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벼락, 이불빨래


 갓난쟁이가 이불에 똥을 질러서 빨래한 지 이틀 만에 쉬를 크게 했다. 그러나 곧바로 다시 빨지 못하고 말려서 쓴다. 이러고 하루 만에 다시금 똥을 눈다. 한창 뒤집기를 하려고 바둥거리던 갓난쟁이는 똥을 질펀하게 누고 나서 뒤집는다고 용을 쓰다가 그만 기저귀가 풀려 똥이 이불과 평상에 줄줄 흐르고 만다.

 이른아침부터 부산을 떨며 이불을 빨고 평상을 닦아 마당에 내놓아 말린다. 이윽고 갓난쟁이는 두 번째 똥을 푸짐하게 눈다. 참 푸짐하게 눈다. 배를 살살 쓰다듬으면서 ‘응가’ 하는 말을 되풀이한다. 갓난쟁이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면서 아랫배에 힘이 들어갈 때에는 똥을 더 눈다는 뜻이요, 핏기가 천천히 가시면서 까르르 웃을 때에는 시원하게 다 누었다는 뜻이다.

 다시금 갓난쟁이를 안고서 엉덩이를 씻긴다. 방바닥에 살며시 눕히고 새 기저귀를 댄다. 푸짐한 똥을 떠안은 기저귀를 따순물로 빨래한다. 앞서 나온 오줌기저귀를 함께 빨래한다.

 아기는 아침부터 똥벼락이다. 아마, 어제 음성 할머니 댁에 마실을 다녀오며 바깥에서 오래 보내고 택시를 여러 차례 타느라 많이 힘들었기에, 이렇게 하루를 지낸 아침에 똥벼락을 치는지 모른다. 똥벼락을 선물한 갓난쟁이는 조금 놀다가 어머니 젖을 물고는 새근새근 잠든다. 이러고 나서 첫째 아이가 잠에서 깬다. ‘추워’ 하고 말하면서 바지를 안 입겠다는 아이를 이리 달래고 저리 나무라면서 바지를 아이 앞에 내려놓는다. 아이는 시무룩한 얼굴로 바지를 한참 바라보다가 입는다. 치마만 입고 싶다고 칭얼거리지만, 저 스스로 춥다고 느끼기에 어머니 웃옷을 커다란 겉옷처럼 껴입었으니 바지를 안 입을 수 없겠지. 이제 첫째 아이랑 부대끼다 보면 어느새 식구들 아침 먹을 때가 되리라. 또다시 눈코를 뜰 수 없이 빙글빙글 도는 새 하루를 맞이한다. (4344.9.20.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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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가위 빨래


 한가위를 맞이해서 네 식구가 찾아온 할머니·할아버지 댁에서 할머니 일을 아주 조금만 거들면서 둘째 갓난쟁이 기저귀를 빨거나 품에 안아 어르느라 바쁘다. 첫째는 어머니나 아버지가 하는 말은커녕 할머니가 하는 말조차 거의 듣지 않으면서 이리저리 뛰놀기만 한다. 한가위에도 빗줄기는 그치지 않아 빨래가 아주 안 마른다. 온 집안에 둘째 천기저귀가 가득 널린다. 스무 장 가까이 널렸을 때에 도무지 안 되겠구나 싶어 다리미를 든다. 다리미를 들어 석 장쯤 말릴 때에 새 오줌기저귀가 나온다. 이럭저럭 다섯 장을 다리미로 말리는 동안 오줌기저귀가 두 장 나온다. 아득한 옛날까지는 아닐 내 어머니 젊은 날, 한가위날이나 설날이나 제삿날에 어린 아이들 돌보기와 갓난쟁이 기저귀 빨래에다가 집일이랑 숱한 먹을거리 장만하기를 어떻게 한꺼번에 치를 수 있었을까. 아버지들 가운데 이 숱한 일 가운데 한 가지라도 도운 사람이 있었을까. 어머니들만 이 숱한 일을 홀로 치러야 했을까. 어머니들끼리 치를 이 숱한 일을 어머니들이 서로서로 조금씩 돕고 거들면서 살아냈을까. 아버지들은 이 숱한 일 가운데 어느 한 가지조차 제대로 건사하거나 맡거나 나누지 않으면서 무슨 거룩한 역사나 정치나 문화나 예술이나 사회나 경제나 교육이나 철학을 세웠을까. (4344.9.12.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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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에 맞는 빨래


 하루하루 나이를 더 먹으면서 이제는 더 젊을 적보다 힘을 더 쓸 수 없다고 느낍니다. 하루하루 나이를 먹으며 ‘늙는’ 아버지는, 하루하루 나이를 먹으며 ‘한창 젊은’ 때로 접어드는 두 아이 빨래를 하면서 생각합니다. 첫째를 낳아 첫째 기저귀를 빨 때처럼 둘째를 낳고 살아가는 이즈음 첫째 기저귀를 빨 때처럼 빨래를 하지 못합니다. 첫째 때에는 오줌기저귀 한두 장만 쌓여도 새벽 한 시이고 두 시이고 세 시이고 네 시이고 그때그때 빨래를 했습니다. 이제는 새벽에 한두 차례 겨우 빨래를 합니다. 때로는 새벽 내내 그저 대야에 오줌기저귀를 담근 다음 아침에 일어나서 하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제 몸에 맞게 빨래를 합니다. 제 빨래에 제 몸을 맞추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적잖은 사람들은 당신들 몸을 당신들 빨래한테 맞추거나 당신들 빨래기계에 맞춥니다.

 책을 읽을 때에 책에 내 몸을 맞출 수 없습니다. 딱딱하며 메마른 글로 싱거우며 덧없는 이야기를 담은 책에 내 몸을 맞출 수 없습니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삶을 알뜰살뜰 일구고픈 내 몸에 맞는 책을 찾아서 읽고 싶습니다. 억지로 온갖 지식을 내 머리에 쑤셔넣거나 억척스레 갖은 정보를 내 몸에 꿰어맞추고 싶지 않습니다.

 어버이 틀에 맞추어 아이를 키울 수 없습니다. 어버이와 함께 살아가는 아이라고 느끼면서 아이는 아이 몸에 맞게 하루하루 즐거이 맞아들이도록 보살필 수 있어야 한다고 느낍니다.

 나는 내 몸에 맞게 빨래를 즐깁니다. 나는 내 몸에 맞게 책을 읽습니다. 나는 내 몸에 맞게 아이하고 살아갑니다. 나는 내 몸에 맞게 자전거를 타고, 장마당 마실을 하며, 헌책방 나들이를 즐기고, 좋은 벗님을 사귑니다.

 아침에 빨래를 하면 첫째 아이가 도와줍니다. 빨래를 다 마치고 통에 담아 마당으로 나오면 아이는 싱긋 웃으며 조용히 따라나옵니다. 마당에 놓은 걸상에 빨래통을 올립니다. 아이는 앙증맞은 손으로 빨래를 한 점씩 집어 아버지한테 건넵니다. 아버지는 빨래를 한 점씩 빨랫줄에 넙니다. 빨랫줄에 줄지어 앉던 잠자리가 날아오릅니다. 빨래를 널 무렵, 첫째 아이는 빨래집게를 둘 집어 아버지한테 건넵니다. 아버지는 빨래집게를 받아 천천히 빨래에 집습니다. 우리 아이도 차츰 크서 팔뚝에 힘이 붙고 키가 더 자라면, 아버지가 많이 힘들거나 고단할 때에 빨래를 맡아 해 주겠지요. (4344.8.25.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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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래 물짜기


 아이들 외삼촌이 놀러왔다. 아이들 외삼촌이 빨래를 해 주었다. 살짝 만져 보니 축축하다. 물이 방울져 떨어지겠구나 싶어 얼른 집어서 슬슬 비트니 물이 주르륵 흐른다. 열여섯 외삼촌은 아직 손빨래를 잘 해내지 못한다. 물이 방울져 떨어질 만큼 얕게 짜면 안 되지만, 얼마만큼 더 짜야 하는가를 느끼지 못한다. 날마다 빨래를 하다 보면, 또, 이렇게 빨래를 날마다 하면서 살다가 빨랫대 밑으로 흥건히 고인 물에 책이 젖는다든지 옷이 젖어 보아야 비로소 빨래를 마치고 나서 물짜기를 얼마나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깨달을 수 있겠지. 끝까지 짜서는 안 되는 옷가지는 빨랫대에 넌 다음 밑에 그릇이나 걸레를 받쳐야 하는 줄을, 웬만하면 물이 방울져 떨어져도 괜찮을 너른 마당이나 흙땅에 빨래를 널어야 하는 줄을, 앞으로 언제쯤 어떻게 깨우칠 수 있을까. 스스로 느껴서 알아야 한다. (4344.8.15.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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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과 겨울, 빨래


 여름철, 아침 낮 저녁으로 새로운 빨래가 나온다. 땀에 흠뻑 젖은 딸아이 옷을 벗겨 씻기면서 딸아이 옷을 빨래한다. 옆지기가 씻을 때에도 새로운 빨래가 나온다. 요즈음, 옆지기는 시골에서 살아가며 멧자락 마실을 즐기는 동안 차츰차츰 몸이 좋아졌기에 제 빨래랑 아이 빨래를 즐거이 해내곤 한다. 나는 내 땀에 젖은 옷을 하루쯤 묵히거나 이틀쯤 버티다가 빨래한다. 자전거로 읍내마실을 하고 나서는 빨래하는데, 이때에 맞추어 땀에 절은 옷을 묵혔다가 마실을 하며 입는다 하겠다. 그러니까 여름철 빨래란 쉴새없이 빨고 말리며 또 빨고 다시 말리는 삶이다. 비라도 퍼붓는다든지 장마가 끊이지 않을 때에는 죽어난다. 날마다 몇 차례씩 빨래를 하고 또 해도 제대로 마르지 않는 빨래가 옷 집안에 가득 걸린다.

 겨울철, 보일러가 도는 때에 맞추어 빨래를 한다. 겨울철에도 하루에 여러 차례 빨래를 하는데, 되도록 새벽에 많이 한다. 새벽에 많이 해서 따뜻해지는 방에 널었다가 아침에 해가 난다 싶으면 해가 비치는 마당에 내다 넌다. 겨울철에는 잠자리에 들면서 빨래를 마저 한다. 잠들면서 방에다 너는 빨래는 보일러가 자주 돌며 물기가 다 마르는 집안을 보듬는 노릇을 한다. 어는 손이 곱는 아픔을 느끼며 빨래를 하며 생각한다. 이제 머잖아 따순 봄이 찾아오면 차디찬 물로 멱을 감으면서 빨래를 신나게 해치울 수 있겠지. 그러니까 겨울철 빨래란 햇살을 그리는 애틋한 사랑이 감도는 삶이다. 눈이라도 퍼붓는다든지 온 집안이 꽁꽁 얼어붙도록 추운 날씨가 되면 참으로 고약하다. 한낮에 해가 잘 드는 마당에 빨래를 널어도 얼어붙기 일쑤이니까. 그나마 겨울철에는 아이가 옷을 여러 벌 껴입으며 여러 날 지내니까 날마다 옷가지가 끝없이 안 나와서 좋기는 한데, 한 번 옷을 빨자면 두껍고 길다란 옷가지가 잔뜩 쏟아지니 등허리가 휜다.

 백 번 즈믄 번 입이 아프도록 되풀이하지만, 나와 옆지기는 빨래기계를 들일 마음이 없다. 고달픈 빨래를 해내면서 하루하루 살아숨쉬는 맛을 느끼는걸. (4344.8.13.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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