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하는 일, 빨래

 


 둘째 아이가 새벽 두 시 십 분에 깬다. 새벽 두 시 오십 분에 똥을 눈다. 새벽 세 시 사십 분에 잠이 든다. 새벽 두 시 오십오 분에 기저귀를 갈고 밑을 씻긴다. 새 기저귀를 채우고는 똥기저귀를 빨래한다. 똥기저귀 빨래하는 김에 지난밤 나온 오줌기저귀 두 장을 함께 빨래한다.

 

 똥기저귀는 똥기를 뜨신 물로 씻고 애벌비누질 한다. 밤에 보일러를 한 차례 돌렸으니 뜨신 물 잘 나온다. 오줌기저귀는 뜨신 물 살짝 부은 다음 비누질을 한다. 그러고서 오줌기저귀 두 장을 대야에 담아 헹구고, 이렇게 헹군 물로 똥기저귀에 부어 두벌비누질과 세벌비누질을 한다. 오줌기저귀는 새 물로 헹구니 차츰 빨래가 끝나고, 똥기저귀는 닷벌비누질을 할 즈음 똥기가 거의 모두 사라진다.

 

 이윽고 오줌기저귀를 일곱 차례 헹구니 헹굼물이 말갛다. 여덟 차례 헹구고 나서 꾹꾹 짜고 턴다. 오줌기저귀 한 장이 더 있지만 아침에 일어나서 빨기로 하고, 여덟째 헹굼물을 담은 작은 대야에 넣는다. 이제 남은 새 물로 똥기저귀를 헹군다.

 

 모처럼 밤똥 빨래를 하다가 생각한다. 첫째 아이 때에는 밤똥 빨래를 꽤 자주 했을 뿐 아니라, 밤오줌 빨래 또한 참 자주, 아니 날마다 여러 차례 했다. 둘째는 아직 돌이 안 되었는데 밤오줌을 몇 차례 누지 않는다. 사내는 가시내보다 오줌을 덜 누기는 덜 누니, 참말 밤에 한결 느긋하다 할 만하다. 그러나, 사내이든 가시내이든, 밤에 칭얼거리기는 둘 모두 똑같다. (4345.1.19.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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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2-01-19 08:23   좋아요 0 | URL
빨래 아빠가 하셔요? 와
당연한 육아분담이지만 참 대단하셔요.
쉽지 않은 일이지요

숲노래 2012-01-19 10:07   좋아요 0 | URL
육아분담이라기보다...
옆지기가 워낙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이라
집일은 다 제가 해요.
그래서... 집살림이 꽤나 엉성하답니다 -_-;;;;;;
 


 설빔 빨래

 


 첫째 아이 입을 옷가지 넉 벌을 읍내에서 새로 장만했다. 이제껏 첫째 아이 옷은 으레 이웃이나 동무한테서 고마이 얻어 입혔는데, 아주 오랜만에 우리 살림돈을 털어 새옷을 장만했다.

 

 옆지기는 이 새옷을 한 번 빨래한 다음 입혀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아이고, 새 옷 넉 벌, 그러나 두 벌은 위아래가 한 벌이니 여섯 장을 빨아야 하는데, 첫째 아이가 여섯 살이 되어도 입을 만큼 넉넉한 이 옷을 한 번 빨아서 입혀야 한다고?

 

 그렇지만, 옆지기 말이 옳다. 새로 장만한 옷을 그대로 입히는 어버이가 어디 있나. 한 번 정갈하게 빨래해서 곱게 말리고는 기쁘게 입혀야지.

 

 새옷을 장만한 지 이레가 되도록 빨래를 하지 못한다. 내가 앓아누워 골골대기도 했고, 날마다 쏟아지는 빨래를 하기란, 아파서 골골대는 몸으로 퍽 벅차니까. 이제 몸이 어느 만큼 나아졌다고 느껴, 오늘 저녁 드디어 첫째 아이 새옷을 빨래한다. 아이를 씻긴 물로 헹구면 되리라 여기며 빨래하는데, 도톰한 새 옷 넉 벌 가운데 위아래 나뉜 두 벌, 곧 넉 장을 빨래한다. 빨래를 하고 보니 아이 씻긴 물이 많이 남는다. 아이는 꽤 따신 물로 씻기니, 빨래를 하며 헹굴 때에는 찬물을 섞는데, 이러다 보니 생각 밖으로 물이 많이 남고 말아, 이튿날 새벽이나 아침에 하려고 남긴 빨래까지 더 비비고 헹구기로 한다.

 

 씻긴 아이는 방으로 보낸다. 옆지기가 옷을 새로 꺼내 준다. 나는 빨래를 마저 한다. 빨래를 마저 하는데 뜨뜻한 물이 많이 남는다고 그만 빨래를 왕창 하니까 허리가 아주 뻑적지근 쑤신다. 아이고, 물이 남으면 이 물로 내가 씻으면 되지, 왜 빨래를 더 한다고 이러다가 허리를 괴롭히나.

 

 빨래를 마치고 이곳저곳에 찬찬히 나누어 널며 생각한다. 이렇게 집일을 바보스레 하면서 무슨 살림꾼 노릇을 한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억척스러운 모습이 아니라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아닌가. 그나마, 첫째 아이한테 설빔을 입힐 수 있다고 생각하며 마음을 달랜다. (4345.1.15.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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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2-01-16 15:35   좋아요 0 | URL
전여, 된장님의 빨래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예전 아낙네들이 저리 하루종일 빨래를 했겠구나 하는 생각에 한숨이 나옵니다.
세탁기는 일부러 장만하지 않으시는거예요, 아님 책 사시느라 돈이 없으신거예요?

골병 드시겠어요... 에구구.

숲노래 2012-01-16 17:22   좋아요 0 | URL
빨래기계는 딱히 쓸모가 없어 장만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두 아이하고 옆지기만 집에 남아야 할 때가 있으면,
이제 아무래도 힘들 듯해서
장만하려고요 ㅠㅜ

날마다 꾸준히 빨래를 하면 딱히 빨래기계는 없어도 돼요.
그리 대단한 집일은 아니니까요.

그러나... 너무 여기에 매이면 ^^;;;
힘들지요~

분꽃 2012-01-16 18:50   좋아요 0 | URL
ㅎㅎㅎ 그러니까 제가 세탁기 사시라고 했잖아욧...!!!

숲노래 2012-01-16 19:30   좋아요 0 | URL
에고... 아마 이달 끝무렵쯤 장만할 듯합니다 ^^;;;;
 


 아기 업고 빨래 널기

 


 갓난쟁이 둘째를 업고 빨래를 넌다. 바닥을 기며 누나하고 놀면 좋으련만, 아버지가 마당에 빨래를 널 때에는 누나가 아버지 따라 마당으로 달려나와서 함께 빨래를 널거나 달음박질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니까, 혼자 마루에 남기 싫어 앙앙 울어대니, 업고서 빨래를 넌다.

 

 아기를 업으며 빨래를 널자니 두 손을 빨래줄로 뻗어 빨래를 널면서 포대기가 조금씩 흘러내린다. 둘째는 누나가 자전거 타며 노는 양을 이리 고개 돌리고 저리 고개 돌리며 쳐다보느라 바빠 포대기가 자꾸 헐거워진다. 산들보라야, 네가 이렇게 고개를 홱홱 돌리며 손까지 빼서 몸을 돌리면 밑으로 흘러내려 빨래를 널 수 없잖니. 그러나 둘째는 누나가 자전거 타는 양을 쳐다보고 싶겠지. 아무렴, 아버지가 너를 잘 안고 한손으로 빨래널이를 해야겠구나.

 

 똥기저귀 두 장, 오줌기저귀 두 장, 어머니 속옷이랑 두꺼운 겉옷과 긴소매 옷 한 벌씩, 둘째 양말 한 켤레, 둘째 두꺼운 웃도리 한 벌, 손닦개 한 장을 넌다. 손가락이 차츰 얼어붙는다. 오늘은 해가 들지 않아 바람이 살랑살랑 가벼이 불지만 손가락이 살짝 시릴 만큼 언다. 이만 한 날이라면 기저귀도 살짝 얼는지 모른다. 낮에는 부디 해가 조금이나마 비추면서 기저귀랑 옷가지를 보송보송 말려 주면 좋겠다.

 

 빨래를 다 널고 방으로 들어온다. 포대기를 풀어 둘째를 내려놓는다. 첫째도 방으로 들어온다. 둘째가 막 울려 하다가 누나를 보고 울음을 그친다. 아기를 내려놓으니 등허리가 아주 홀가분하다. 기지개를 켜며 팔다리를 풀어 준다. (4345.1.15.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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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래 다 널었으면 날아

 


 아버지가 아침마다 신나게 해서 마당가 후박나무 빨래줄에 너는 빨래를 바라보며 슬슬 좇아나와 함께 빨래널이를 하는 첫째 아이. 너도 일손 거들며 다 널었으면, 이제 신나게 마당을 달음박질치다가 껑충 뛰어 활짝 날렴. 너는 훨훨 날며 온누리를 마음껏 돌아볼 수 있겠지. (4345.1.8.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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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2-01-08 19:54   좋아요 0 | URL
행복한 따님입니다. ^^

숲노래 2012-01-08 20:12   좋아요 0 | URL
날마다 늘 즐거울 수 있도록
예쁘게 사랑하자고
날마다 다짐해요~
 


 눈이 와도 빨래널기

 


 충청북도 멧골집에서 겨울을 나던 때가 떠오르지 않는다. 빨래가 꽁꽁 얼어붙더라도 해가 마당으로 따숩게 비칠 때에 내다 널었던가. 날마다 빨래를 여러 차례 하면서 늘 오늘 빨래만 돌아보거나 살필 수 있지 않느냐 싶다. 그래도 인천 골목동네에서는 여러 해 살았기 때문인지, 바깥마당에 내다 널던 빨래는 그럭저럭 떠오른다. 워낙 해가 잘 드는 집에서 살았으니 빨래널기는 걱정하지 않았다.

 

 생각해 보니, 내가 살림집 될 보금자리를 고를 때에는, 첫째로 해가 얼마나 잘 드는가이다. 무엇보다 해가 잘 들어야 한다. 다음으로 빨래할 자리가 넉넉해야 한다. 한쪽에서 아이가 씻고 한쪽에서 아버지가 빨래할 만해야 한다. 부엌을 넓게 쓰면서 부엌 한켠에서 식구들 앉아 밥을 먹도록 한갓져야 하는 줄은 옆지기랑 함께 살고부터 배웠다. 혼자서 오래 살다 보니 부엌 넓게 쓰기는 그닥 안 헤아리곤 했다.

 

 고흥에도 눈이 내려 쌓이기도 하는구나 하고 처음으로 느낀 엊그제, 눈이 쌓이든 말든 빨래는 해서 해바라기를 시키려고 생각한다. 다 마친 빨래를 바가지에 담아 마당으로 나온다. 아이가 곁에서 거드는 척하다가 눈놀이를 한다. 하나하나 빨래줄에 넌다. 아이들 옷가지가 후박나무 빨래줄에서 춤을 추는 모습을 보면 시름이 다 가신다. 그나저나, 빨래를 널기 무섭게 바람이 되게 매몰차게 분다. 이러다 기저귀 다 찢어질라. 하도 되게 부는 바람이라 해가 나도 기저귀 빨래는 금세 얼어붙는다. 겨울이 춥디추운 데에서 살던 북녘땅 옛사람은 아이들 기저귀 겨울 빨래를 어떻게 했을까. (4345.1.6.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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