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나란히 빨래놀이

 


  아버지를 거들어 빨래를 너는 첫째 아이 곁으로 둘째 아이가 기어서 다가간다. 빨래대 앞에서 빨래대를 붙잡고 일어서서는 둘째도 누나처럼 빨래집게를 쥐어 한 번 집어 보고 싶다. 아직 손아귀 힘이 모자라 마음껏 쥐어 집기는 힘들다. 날마다 조금씩 빨래놀이를 하다 보면 천천히 손힘이 늘어 둘이 나란히 아버지를 거든다며 꼼지락꿈지럭 하겠지.


  빨래대 언저리에서 노는 양을 한참 지켜보다가 문득 생각한다. 두 아이가 빨래대에 빨래 널며 놀기에는 아직 빨래대가 많이 높다. 키 작은 빨래대 하나 마련해서 마당에 놓을까. 빨래줄을 낮게 드리울 수는 없으니, 두 아이 빨래놀이 하라고 무언가 하나 마련해야겠구나 싶다. (4345.5.22.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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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2-05-22 14:18   좋아요 0 | URL
와, 산들보라의 옷차림! '청바지' 입고, '구두' 신었어요. 그리고 두발로 섰네요!^^

숲노래 2012-05-22 20:58   좋아요 0 | URL
네, 잘 설 수 있는데
조금만 서고 바로 기려고 하더라구요.
에궁~
 


 나들이 빨래

 


  식구들 함께 움직이는 나들이를 할 때에는 언제나 빨래비누 한 장 챙긴다. 어디에 묵든 어디로 움직이든 늘 빨래를 한다. 저녁에 잠자리에 들며 하루치 옷가지를 몽땅 빨래하기도 하지만, 갓난쟁이가 내놓는 기저귀를 틈틈이 빨래한다. 비누를 꺼낼 겨를이 되면 비누로 빨고, 비누를 꺼낼 겨를이 안 되면 물로만 헹구어 빨래한다. 빨래한 옷가지는 비닐봉지에 담기도 하고, 가방에 걸치기도 한다. 자동차를 타고 움직일 때에는 눈치껏 옷걸이에 꿰에 손잡이에 걸기도 한다. 순천에서 기차를 타고 서울로 오는 길에는 짐받이 아래쪽에 빨래를 잔뜩 널기도 했다.


  둘째 아이가 아침마다 똥을 푸지게 눈다. 아주 고맙다. 집에서는 하루에 너덧 차례 똥을 누더니, 마실길에는 하루에 한 차례 아침에 몽땅 내놓는다. 아이도 집이 아니라 길에서 움직이는 줄 알기 때문일까. 아이 몸이 느끼고 아이 마음이 생각하면서 이렇게 될 테지.


  새벽바람으로 둘째 아이 똥기저귀와 똥바지를 빨래하는 김에 내 머리도 감는다. 시골집에서는 여러 날에 한 번 감지만, 도시에서는 먼지를 많이 먹는 만큼 날마다 감아야 한다고 느낀다. 아이들도 옷을 자주 갈아입히며 틈틈이 빨래한다. 시골집은 한결 따스한 날씨이지만 후덥지근하지는 않다. 시골집에서는 아이들한테 긴소매옷을 입혔는데, 도시로 오니 푹푹 찌는 날씨인 터라 몽땅 반소매옷으로 입힌다. 아침에 입힌 옷은 낮에 갈아입혀 빨고, 낮에 입던 옷은 저녁에 다시 갈아입히며 빤다. 푹푹 찌는 날씨인 만큼 빨래는 참 금세 마른다. (4345.5.5.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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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래기계 한 달

 


  빨래기계를 쓴 지 한 달이 지난다. 빨래기계 안 쓰던 때에는 하루에 세 차례씩 빨래를 했지만, 이제 하루에 한 차례만 한다. 빨래기계로 하루에 세 차례 하자니 물이랑 전기가 아깝기도 하지만, 한꺼번에 몰아서 하기로 한다. 한꺼번에 몰아서 빨래를 하자면, 비오는 날에는 꽤 애먹는다. 그러나 이제 둘째가 제법 자랐으니 기저귀 빨래가 몇 장 줄어 이럭저럭 비오는 하루를 보낼 수 있기도 하다.


  기계를 빌지만 빨래는 언제나 내 몫이다. 기계를 쓰면 일손을 덜어 다른 데에 더 마음을 기울일 만하지 않겠느냐고 흔히들 말한다. 참말 이와 같은지 나는 하나도 모르겠다. 기계를 쓰기에 내 일손이 더 줄어드는지 안 줄어드는지 외려 느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다만, 기계를 빌어 빨래를 하니, 내 손발가락 트는 일이 많이 줄어든다. 그렇다고 집일을 하며 물을 적게 만지지 않는다. 힘들거나 고되거나 졸립거나 벅찬 날에는 몇 시간 내리 물을 만지며 집일을 하자니 손끝부터 발끝까지 지릿지릿 저린다. 손가락에 물이 마를 새 없으니, 젖은 손으로 책을 쥘 수도 없다.


  그러면 내 손은 왜 물이 마를 새 없을까. 참 마땅하지만, 사람이 빨래만 하며 살겠는가. 밥도 하고 청소도 하고 이것저것 한다. 한 아이는 똥을 누고 한 아이는 무어가 엎지른다. 한 아이를 밥먹이고 한 아이하고 논다. 둘째가 기저귀에 똥을 누든 첫째가 오줌그릇에 똥을 누든 물을 만진다. 개구지게 먹어 옷이며 입이 지저분해진 아이들 입을 씻긴다. 설거지를 한다. 죽을 끓인다. 죽 그릇을 설거지한다. 개수대와 밥상을 닦는다. 밭일을 마치고 손을 씻는다. 이래저래 물을 만진다. 목이 말라 물을 마시고 땀을 훔치려 낯을 씻는다.


  빨래기계 한 달을 지내며 생각한다. 기계가 있대서 더 느긋하거나 홀가분하지는 않다. 그러나, 마음은 좀 가볍다. 나 스스로 내 삶을 온갖 일거리로 짓누를 때에는 내가 아무리 빨래를 좋아하거나 즐긴다 하더라도 고단한 굴레가 될밖에 없다고 느낀다. 아이 죽 먹이기도 즐기고, 아이를 무릎에 누여 재우기도 즐기며, 아이하고 노래부르거나 그림그리는 나날을 즐겨야지. 아이하고 걷는 들길을 즐기고, 옆지기가 나무라는 말을 즐기며, 뻑적지근한 등허리와 팔다리를 즐겨야지. (4345.4.28.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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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2-04-29 07:32   좋아요 0 | URL
기계 결국 들이셨군요.^^
님의 말씀에 공감합니다.기계 들인다고 결코 일감이 수월해진 것은 아닌게 맞습니다.
전기세 아끼느라 몰아서 빨래를 돌리다보면 빨랫줄에 빨래 너는 시간이 더 길어지고,개키는 시간도 길어지고,입어야 할 옷들의 가지수가 옷장에 확 늘어나 입을땐 좋은데,차츰 빨랫통에 빨랫감이 차오름과 동시에 옷장속에 입어야할 옷감들이 줄어들어 급할땐 정말 낭패되기 일쑤이지요.ㅋㅋ
전 속옷이랑 수건은 꼭 삶아서 널거든요.그래서 샤워 많은 계절엔 혼자서 수건이 매번 모자라 허둥지둥거려요.때론 심적 스트레스가 쌓이기도 하구요.
그리고 기계 종료되어야 빨래를 널 수 있기때문에 기다리는 시간도 꽤나 애매하여 외출할일이 있을땐 은근 신경을 써야하구요.ㅠ
또한 기계를 돌려도 며칠에 한 번씩은 손빨래를 해야 할 빨랫감도 분명 있어요.그래서 주부들은 손에 물이 마를날이 없는 것같아요.아~ 대한민국 남자들이 된장님같은 마음 같았으면 주부들의 손은 좀 덜 거칠어질 수 있을 것같은데 말입니다.^^
전 손이 선천적으로 예쁜손이 아니거든요.헌데 결혼 12년차가 되니 못난 손에다 거칠기까지 하여 참~ 남들앞에 내놓기가 좀 민망합니다.

암튼,기계를 써도 불편한 것들은 여러가지가 있겠으나 그래도 기계를 환영하는 것은 기계돌아가는 그시간에 조금이라도 몸이 편하다는 것! 몸이 편하니 그시간에 더 생산적인일(?)을 할 수 있다는 것!...그맛 아니겠습니까!ㅎㅎ
널려 있는 빨래를 보니 좀 여유있어 보여 좋으네요.^^
저 많은 빨래를 손으로 다 하셨다면 어쩔뻔 했어요?
요즘엔 햇볕이 좋아 빨래가 금방 말라서 정말 행복하시겠어요?ㅋㅋ
게으른 저도 빨래가 잘 말라 행복하답니다.^^

숲노래 2012-04-29 09:25   좋아요 0 | URL
그래도 이제껏 겨울이고 장마철이고 저 빨래들을 늘 손으로 했는걸요~

그나저나 오늘 비가 올까 말까 꾸물거리네요.
얼른 뒷밭 골라 감자를 심어야 하는디... 이궁~
 


 빨래기계 이레

 


  집에 빨래기계를 들인 지 이레가 지난다. 1995년 4월 5일부터 2012년 3월 한복판까지 빨래기계를 안 쓰며 살았다. 내 어버이와 함께 살던 집에서 제금난 뒤로는, 기계를 써서 내 옷가지를 빨래한 적은 한 차례조차 없다. 군대에서는 영 도 밑으로 이삼십 도씩 떨어지는 날씨일 때조차 얼음을 녹여 손빨래를 해야 했다. 이제 손빨래 아닌 기계빨래를 하니 느낌이 남다르다. 맨 처음에는 내 몸이 게을러지나 하고 생각한다. 이듬날에는 퍽 홀가분하구나 싶으면서 어딘가 허전하다. 사흘째에는 나 스스로 빨래거리한테 너무 오래 너무 많이 마음을 빼앗겼구나 하고 느낀다. 나흘째에는 기계가 손보다 물기를 더 잘 짜고 사람 몸뚱이를 덜 쓰도록 돕지만, 이만큼 옷가지를 더 세게 헹구거나 짜기에, 기저귀 실올이 꽤 많이 풀린다고 느낀다. 가장 적게 헹구고 짜도록 맞추었지만, 이렇게 해도 기계를 돌리고 나서 꺼낼 때 살피면 기저귀 실올이 새로 자꾸 풀린다.


  빨래기계를 쓸 수 있으니, 이제 옆지기가 아침에 나보다 먼저 기계에 전기를 넣어 빨래감을 맡길 수 있기도 하다. 내가 손으로 짜서 털 때보다 물기가 적으니 기저귀랑 옷가지는 햇살을 쬐며 더 일찍 마른다. 손으로 빨래하던 나날에는 머리 감는 물로 가장 지저분한 옷을 헹구고, 아이들 씻긴 물로 아이들 옷가지를 헹구곤 했는데, 이런저런 버릇도 조금씩 바꾸어야겠다고 느낀다. 똥기저귀나 속옷이나 양말은 손으로 비빔질하면 아주 금세 끝나고 한결 깔끔하다. 빨래기계를 쓴대서 손빨래를 아예 안 할 일이란 없다. 그러나, 빨래 일거리를 기계한테 꽤 많이 맡기면서, 집에서 아이하고 눈을 마주하는 겨를이 더 늘고, 몸을 차분히 쉬면서 가만히 생각을 다스리는 겨를이 한결 늘기도 한다. 차츰 따스해지는 날씨를 느끼며 섬돌에 아이들이랑 나란히 앉아 해바라기를 할 수 있기도 하다. (4345.3.28.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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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래하는 사진

 


  두 아이를 씻기고 빨래를 하다가 문득 생각한다. 빨래나 밥하기나 청소처럼, 집에서 날마다 으레 자주 하는 일거리를 사진으로 찍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궁금하다고 생각한다. 마침 첫째 아이가 통에 들어가 물놀이를 하기에 얼른 사진기를 가져온다. 이틀이나 사흘에 한 차례 이렇게 씻기면서도 막상 아이 사진을 찍자고 생각하지 못하기 일쑤였다. 하루 내내 아이랑 복닥이며 아이들 온갖 모습을 사진으로 찍으면서, 왜 아이들 씻길 때에는 사진을 찍자고 생각하지 못할까. 아무래도 후다닥 씻기고 재빨리 빨래를 마쳐야 다른 집일을 더 일찍 끝낼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일까.


  사진으로 찍자면 가장 쉽게 가장 흔히 찍을 만한 집일이라고 느낀다. 그러나 막상 ‘사진쟁이가 가장 안 찍는’ 모습이 바로 집안일 하는 삶. 저마다 집에서 날마다 으레 하는 일을 사진으로 담아서 나눈다면 얼마나 재미날까. 다 다른 살림새와 다 다른 이야기를 꽃피우며 얼마나 앙증맞고 놀라울까.


  이른바 ‘생활사진’이니 ‘다큐멘터리’이니 하는 이름을 붙이는 사진을 들여다보아도, 빨래하는 삶이나 밥하는 삶이나 밥먹는 삶이나 설거지하는 삶이나 아이들이랑 노닥거리는 어버이 삶이나, 이런저런 흔하고 수수한 모습을 사진으로 찍는 일이 아주 드물다. 골목길 마실을 하며 사진을 찍는다는 사람들조차, 골목집 빨래줄마저 사진으로 그닥 안 찍기 일쑤이니, 이 나라에서는 아무 할 말이 없는 셈일까. (4345.3.12.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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