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5.22.


《빛을 가져온 갈까마귀》

 제럴드 맥더멋 글·그림/서남희 옮김, 열린어린이, 2011.5.12.



서울·인천으로 바깥일을 보러 다녀오기 앞서 읍내 저잣마실을 한다. 해날인데 시골버스에 푸름이가 많다. 이 아이들은 읍내에 놀러다니기도 할 테고, 어울집(기숙사)에서 지내느라 해날에 맞추어 오가기도 한다. 읍내 버스나루에 전남교육감으로 나선 셋 가운데 한 사람 다짐종이(공약 홍보지)가 있다. 이름쪽(명함)하고 걸개천이 아닌 다짐종이를 내놓는 사람을 여태 처음 본다. 죽 읽자니 ‘전남학생 교육수당 20만 원’이 있다. 시골을 떠나지 말라고 ‘교육수당’을 주겠다고 말할 텐데, ‘학교밖 청소년’도 이 테두리에 들려나? 아리송하다. 우리나라 배움틀(교육정책)을 보면 ‘서울을 뺀 모든 고장 아이들’을 ‘서울바라기’로 내모는 배움수렁이다. 열아홉 살까지만 시골·작은고장에 붙들면 될까? 마침종이(졸업장)를 따지지 않고 살림을 스스로 가꾸는 길을 밝히는 배움틀로 바꿀 배움지기(교육감) 노릇을 누가 하려나. 《빛을 가져온 갈까마귀》를 읽었다. 죽살이를 가만히 보여주면서 삶을 이루는 빛줄기는 어디에서 태어나 이 별을 어떻게 비추는가 하고 스스로 돌아보기를 바라는 줄거리라고 느낀다. 여태 숱한 배움지기·고을지기·나라지기는 거짓말을 일삼았다. 곰곰이 생각한다. 아마 그들만 거짓말을 일삼지 않았으리라.


#Raven #ATricksterTaleFromThePacificNorthwest #GeraldMcdermott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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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5.21.


《나 혼자 자라겠어요》

 임길택 글·정승희 그림, 창비, 2007.8.10.



바람이 고요한 아침이다. 볕이 좋다. 고욤꽃을 주워 혀에 얹는다. 해마다 이맘때에만 살짝 누리는 맛이다. 처음 고흥에 깃들 즈음 고욤꽃하고 감꽃을 주워서 먹을 무렵, 둘레에서 ‘고욤꽃·감꽃’을 갈라 주는 이웃이 없었다. 요새는 고욤꽃도 감꽃도 주워먹는 사람이 드문 탓일 수 있고, 먹을거리도 많은데 뭘 구지레하게 배고프던 옛날처럼 주워먹느냐고 탓하기도 하더라. 꽃을 먹기에 꽃이 되고, 잎을 먹기에 잎이 된다. 바람을 먹기에 바람이 되고, 해를 먹기에 해가 된다. 바다에 가면 으레 바닷물을 먹는다. 왜냐하면, 바다가 될 생각이니까. 《나 혼자 자라겠어요》를 꽤 오랜만에 새로 읽는다. 우리 집 아이들한테 읽힐 만한 노래꽃(동시)을 거의 못 보는데, 임길택 님 글을 읽힐 만하겠다고 생각한다. ‘문학상·교과서 수록’이란 허울이 아닌 ‘아이어른이 함께 사랑하는 숲빛’을 바라보는 글꽃이 어쩐지 움트지 못하는 이 나라이다. 저녁에 큰아이하고 마을 어르신 마늘밭 일손을 거든다. 함께 먼지를 뒤집어쓰면서 일했다. 큰아이는 따순물을 받아서 씻고, 나는 바깥에서 찬물로 씻는다. 저녁하고 밤에는 다시 바람이 훅훅 불면서 시원하게 보금자리를 감싼다. “이제 또 시원하네요?” “벼리 씨가 봄볕 듬뿍 먹었다며 살살 달래 주나 봐.”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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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5.20.


《구름보다 태양》

 마시 캠벨 글·코리나 루켄 그림/김세실 옮김, 위즈덤하우스, 2022.2.16.



어제는 가시가 박힌 채 일찍 누웠다. 손끝을 못 쓸 뿐이라지만, 움찔할 적마다 온몸이 찌릿찌릿 아프더라. 누워서 ‘아프다·다치다·찌릿·움찔’ 같은 낱말을 새삼스레 돌아보며 뜻풀이를 어림한다. 먼먼 옛날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이런 낱말을 지었을까. 오늘 우리는 우리말마다 서린 숨빛을 잊고서 바깥살이(사회생활)에 휩쓸리느라 스스로 사랑을 잃는다고 느낀다. 《구름보다 태양》을 읽었고 느낌글을 썼다. 옮김말이 여러모로 아쉬웠고, 어른들이 자꾸 ‘해’라는 우리말을 잊고서 ‘태양’이라는 한자말을 아이들한테 읊는 모습이 안타깝다. ‘해’라는 낱말을 혀에 얹기에 ‘하늘·하나·함께·함박·하얗다’ 같은 말밭을 아우를 수 있으나, ‘태·양’이라 하면, 우리 삶하고 얽힌 실타래가 없다. ‘그림책 테라피스트’가 아닌 ‘어린이 사랑이’가 어린이책이며 그림책이며 모든 이야기책을 우리말로 옮기고 다듬을 수 있기를 빈다. 오늘 드디어 가시를 뽑았다. 어제 손가락을 퉁퉁 불려놓고서 아침에는 가라앉혀 놓으니 가시가 저절로 고개를 내밀더라. 손톱깎이로 빼내고서 읍내 우체국을 거쳐 가게에서 쪽집게를 여럿 산다. 다음부터는 쪽집게로 빼자. 아니, 다음에는 가시에 박히지 않게 더 느긋하게 천천히 풀을 베자.


ㅅㄴㄹ

#SomethingGood #MarcyCampbell #CorinnaLuyk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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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5.19.


《키키 키린》

 키키 키린 글/현선 옮김, 항해, 2019.6.24.



새벽에 마을 어르신이 우리 집에 와서 부르신다. “어이! 자나?” 집에서 웬만하면 불을 안 켤 뿐 아니라, 불을 켜도 백열전구인 터라, 모르는 눈으로 보면 ‘잔다’고 여길 만하다. ‘어르신, 자긴요. 저는 으레 밤 두 시부터 일어나서 우리말꽃(국어사전) 쓰기를 하는걸요. 새벽 다섯 시는 저한테는 한낮입니다.’ 하고 속엣말을 하면서 빙그레 웃고서 마루닫이를 연다. 마을 어르신 마늘다발을 짐차에 싣도록 도울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 그럼요. 얼마든지 거들어야지요. 마늘싣기를 거들고서 낮에 우리 뒤꼍 풀을 베다가 손가락에 꽤 굵다란 가시가 박혔다. 여태 박힌 가시 가운데 가장 컸으리라. 낫질을 하다가 낫을 떨어뜨렸다. “아따, 모질게 아프네.” 굵은 가시가 깊이 박혀 안 빠진다. 손을 쓸 때마다 찌릿하다. 《키키 키린》을 읽었다. 엮은이 나름대로 멋지구나 싶은 대목만 추렸는데, 키키 키린 이분이 통으로 들려준 이야기를 듣고 싶더라. 한두 마디로 아름말을 추려도 좋겠지. 요즘 같은 때에는 다들 바쁘다 하니 ‘알짜’만 쏙 골라서 듣고 싶겠지. 그러나 생각해 보자.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말을 왜 할까? 바쁘고 틈이 없기에 책을 손에 쥐어 읽으면 사랑을 배운다. 바쁘기에 시골에서 살거나 숲에 깃들면 스스로 삶을 노래한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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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5.18.


《옥춘당》

 고정순 글·그림, 길벗어린이, 2022.1.15.



어제 천등산 금탑사를 이웃님하고 다녀왔다. 예전에는 아이를 업고 걷거나, 자전거 수레에 태워 멧골을 오르내렸다면, 요새는 이웃님이 그곳을 찾아가고 싶다고 부릉부릉 찾아올 적에 슬쩍 얻어탄다. 열 몇 해 앞서는 큰나무가 빽빽히 우거지고 고즈넉했다면, 갈수록 큰집이 하나둘 늘고, 차둠터가 는다. 어쩔 길 없을까. 구경터(관광지)란 옷을 입으며 나무랑 들꽃을 밀 수밖에 없나. 새벽에 모시풀을 벤다. 우리 집 멧딸기를 누린다. 뒤꼍에서 옮긴 뽕나무 밑동에 새싹이 났다. 큰고비를 자꾸 맞이하는 뽕나무인데, 천천히 살아나 준다. 고맙다. 《옥춘당》을 읽었다. 고정순 님이 선보인 책 가운데 가장 잘 여미었다고 느낀다. 할배한테도 할매한테도 더 가까이 다가서지 않고 등지고 만 스스로를 부끄러워하는 마음을 담아 흐릿하게 끝을 맺었구나 싶다. 그러나 할매할배는 더 자주 찾아오거나 늘 옆에 있기를 바라지 않으셨으리라. 마음으로 보고, 사랑으로 품는 눈빛이 되기를 바랐으리라. 어버이라면 아기가 똥오줌을 아무 때나 아무 데에서나 아무렇게나 누더라도 나무라지 않는다. 어버이라면 “똥오줌이 마려웠구나. 잘 눴어. 고마워. 닦고 치울게. 사랑해.” 하고 말하겠지. 우는 아기한테 “힘들었구나. 자, 토닥토닥할게.” 하고 말할 테고.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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