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집게 어린이 2


 첫째 아이는 퍽 일찍부터 걸상을 옮겨 올라갈 줄 압니다. 자칫 미끄러지거나 넘어질까 걱정할 수 있지만, 한 번인가 두 번인가 빼고는 넘어진 일이 없습니다. 아이는 키가 작으니 걸상이나 무언가를 받쳐야 올라섭니다. 마당에 넌 빨래줄을 잡고 싶어도 콩콩 뛴다 한들 건드리지 못합니다. 그러나 걸상을 들고 와서 올라가면 가까스로 잡을 만합니다.

 열흘쯤 앞서 아이는 드디어 빨래줄을 붙잡습니다. 걸상을 딛고 올라가서 아슬아슬하게 붙잡습니다. 이때 뒤로 열흘 즈음 지나서는 빨래집게를 혼자 쥐고는 동생 기저귀 빨래를 콕콕 집습니다. 팔을 쭉 뻗어 살며시 집습니다. 이쪽을 다 하면 걸상에서 내려와 걸상을 옆으로 옮기고는 다시 올라서서 집습니다. 빨래줄이 높아지는 데에는 손이 닿지 않으니, 아버지가 아이 손을 잡고 함께 집습니다.

 아버지 혼자 척척 집으면 금세 끝나는 일이지만 가만히 서서 물끄러미 지켜봅니다. 아이가 빨래집게 담은 통을 들고 제가 한손에 하나씩 집어 내밀 때에도, 그냥 아버지 혼자 척척 꺼내면 빨리 끝낼 일이지만 빨래 앞에 가만히 서서 아이가 집어서 가져다주기를 기다립니다. 한 달쯤 지나고 나면, 또는 두 달이나 석 달쯤 지나고 나면, 아이는 이제 혼자서 걸상에 올라선 다음 빨래를 빨래줄에 널 수 있을까요. (4344.7.23.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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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7-23 15:00   좋아요 0 | URL
빨래 집게를 잡을 정도로 손에 힘이 생겼네요.
아주 열심히 하는 모습이 너무 이뻐요.
참.. 정갈한 마당, 정갈한 빨래, 그리고 천사같은 따님이예요.

숲노래 2011-07-24 05:45   좋아요 0 | URL
마당은 그닥 정갈하지 못해요 ^^;;;;
사진에 마당이 잘 안 나오도록 찍어서 그렇지요 ^^;;;;;;;
 



 이불을 빨래하는 등허리


 장마철이 끝나고 해가 난대서 이불을 석 채 빨았더니 등허리를 펴기 어렵다. 하루에 한 채씩 빨아야 했을까. 눈부시게 따사로운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이 햇볕을 고이 맞아들이고 싶었는데, 석 채째 빨았을 때에 도랑가에서 이불을 들어올리기 몹시 힘들었다. 끄응 하고 겨우 들어올려 물을 짠 다음 빨랫줄에 넌다. 투두둑 떨어지는 물소리를 들으면서 빙 돌아가며 물기를 더 짠다. 먼저 빨아서 넌 이불은 뒤집는다. 한 시간에 한 번쯤 다른 이불도 뒤집는다. 저녁 일곱 시까지 널어서 말린다. 장마가 끝나고 맞이한 첫 날이라 그런지 이불이 아주 보송보송 마르지는 않는다. 하루 더 해바라기를 시키면 구석구석 보송보송 잘 마르겠지. 첫째 아이 이불까지 빨았으니, 제대로 따지면 하루에 이불 넉 채를 빤 셈이다. (4344.7.19.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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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1-07-19 10:22   좋아요 0 | URL
물 한모금 먹고, 하늘 한번 쳐다보고...처럼,
이불 한채 빨고, 하늘 한번 쳐다보고 하셨어야죠~^^

빨아 넌 이불을 향하여도,
아이의 등허리를 향하여도,
햇살은 고루 넉넉한 것이 욕심부리지 않아도 되니...같이 여유로워지네요~

숲노래 2011-07-19 14:14   좋아요 0 | URL
오늘은 읍내 우체국에 갔다 와야 하기에...
내일 더 빨려고요... @.@
 



 이불말리기 지킴이


 군대에 있던 지난날, 몸이 아프다거나 고참이라거나 한다면, 날이 퍽 좋을 때에 훈련에 나가지 않고 내무반을 지키는 사람이 어김없이 하나쯤 있었다. 내가 있던 군부대는 한 해 내내 햇볕 드는 날이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적었기 때문에, 볕이 아주 모처럼 들며 쨍쨍 눈부실 때에는 내무반마다 모포며 침낭이며 군인신이며 옷가지이며 깔개이며 잔뜩 풀밭에 내놓아 볕바라기를 시킨다. 훈련을 나가지 않고 내무반을 지키는 사람은 풀밭에서 나란히 볕바라기를 하면서 모포며 침낭이며 군인신이며 옷가지이며 깔개를 틈틈이 뒤집는다. 넌 채 가만히 두기만 한대서 보송보송 잘 마르지 않으니까. 한 사람 아닌 두 사람이 남아서 지키면, 둘은 모포를 서로 끝에서 맞잡고 탕탕 턴다.

 기나긴 장마가 되고부터 새벽·아침·낮·저녁·밤으로 끝없이 빨래를 하고 또 해야 한다. 앞서 한 빨래가 다 마르지 않아도 새 빨래를 해야 하고, 새 빨래를 할 때면 보일러 불을 넣어 방바닥을 덥힌다. 집안 물기를 말리기도 하지만, 덜 마른 빨래가 방바닥 따스한 기운을 받아 얼른 마르기를 바란다.

 방바닥에 펼쳐서 말리는 빨래는 틈틈이 들어서 살며시 흔든 다음 뒤집어서 펼쳐 놓는다. 가만히 두기만 하면 제대로 마르지 않는다. 가만히 두기만 한대서 말릴 수 없다.

 사내들은 군대를 다녀오며 누구나 집일을 스스로 해내야 하는데, 막상 군대를 다녀오고 나서 집일을 오래오래 스스로 해내면서 집식구나 어머니 어깨를 가벼이 하는 사람은 뜻밖에 몹시 드물다. 사내들은 군대를 다녀오며 말투와 몸짓이 거칠어지기만 할 뿐, 집일을 알뜰히 하는 따스하고 너른 마음과 몸가짐을 보여주지 못한다. (4344.7.13.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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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래를 짜는 손목


 둘째 갓난쟁이 쉰 날째. 날마다 마흔 장쯤 똥오줌기저귀를 빨 뿐더러, 첫째와 옆지기 옷가지에다가 내 옷까지 빨고 걸레와 행주를 빤다. 저녁나절, 밥 차리느라 미룬 기저귀 열 장을 빨고 나서 물을 짜는데 손목을 못 돌리겠다. 찌르르 하고 아픈데 억지로 참으며 마무리짓는다. 이동안 새 오줌기저귀 두 장이 나오고, 빨래하다가 살짝 쉬며 첫째랑 둘째를 씻긴 다음, 둘째 배냇저고리를 더 빨자니 손목이 참 시큰거린다. 저녁을 먹고 나서 설거지를 하는데, 빈 그릇 들고 부시기도 버겁다. 땀을 또 몇 바가지 흘린 터라, 찬물로 몸 좀 씻으려고 하니, 물을 담은 작은 대야 쥔 손이 힘겹다. 집일에 파묻힌 아버지가 제대로 놀아 주지 못해 심심한 첫째는 홀로 방바닥에 앉아 한 시간 즈음 그림책을 본다. 첫째가 재미있게 본 책을 아버지도 보라며 건네는데, 책을 받아 책장을 넘길 힘이 없구나. (4344.7.9.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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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더위 빨래


 집안에 넌 기저귀 빨래가 아주 금세 뻣뻣해지도록 마른다. 틈틈이 빨래를 해서 집안에 널어 둔다. 몹시 무더운 날, 이제 쉰 날을 살아낸 아이는 살이 접히는 데가 퍽 힘들 텐데, 장마철 사이에 날이 좋기 때문인지 하루하루 무럭무럭 잘 자란다고 느낀다. 도랑물 흐르는 소리와 개구리 우는 소리를 듣는 마실을 자주 못하지만, 집안에 누워서도 들리는 뻐꾸기 소리와 바람결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를 들으면서 고운 마음 고운 꿈을 키울 수 있기를 비손한다. 무더운 날씨라 하더라도 아이 오줌기저귀를 찬물로 빨고 나면 무척 시원하다. (4344.7.7.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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