치닫는구나 싶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 산책》을 읽는다. 아이를 돌보는 어머니 하루, 혼자 펴냄터(출판사)를 차려서 꾸리는 나날, 시골내기로 서울에 자리를 잡아 곁님하고 가꾸는 보금자리, 일터 곁 마을책집·꽃집을 이웃으로 삼아 사뿐히 걷는 몸짓을 수수하게 그리는구나 싶다. ‘대단하지 않을’ 이야기를 찬찬히 그리기에 ‘대단한’ 책이라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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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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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5.11.


《엄마 엄마 함께 놀아요》

 하마다 케이코 글·그림/김창원 옮김, 진선출판사, 2005.2.25.



사름벼리 씨하고 읍내마실을 한다. 집에 있을 적에는 노래꽃을 쓸 틈을 못 내고, 꼭 이렇게 집을 떠나야 쓴다. 집에서는 집안일을 하느라 붓을 쥘 겨를을 못 낸달까. 곰곰이 생각하자니, 그동안 글바치가 돌이(남성)판일 까닭을 알 만하다. 여태 돌이는 집안일을 안 했잖은가? 집안일로 하루 내내 숨돌릴틈이 없던 순이가 어찌 붓을 들겠나. 오늘날 글순이(여성작가)가 늘어난다면, 순이가 비로소 집안일에서 손을 놓거나 집안일을 돌이한테 제법 맡겼다는 뜻이다. 글순이는 더 늘어야 할 테고, 글돌이는 붓 좀 내려놓고 집안일을 할 노릇이다. 글순이나 글돌이 모두 ‘붓하고 부엌칼하고 걸레하고 수세미하고 호미’를 나란히 쥐는 길로 나아가기를 빈다. 삶이 있어야 글감이 있고, 살림을 지어야 글빛이 밝으며, 사랑을 지어야 글씨가 정갈하다. 지난날 숱한 글돌이는 삶·살림·사랑이 없이 입발림글·겉발림글만 쏟아냈다. 《엄마 엄마 함께 놀아요》는 《아빠 아빠 함께 놀아요》하고 한짝이다. 아름그림책이다. 아직 우리나라는 이만 한 그림책을 못 짓고 못 엮고 못 쓴다. 아이랑 함께 놀고 살림짓고 쉬고 꿈꾸고 이야기하는 하루이기에, 곁님하고 서로 참사랑을 속삭이는 오늘이기에 이만 한 책빛을 여미지. 시골버스에서 글을 꽤 썼다.


ㅅㄴㄹ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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