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5.25.


《국어 어원사전》

 김무림 글, 지식과교양, 2020.1.10.



인천 수봉산 기스락에서 새벽을 맞이하는데 개구리 노랫소리를 듣는다. 큰고장 한복판이어도 멧자락을 낀 마을은 아직 개구리가 곁에 있구나. 숭의4동 골목을 걷는다. 머잖아 이 마을은 길그림에서 아주 사라진다. 멀쩡한 집·마당·나무는 늦봄볕을 조용히 받는다. 부천 〈용서점〉을 찾아간다. 가볍게 이야기하고 고흥으로 돌아가려 했는데 그만 일곱 시간이나 책수다를 했다. 다시 서울 명동으로 간다. 앞으로도 명동이 서울에서 값싸고 깨끗한 길손집이려나. 저녁에 을지로 쪽을 걷다가 길거리 술집에 넘치는 사람을 보고 놀랐다. 《국어 어원사전》을 몇 달에 걸쳐 곰곰이 읽고 생각해 보았다. “국어 어원”이란 이름을 붙인 탓인지, ‘가꾸목·가께소바·가께우동·가나·가라·가라오케·가마니·가방·가보·각광·고도리·곤색·고조·구락부·국판·궐련’이나 ‘간증·가사·가얏고·각본·각색·간도·간부·간석지·간자장면·간조·강원도·거동·거량·거사·건달바·겁·결코·경기도·경마·경상도·계·고구려·고답·과년·광복·구라파·구랍·금실·금자탑·기별·기쓰면·기어코·기우·깐풍기·나사·나왕·나침반’이나 ‘가스펠·가톨릭·고고·고딕·고무·굿바이·그리스도·기독·껌·나일론·나치’처럼 “우리말 아닌 바깥말”을 꽤나 많이 다뤘다. ‘우리말’을 다룬 꼭지만 뽑는다면 책이 홀쭉하리라. 그런데 ‘구두·곤두·간직·귀찮다·그냥·꾼·나중·조용·철·대수롭다·모습·무늬·모시·봉우리·붓·설·광주리·괴롭다’ 같은 우리말을 뜬금없이 한자로 끼워맞춰 “한자 말밑인 낱말”인 듯 적어 놓았다. 한숨이 절로 나올 만한 책인데, 이런 책을 쓰는 사람이 열린배움터에서 젊은이를 가르칠 뿐 아니라, 이렇게 뜬금없는 목소리를 잔뜩 풀어놓고서 ‘사전’이란 이름으로 나온다. 창피한 우리나라 민낯이다. 우리말을 우리말로 읽지 못할 뿐 아니라, 일본말이나 중국말이나 영어를 잔뜩 집어넣은 《국어 어원사전》은 얼마나 부끄러운가? 곰곰이 생각해 보면, 글쓴이 스스로 ‘국어’라는 수렁에 갇혀서 허우적거린다. 우리말은 ‘국어’가 아니다. ‘국어 = 일본 우두머리가 사람들을 총칼로 억누를 적에 퍼뜨리려던 일본말’이다. 제발, 붓쟁이들아, 넋을 차리자.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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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5.24.


《주디스 커》

 조안나 캐리 글/이순영 옮김, 북극곰, 2020.9.1.



햇볕을 듬뿍 받으며 인천 주안을 걷는다. 주안나루 곁 마을책집은 롯데리아로 바뀌었다. 옛 인천시민회관 건너 마을책집도 사라졌다. 둘레에 여쭈니 꽤 된 일이라는데 매우 섭섭하다. ‘먹고 입고 마시고 부릉부릉’은 씀(소비)일 뿐, 살림(문화)하고 멀다. 배움책(학습지)으로 먹고살던 마을책집이 배움책을 털어내고서 ‘살림책’으로 거듭나도록 북돋울 작은길(조례)을 생각조차 못 하는 벼슬꾼(공무원·정치꾼)만 있다면 그 고장은 죽음길로 가리라. 〈딴뚬꽌뚬〉에 깃들어 푸근하게 쉬며 이야기한다. 인천 시내버스를 타고 배다리로 건너가서 〈시와 예술〉이랑 〈아벨서점〉이랑 〈모갈1호〉에 들러 두리번두리번 책을 본다. 〈마쉬〉를 오늘 들를 수 있을까 싶어 배다리에서 움직이며 들여다보지만 끝내 못 들른다. 저녁에 〈나비날다〉에 가서 “우리말 말밑 이야기”를 편다. 오늘은 ‘구두·꽃’이 얽힌 수수께끼를 들려주면서 ‘가시내·머스마’ 말밑 이야기를 곁들인다. 《주디스 커》를 아이들하고 함께 읽었다. 우리말로 안 나온 주디스 커 그림책이 꽤 된다. 모두 우리말로 옮기기는 벅찰는지 모르나, “주디스 커 꾸러미(선집 또는 전집)”를 해볼 만하리라. 가시밭길도 벼랑도 아닌 삶길을 바라보고 품은 이분 붓끝이 사랑스럽다.


ㅅㄴㄹ


#JudithKerr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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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5.23.


《루나레나의 비밀편지》

 안명옥 글·황미나 그림, 책과이음, 2020.8.17.



아침 일찍 두 아이 배웅을 받으며 서울길에 나선다. 읍내 버스나루에서 한 시간을 기다리며 노래꽃을 쓴다. 버스에서 다섯 시간이 조금 안 되게 앉을 테니 내내 서서 글을 쓴다. 손이 저리면 붓을 내려놓고 밖으로 나와서 제비집을 바라본다. 새끼 제비가 둥지 밖으로 고개를 내밀 만큼 잘 자랐다. 기나긴 버스길에 책도 읽고 노래꽃을 옮겨적고 한숨 돌리면서 꿈을 그리다가 서울에 닿는다. 〈서적백화점〉, 〈서울책보고〉, 〈메종인디아〉 세 곳을 들르며 바깥일을 보는데, 길에서 스치는 어린배움터 아이들은 거의 다 입가리개를 한다. 아이들이 뭔 잘못일까? 아이들한테 뭘 길들일까? 길에 나붙은 서울교육감 다짐도 전남교육감하고 비슷하다. 아마 나라 곳곳이 비슷하겠지. 그러면 그러지들 말고 ‘모든 사람 밑살림돈(기본소득)’으로 맞추면 품이 덜 들고 훨씬 나을 텐데. 명동 길손집에 들러 《루나레나의 비밀편지》를 생각한다. 2003년에 처음 나온 이 그림꽃책(만화책)은 꽤 많이 팔리고 읽혔다. 푸른순이한테 몸꽃(신체변화)을 차근차근 들려준다. 아쉬운 대목도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나온 책으로 보자면 잘 엮었다고 본다. 그런데 푸른돌이한테는 무슨 길잡이책이 있을까? 푸른돌이한테 ‘몸사랑’을 들려주는 어른이 있기는 있을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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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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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5.22.


《빛을 가져온 갈까마귀》

 제럴드 맥더멋 글·그림/서남희 옮김, 열린어린이, 2011.5.12.



서울·인천으로 바깥일을 보러 다녀오기 앞서 읍내 저잣마실을 한다. 해날인데 시골버스에 푸름이가 많다. 이 아이들은 읍내에 놀러다니기도 할 테고, 어울집(기숙사)에서 지내느라 해날에 맞추어 오가기도 한다. 읍내 버스나루에 전남교육감으로 나선 셋 가운데 한 사람 다짐종이(공약 홍보지)가 있다. 이름쪽(명함)하고 걸개천이 아닌 다짐종이를 내놓는 사람을 여태 처음 본다. 죽 읽자니 ‘전남학생 교육수당 20만 원’이 있다. 시골을 떠나지 말라고 ‘교육수당’을 주겠다고 말할 텐데, ‘학교밖 청소년’도 이 테두리에 들려나? 아리송하다. 우리나라 배움틀(교육정책)을 보면 ‘서울을 뺀 모든 고장 아이들’을 ‘서울바라기’로 내모는 배움수렁이다. 열아홉 살까지만 시골·작은고장에 붙들면 될까? 마침종이(졸업장)를 따지지 않고 살림을 스스로 가꾸는 길을 밝히는 배움틀로 바꿀 배움지기(교육감) 노릇을 누가 하려나. 《빛을 가져온 갈까마귀》를 읽었다. 죽살이를 가만히 보여주면서 삶을 이루는 빛줄기는 어디에서 태어나 이 별을 어떻게 비추는가 하고 스스로 돌아보기를 바라는 줄거리라고 느낀다. 여태 숱한 배움지기·고을지기·나라지기는 거짓말을 일삼았다. 곰곰이 생각한다. 아마 그들만 거짓말을 일삼지 않았으리라.


#Raven #ATricksterTaleFromThePacificNorthwest #GeraldMcdermott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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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5.21.


《나 혼자 자라겠어요》

 임길택 글·정승희 그림, 창비, 2007.8.10.



바람이 고요한 아침이다. 볕이 좋다. 고욤꽃을 주워 혀에 얹는다. 해마다 이맘때에만 살짝 누리는 맛이다. 처음 고흥에 깃들 즈음 고욤꽃하고 감꽃을 주워서 먹을 무렵, 둘레에서 ‘고욤꽃·감꽃’을 갈라 주는 이웃이 없었다. 요새는 고욤꽃도 감꽃도 주워먹는 사람이 드문 탓일 수 있고, 먹을거리도 많은데 뭘 구지레하게 배고프던 옛날처럼 주워먹느냐고 탓하기도 하더라. 꽃을 먹기에 꽃이 되고, 잎을 먹기에 잎이 된다. 바람을 먹기에 바람이 되고, 해를 먹기에 해가 된다. 바다에 가면 으레 바닷물을 먹는다. 왜냐하면, 바다가 될 생각이니까. 《나 혼자 자라겠어요》를 꽤 오랜만에 새로 읽는다. 우리 집 아이들한테 읽힐 만한 노래꽃(동시)을 거의 못 보는데, 임길택 님 글을 읽힐 만하겠다고 생각한다. ‘문학상·교과서 수록’이란 허울이 아닌 ‘아이어른이 함께 사랑하는 숲빛’을 바라보는 글꽃이 어쩐지 움트지 못하는 이 나라이다. 저녁에 큰아이하고 마을 어르신 마늘밭 일손을 거든다. 함께 먼지를 뒤집어쓰면서 일했다. 큰아이는 따순물을 받아서 씻고, 나는 바깥에서 찬물로 씻는다. 저녁하고 밤에는 다시 바람이 훅훅 불면서 시원하게 보금자리를 감싼다. “이제 또 시원하네요?” “벼리 씨가 봄볕 듬뿍 먹었다며 살살 달래 주나 봐.”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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