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빨래

 


  낫으로 풀을 베다가 왼손 가운데손가락을 벤 뒤로 손빨래를 하기 몹시 버겁다. 설거지조차 하기 버겁다. 그러나 밴드를 넓직하게 붙인 다음 설거지를 하고 손빨래를 한다. 옷가지나 기저귀나 이불을 빨래기계에 넣어 빨래한다 하더라도 날마다 행주랑 걸레를 숱하게 빨아야 한다. 작은아이가 바지에 오줌을 눌 때에 바지랑 걸레를 그때그때 손빨래 하기도 한다. 그러니까 아침에 일어나 저녁에 잠들기까지 왼손 가운데손가락 길쭉하게 벤 자리에 밴드를 붙이고 산다. 빨래를 크게 한 차례 하고는 밥을 차리고 설거지를 하며 아이들 씻기고서 밴드를 간다. 하루에 너덧 차례 밴드를 갈아 붙인다. 생채기 자리는 밴드를 안 붙이고 바람을 쐬어야 한결 잘 아문다. 생채기 자리는 가만히 둘 때에 훨씬 잘 아문다. 그런데, 집안이나 집밖에서 몸을 움직여 일하는 사람은 생채기 자리에 바람이 들도록 하기 힘들다. 아이들 건사하며 밥을 차리고 옷을 입히는 어버이는 생채기 자리를 쉬도록 하지 못한다. 흙을 만지는 할머니 할아버지는 으레 손가락 한두 마디에 밴드를 붙이고, 도마질을 하며 밥을 끓이는 어버이 또한 손가락에 밴드를 붙이며 하루를 보낸다. (4345.9.2.해.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나들이 빨래

 


  음성 할아버지 생일에 맞추어 고흥부터 나들이를 온다. 먼길을 오는 동안 아이들은 마음껏 뒹구느라 옷이 지저분하다. 고흥 시골집에서 음성 시골집에 닿아 느긋하게 노는 작은아이는 틈틈이 오줌을 누어 옷을 버린다. 아이가 틈틈이 옷을 버리기에 틈틈이 빨래거리를 모아 빨래를 한다. 여관에서 묵을 때면 이듬날 아침에 부산하게 움직여야 하니까 몸이 아무리 고단하다 하더라도 집식구 온갖 빨래를 밤에 다 마치고 옷걸이에 꿰어 말린다. 할아버지 할머니 댁에 머물 때에는 이듬날 아침에 홀라당 움직일 생각이 아닌 만큼, 몸이 얼마나 고단한가를 헤아려 빨래를 조금씩 나누어 한다. 저녁에 아이들 씻기고 내 몸을 씻으며 조금 빨래한다. 새벽에 아이 기저귀를 갈고 나서 조금 빨래한다. 아침에 일어나 낯을 씻고 머리를 감으며 빨래를 마저 한다. 아이들은 아침이 되어 일어난다. 아이들은 이리저리 움직이고 뛰면서 옷을 버린다. 바야흐로 새날을 맞이해 새롭게 빨래를 한다. (4345.9.2.해.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한여름에는 손빨래

 


  한여름에는 아이들도 어른들도 여러 차례 씻는다. 여러 차례 씻기고 씻으며 옷을 끝없이 갈아입는다. 그리고, 갈아입는 옷을 그때그때 손으로 빨래한다. 기계를 돌릴 만한 부피가 나오지는 않고, 손으로 알뜰히 빨고 끝낼 만한 부피라 할 만하다.


  손빨래를 한 옷가지를 햇살 따가운 마당에 넌다. 빨래는 곧 마른다. 저녁에는 옷가지를 집 곳곳에 넌다. 마루를 거쳐 들어오는 시원스런 저녁바람이 옷가지를 살랑살랑 건드린다.


  빨래가 잘 마르는 만큼 땀도 잘 흐른다. 새 빨래는 새로 나오고, 새로 빨래한 옷가지는 새로 개서 차곡차곡 옷장에 놓는다. 찬물로 씻고 찬물로 빨래하는 동안 더위를 잊는데, 차츰 새 땀이 돋으며 새로 씻을 무렵이 되면 새삼스레 진득진득하면서 후덥지근하다. 이리하여, 하루에 너덧 차례 찬물 손빨래를 하면서 후끈후끈한 한여름을 누린다. (4345.8.2.나무.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빨래기계 옆 손빨래

 


  빨래기계를 들였기에 씻는방이 좁다. 그래도 빨래기계 옆에 쪼그리고 앉아 손빨래를 한다. 복복 비비고 슥슥 헹군다. 빨래기계를 들이고는 이 기계를 하루에 한 차례 써 보자 생각했으나, 둘째가 많이 어리기 때문에 아직 이 기계를 하루에 한 차례 쓰기는 어렵겠다고 느낀다. 아니, 아예 안 쓴다. 큰 이불을 빨래할 때에만 어쩌다 한 차례 쓴다. 돌을 갓 지나 오줌가리기를 할 무렵이기 때문에, 하루에 끝없이, 또 수없이 오줌바지 빨래가 나오는데, 이를 하루에 한 차례 그러모아 빨래하면, 다 마를 때까지 아이가 입을 바지가 없다. 오줌바지가 나올 적에 두어 벌이든 서너 벌이든 대여섯 벌이든 틈틈이 빨래해서 마당에 널어 말려야 한다. 하루에 너덧 차례 손빨래를 해야 한다. 더구나 돌쟁이 똥바지와 똥기저귀를 빨래기계에 넣고 돌리지 못한다. 바로바로 손빨래를 해야 한다. 따지고 보면, 돌쟁이가 똥바지나 똥기저귀를 내놓을 무렵, 이때까지 모인 오줌바지와 오줌기저귀를 함께 빨래한다. 아이들이 마당이나 들판에서 개구지게 노느라 땀에 젖거나 흙이 묻은 옷가지를 그때그때 빨래한다. 옳게 잘 쓰면서 품을 줄일 만한 빨래기계라 한다면, 전기를 먹는 덩치 큰 오늘날 빨래기계가 아니라, 발로 꾹꾹 발판을 밟으면서 조물딱조물딱 비벼 주고 헹구어 주는 조그마한 ‘수동 빨래기계’가 있으면 딱 걸맞으리라 느낀다. 낯 씻는 대야보다 조금 크고 높이가 낮은 빨래통 크기이면서, 옆에서 발판을 밟으면 신나게 조물딱조물딱 비비고 헹구어 빨래를 일찍 끝마치도록 하는 ‘수동 빨래기계’라 한다면, 옷가지 여러 벌이라 하더라도 몇 분이면 빨래를 끝마칠 수 있다. 이런 빨래기계라 하면 하루에 대여섯 차례 빨래를 해도 그리 힘들지 않겠지. 집일을 온통 여자한테만 맡기는 요즈음 누리에서도 남자들이 이 같은 연장을 써서 집일을 조금 나누어 맡을 수 있겠지. (4345.6.23.흙.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빨래기계는 왜 써야 하는가

 


  옆지기 어머니와 아버지와 동생들이 찾아왔다. 우리 집 둘째 아이 돌날을 맞이해 이레 늦지만, 부처님오신날을 끼고 먼길을 찾아왔다. 갑작스레 찾아든 네 손님은 두 아이와 놀기에 넉넉하다. 하나는 일찌감치 잠들지만 하나는 오래도록 잠들지 않는다. 늦도록 잠을 미룬 하나는 밤오줌을 잘 가리나, 그만 제풀에 지쳐 옷에 살짝 쉬를 지리고는 끅끅 운다. 바지야 갈아입으면 되니 울 까닭 없다고, 개구리 노랫소리 들으며 얼른 쉬 더 하라 이른다. 겨우 마음을 달랜 아이는 바지를 벗는다. 속옷도 벗는다. 새 옷을 입힌다. 이러고 나서 오랜만에 함께 잠을 자는 이모 곁으로 눕는다.


  이듬날 아침. 지난 저녁에 나온 옷가지를 손빨래한다. 새벽 여섯 시에 마당에 넌다. 햇살은 벌써 마당으로 드리우고, 이슬은 천천히 마른다. 여섯 시 반 무렵에 둘째 아이 깬다. 둘째 아이 오줌기저귀가 나온다. 한 시간쯤 지나 둘째 아이가 똥을 눈다. 둘째 아이 밑을 씻기며 바지와 기저귀를 간다. 아이들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진작 깨어 움직이시기에 둘째 아이하고도, 또 이윽고 깬 첫째 아이하고도 신나게 논다. 아이들 아버지는 홀가분하게 아이들 똥오줌기저귀를 손빨래한다.


  손빨래는 그때그때 하면 된다. 아이들 옷이든 어른들 옷이든 틈틈이 빨면 참 수월하며 일찍 끝난다. 기저귀 한두 장, 여기에 아이 바지 몇 장은, 흐르는 물에 잘 비벼 헹구기만 해도 된다. 이 다음은 햇볕이 보송보송 말려 준다.


  빨래기계를 써야 하는 까닭이라면 온갖 집일을 한 사람이 도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들하고 복닥이거나 놀아야 하기에 빨래기계를 쓰며 몇 분이라도 아껴야 한다고 느낀다. 두 어버이가 집일을 알맞게 나누어 맡는다든지, 아이들하고 한결 가붓하게 어울린다면, 틈틈이 손빨래를 하는 곁에서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도록 이끌 만하다. 집일뿐 아니라 바깥일에 치이고, 또 집 바깥에서 돈벌이에 마음을 많이 쏟아야 한다면, 오늘날 사람들은 빨래기계를 안 쓸 수 없다. 집일을 즐겁게 누리고, 바깥일을 알뜰히 추스른다면, 오늘날 사람들 누구나 빨래기계 없이 두 손으로 삶을 빛내며 아이들 사랑을 밝힐 만하리라 생각한다.


  빨래기계를 쓰기에 아이들과 더 오래 더 느긋하게 놀지 않는다. 두 손으로 빨래를 하기에 아이들과 못 놀거나 안 놀지 않는다. (4345.5.27.해.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