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손 아기 안고 한손 애벌빨래

 


 날마다 예닐곱 차례쯤 똥을 누는 둘째는 이제 신나게 잘 긴다. 아홉 달째 살아가는 아기는 이만큼 잘 기었다고 새삼스레 생각한다. 첫째 아이도 아홉 달째에 이렇게 기었던가. 첫째는 얼마 기지 않고 서려 하지 않았던가.

 

 둘째는 오줌이나 똥을 눈 다음 기저귀를 갈려 하면 자꾸 뒤집기만 한다. 둘째 기저귀 채우기는 퍽 버겁다. 그래도 둘째가 똥을 눈 기저귀를 갈며 밑을 씻길 때에는 참 얌전하다. 이 얌전한 아이 밑을 씻기고 나서 내 허벅지를 폭 감싸도록 하며 왼손으로 안 다음 오른손으로는 똥기저귀를 뜨신 물로 애벌빨래를 하곤 하는데, 둘째는 이동안 착하게 잘 기다린다. 아버지 허벅지를 제 작은 두 손으로 펑펑 치면서 놀기도 하고, 고개를 돌려 아버지가 한손으로 똥기저귀 애벌빨래 하는 모습을 바라보기도 한다.

 

 애벌빨래 마친 똥기저귀는 아뜨뜨 할 만큼 뜨거운 물을 받은 스텐대야에 담가 둔다. 이렇게 하고서 한동안 지난 다음 두벌빨래와 세벌빨래를 하면 똥 기운이 거의 빠지고, 햇볕이 내리쬐는 후박나무 마당가 빨래줄에 널면 말끔히 가신다. (4345.2.5.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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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래 그림자 놀이

 


 볕이 좋은 날 마당에 빨래를 널면, 그림자 따라 마당 모습이 차츰 달라진다. 빨래를 널기 앞서는 후박나무 그림자만 지고, 빨래를 널면 빨래 따라 다른 그림자가 진다. 아이가 마당을 이리저리 걷거나 달리며 놀면, 아이가 움직이는 그림자가 새로 생긴다.

 

 볕이 좋은 날 그림자는 또렷하게 검다. 후박나무 밑에서는 후박나무 내음이 물씬 나는 그림자가 지고, 빨래 밑에서는 빨래 보송보송 마르는 내음 물씬 나는 그림자가 진다. 마당을 가로지르는 아이한테는 싱그러우며 씩씩한 내음 물씬 나는 그림자가 뒤따른다. (4345.2.2.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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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2-02-02 12:39   좋아요 0 | URL
거긴 날씨가 괜찮은가 봅니다.
여긴 넘 추워 화가날 지경입니다.ㅋ

숲노래 2012-02-02 16:24   좋아요 0 | URL
이곳도 이럭저럭 춥지만
아주 많이 춥지는 않아요 ^^;;;
에구궁~

하늘바람 2012-02-02 13:16   좋아요 0 | URL
참 이쁘고 정겨워요 사진이 예술이네요. 멋진 아빠세요

숲노래 2012-02-02 16:25   좋아요 0 | URL
볕이 좋으면 저절로 사진도 좋아지는구나 싶어요~~
 


 찬물 빨래

 


 찬물로 설거지를 오래 하면 손이 시리다. 그러나 푸성귀를 헹굴 때에는 찬물로 해야 한다. 김이나 매생이처럼 바다에서 나는 풀을 거둘 때에는 차디찬 바닷물에 고무장갑 낀 손으로 하나하나 건진다. 고무장갑 없던 지난날에는 바닷마을 사람들이 어떻게 김이나 매생이를 건졌을까. 굴이나 조개를 겨울철에 어떻게 캤을까. 흙일 하는 사람이 맨손으로 흙을 만졌듯, 바닷일 하는 사람도 노상 맨손으로 물을 만지지 않았을까.

 

 감자·고구마·당근 들을 맨손으로 찬물 헹구기를 하며 문득 생각해 본다. 둘째가 똥을 누었을 때 따순 물이 없다며 찬물로 밑을 씻겨야 할 때에는, 몹시 놀라고 싫겠지. 아이들 함께 살아가는 집에서는 늘 따순물을 쓸 수 있어야 하는구나. 빨래를 할 때에도 김이 폴폴 나는 뜨신 물이 아니라면 똥기저귀 똥이 제대로 빠지지 않는다. 오줌기저귀도 이와 마찬가지이고, 여느 옷가지도 이와 매한가지이다. 따뜻한 물로 빨래를 해야 때가 잘 빠진다.

 

 따순 바람이 온누리를 살가이 보듬고, 따순 물이 집일 하는 사람 손을 살뜰히 보듬는다. 따순 사랑이 사람들을 포근히 감싸며, 따순 글과 이야기가 사람들 넋을 예쁘게 어루만지겠지. (4345.2.1.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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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래하는 아버지 곁으로 기어오기

 


 둘째를 씻긴다. 씻긴 아이를 방으로 안고 간다. 씻긴 아이한테 옷을 새로 입힌다. 둘째는 방에 두고 아이 씻긴 물이 가득한 씻는방으로 간다. 아이들 옷가지와 기저귀를 빨래한다. 한참 비빔질과 헹굼질을 하는데, 뒤에서 방바닥 척척 때리는 소리가 난다. 뭔가 하고 뒤돌아보니 둘째가 기어서 씻는방으로 다가온다. 곧, 씻는방 문턱에 멈추고, 아래를 내려다보다가는 바닥 물 흐르는 자리에 손을 대려 한다. 물을 만지고 싶구나. 그러나 빨래하는 아버지는 아이가 바닥에 손을 대지 않게 허벅지를 내밀며 막는다. 이런 모습으로 빨래를 잇는다. 아이가 아버지 허벅지에 두 손을 척 대고 발을 버티어 선다. 허벅지에 닿은 아이 손이 차갑다. 아이구, 이렇게 차가운 손으로 물놀이를 하겠다고? 여름이면 몰라, 겨울이잖니. 아버지는 허벅지로 버티며 빨래를 더 한다. 네가 씻은 이 물이 아직 따스할 때에 빨래를 해야 하거든. 둘째는 아버지 허벅지에 기대어 선 채 빨래 구경을 한다. 옳거니, 네 아버지가 네 옷가지랑 기저귀를 어떻게 빨래하는지 보고 싶니. 그러면 잘 보고, 무럭무럭 자라서 네 누나랑 함께 너희 옷가지를 신나게 빨렴. 너희 이불도 너희가 기쁘게 빨렴. 어느덧 빨래를 다 마칠 무렵까지 아버지 허벅지에 기대어 서며 구경하던 둘째는, 이제 다 되었다 싶을 때에 허벅지에서 손을 내리더니 뒤돌아선다. 두꺼운 겉옷은 씻는방에 걸어 물이 떨어지도록 하고, 나머지는 바가지에 담는다. 이제 방에 널려고 하니, 아이도 아버지를 따라 척척 긴다. 방으로 들어가 옷걸이에 빨래를 꿰어 널 때에, 첫째가 일을 거든다. 아버지가 열 몇 점을 꿰고, 첫째가 석 점을 꿴다. (4345.1.29.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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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실길 빨래

 


 고흥에서 음성으로 가던 날 새벽, 둘째 똥기저귀랑 오줌기저귀를 신나게 빨래한다. 시외버스로 돌고 도는 멀디먼 길에 오줌이랑 똥에 젖은 기저귀를 그냥 들고 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 고흥에서 광주로 가는 시외버스에는 우리 네 식구만 탄다. 옆 빈자리에까지 옷걸이에 꿴 젖은 기저귀를 넌다. 광주에서 청주로 가는 시외버스에는 사람들이 꽉 차고 유리창에 김이 잔뜩 끼기에 빨래를 널지 못한다. 청주에서 음성으로 가는 버스는 옷걸이를 걸 만한 자리가 없고 온몸이 파김치가 되니 빨래를 못 넌다.

 

 이틀을 음성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서 묵고 나서 고흥집으로 돌아온다. 고단한 몸을 누이기 바쁜 나머지, 둘째가 내놓은 똥기저귀랑 기저귀싸개 석 장만 빨래하고 나머지 빨래는 이듬날로 미룬다. 새벽에 둘째 칭얼거리는 소리에 깬다. 오줌기저귀 갈고 첫째 아이 코와 손을 씻긴다. 첫째 아이도 얼마 뒤 쉬를 눈다. 셈틀 앞에 앉아 조용히 지난 며칠을 돌아본다. 사흘 동안 찍은 사진을 가만히 살핀다. 아하, 이런, 고흥으로 오기 앞서 음성에서 빨래하고 말리지 못한 기저귀를 봉지에 담은 채 밤새 안 꺼냈잖아. 부랴부랴 젖은 기저귀를 꺼낸다. 덜 마른 기저귀 다섯 장을 옷걸이에 꿰어 넌다. 히유, 한숨을 돌린다.

 

 첫째를 데리고 마실을 다니던 때, 먼길 마실을 하며 빨기만 하고 말리지 못한 옷가지를 봉지에 담은 채 며칠 깜빡 잊기 일쑤였다. 며칠이 지나 고단한 몸을 겨우 추스르면서 짐을 끌를 때, 여러 날 봉지에 처박은 빨래를 알아챈다. 이즈음 되면 젖은 기저귀 빨래는 그만 곰팡이꽃으로 얼룩지기 마련. 젖은 빨래는 가방에 넣으면 안 된다. 잘 알아볼 자리에 봉지 구멍을 열어서 두어야 한다. 제발 바보짓 하지 말자. (4345.1.24.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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