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바지 빨래


 낮 네 시 이십 분 즈음 자전거를 몰아 면내 우체국으로 간다. 돈을 넣고 빨래집하고 몇 군데 가게에 들른다. 우리 살림집 손질한 일꾼들 가게에 들러 영수증 다 되었느냐고 여쭈는데 몇 차례째 들르는데 아직 만들지 않았단다. 말로는 얼른 적어서 갖다 준다 하면서 벌써 며칠째인가. 오늘은 끝방 벽종이를 바르려 했으나 부엌 싱크대 공사 마무리하러 오는 바람에 부엌 살림을 치워 건사하다 보니 너무 바빠 천장에 붙일 벽종이만 겨우 자른다. 보일러 돌려 따스한 물 나올 때까지 머리를 감고 기저귀 빨래를 한다. 물이 웬만큼 따스해진 다음 첫째 아이를 부른다. 이제 첫째 아이는 부르기만 해도 뽀르르 달려와서 스스로 옷을 벗는다. 일손이 얼마나 크게 줄어든지 모른다. 이렇게 착하고 스스로 잘하는 아이인데. 아이를 큰 통에 들여보내 물놀이를 시키고 싶으나, 날마다 이렇게 하자면 내가 너무 힘들어 하루 걸러 하루만 길게 물놀이를 시키고, 하루는 살짝 시키기로 한다. 아이가 씻은 물로 빨래를 헹군다. 빨래를 다 마친 뒤 통을 씻고 따순 물을 다시 받는다. 이제 둘째를 씻긴다. 둘째를 씻길 때에는 먼저 작은 바가지에 물을 담아 낯과 머리와 손발과 몸을 한 번 닦은 다음 통에 담근다. 여섯 달째 접어들려는 둘째 아이는 통에 살짝 앉혀도 잘 논다. 물에 담그면 얼굴부터 확 핀다. 두 아이 옷가지까지 빨래하고 나서 나온다. 빨래를 방 안팎에 넌다. 아침부터 빨래해서 말린 옷가지를 그러모아 하나하나 갠다. 첫째 아이가 제 치마랑 둘째 기저귀싸개를 척척 갠다. 제법 맵시 나게 갠다. 그러고는 스스로 옷장에 척 하고 쌓는다. 수두룩한 기저귀를 하나씩 개는데, 잘 씻고 나와 놀던 둘째 아이가 뒤집기를 해서 엎드린 채 뽀지직 소리를 낸다. 똥을 누는구나. 기저귀 개기를 멈추고 아이를 눕힌다. 누워서 똥을 마저 누렴. 조금 기다린다. 바지 앞쪽이 노랗게 물든다. 바지 빨래 새로 나오는구나. 이제 다 누었나 하고 생각하며 아이를 안고 씻는방으로 다시 간다. 바지를 벗긴다. 노란 똥으로 흥건하다. 밑을 씻기려는데 자꾸 발버둥을 친다. 이 바람에 사타구니에 묻은 똥물이 웃도리 밑자락에 묻는다. 녀석아, 웃도리는 새로 입혔는데 몇 분이나 되었다고 다시 빨래거리로 만드니. 쉴 틈 없는 손바닥은 꺼끌꺼끌하다. 온몸에서 욱씩거리는 소리가 나지만 둘째 엉덩이를 마저 닦이고 방에 가서 눕힌다. 곧장 똥바지 빨래를 한다. 똥바지랑 똥기저귀랑 똥저고리랑 새 빨래 석 점. 아직 남은 따신 물로 빨래를 하니 노란 물이 잘 빠진다. 새 빨래 석 점을 헹구고 짜서 나온다. 빈자리에 넌다. 개다 만 빨래를 갠다. 아이들이 갓난쟁이일 때 똥을 눈 모습도 사진으로 담아야지 하고 생각하지만, 막상 이 녀석들이 똥을 누고 나서 1초나 2초쯤 서둘러 사진을 찍은 적이 거의 없다. 똥이 엉덩이와 사타구니에 번져 찝찝해 할 생각에 바삐 손을 쓴다. 둘째도 머잖아 낮기저귀 뗄 날을 맞이하겠지. (4344.11.2.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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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래널기


 조물조물 주물러서 헹구기까지 마친 빨래를 바가지에 수북하게 담아 마당으로 나온다. 마당에 빨랫대 세워 빨래널기를 할까 생각하다가, 앞으로 우리 밭이자 아이들 흙놀이터가 될 빈터로 올라간다. 빨랫대는 헌 시멘트기와로 받친다. 둘째 기저귀랑 첫째 옷가지를 넌다. 파란하늘과 고운 햇살을 받으면서 이 빨래가 보송보송 마르겠지. 모과나무 곁에서 빨래가 마르고 하얀구름 올려다보며 빨래가 마른다. 다 마친 빨래를 널고 나면 아주 말끔하고 개운하다. (4344.10.29.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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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1-10-30 20:53   좋아요 0 | URL
ㅎㅎ 이사간 집이신가요?

숲노래 2011-10-31 04:35   좋아요 0 | URL
새 보금자리 뒷터랍니다~
 



 도랑물 빨래


 부산과 고흥을 열흘에 걸쳐 돌다가 거창을 지나서 충주 멧골자락 살림집으로 돌아온다. 더 오래 머물며 새 보금자리를 얻어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지 않으려 했지만, 우리가 손에 쥔 돈으로는 선뜻 어찌저찌 마음을 굳히지 못하고 만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를 놓고 하루쯤 망설인 뒤, 나 혼자 고흥으로 찾아가서 집과 땅을 마련한 다음, 고치고 손질해서 사람이 들 만하도록 해서 옮겨야지 하고 생각한다. 아이들과 옆지기가 바깥잠을 오래 자는 바람에 몹시 힘들어 하기에 충주 멧골자락 살림집에서 며칠이라도 쉬려고 한다. 그런데, 열흘 비운 집에 돌아오니 물이 나오지 않는다. 전기가 끊어지지 않았는데 물이 나오지 않는다. 양수기를 요모조모 들여다보고 만지작거리지만 도무지 물이 나오지 않는다. 누가 양수기를 어떻게 건드렸을까. 물이 나오지 않는다면 이 멧골집에서 아이들과 옆지기가 어떻게 지내야 하는가. 어쨌든 하룻밤 고단하게 잔다. 아침에 일어나서 생각하기로 한다. 새벽녘, 홀로 조용히 일어나서 집 앞 도랑물에 기저귀를 빨래한다. 두 장째 빨래할 때에 손이 얼어붙는다. 시월하고 이틀째인데, 멧골자락 도랑물은 이토록 시리구나. 오줌으로 옴팡 젖은 기저귀 여섯 장을 가까스레 헹군다. 마당 빨랫줄에 넌다. 일요일인 오늘 읍내로 가서 어찌저찌 해 보아도 안 되면 물을 쓸 수 있는 어디로든 옮겨 지내야 한다. 집식구들이 몹시 힘들겠구나. (4344.10.2.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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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많은 빨래를


 아침부터 밤까지 쏟아진 네 식구 빨래를 밤에 한꺼번에 하자니, 이 많은 빨래를 하지 않고서는 이듬날을 맞이할 수 없겠구나 하고 느낀다. 거창읍 여관에 짐을 풀자마자 징징거리는 첫째 아이부터 씻긴다. 첫째 아이는 낮잠을 얼렁뚱땅 건너뛰면서 놀기 바쁜 터라, 새 보금자리 알아보러 다니는 길에도 몹시 고단하지만 좀처럼 눈을 붙이려 하지 않는다. 밤 열한 시가 가깝지만 자지도 놀지도 않는 몸짓으로 울먹울먹한다. 얼른 옷을 벗기고 씻긴다. 바닥에 빨래할 옷가지를 가득 깐다. 그러고 나서 둘째 아이를 씻긴다. 아주 얌전한 둘째 또한 몹시 고될 텐데, 넉 달 갓난쟁이는 칭얼거리는 울음 하나 없이 참 잘 견디어 준다. 둘째를 볼 때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그러나, 둘째가 더없이 얌전하대서 그지없이 말괄량이 같은 첫째가 미울 수 없다. 첫째는 제 느낌과 생각을 스스럼없이 털어내며 예쁘게 살고, 둘째는 어버이 힘겨운 나날에 손이 덜 가도록 하면서 예쁘게 산다.

 이제 마지막으로 내 몸을 씻으면서 빨래를 한다. 어제보다는 기저귀 빨래가 적게 나왔으나, 오늘은 겉싸개에 똥이 흘러서 두꺼운 겉싸개를 하나 빨아야 하는 만큼 기저귀 다섯 장을 빨 때만큼 힘이 든다. 그렇지만, 빨래를 하며 생각한다. 아이들이 얼마나 착하고 예쁜가. 이렇게 똥물이 흘러 빨아야 하는 겉싸개는, 똥물이 흐르지 않았어도 빨아야 한다. 아이는 똥을 푸지게 누어 똥물이 겉싸개로 흐르도록 하면서 이 옷가지를 빨래하는 일을 잊지 않도록 깨우친다.

 다만, 빨래를 한 이튿날 다시금 똥물을 흘리는 때가 적잖다. 둘째뿐 아니라 첫째때에도 이와 마찬가지였다. 빨래할 때가 닥쳤기에 이렇게 똥물을 줄줄 흘려 주시지만, 힘껏 정갈히 빨래를 했는데 곧바로 다시 똥물을 줄줄 흘리기도 한다.

 아이고 힘들구나, 하는 말이 절로 튀어나온다. 이윽고, 나도 너희만 했을 때에 내 어머니가 이렇게 힘들게 했을까, 하는 생각이 솔솔 피어오른다.

 어쨌든, 열흘째 바깥잠을 자며 돌아다니는 깊은 밤, 자정이 넘고 새벽 한 시가 다 될 무렵 드디어 이 많은 빨래를 해낸다. 빨래를 다 해내고 방으로 돌아올 때에 둘째가 오줌기저귀 한 장을 내놓는다. 새로 나온 오줌기저귀는 옆지기가 빨래해 준다. 아주아주 고맙다. (4344.10.1.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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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관에서 빨래하기


 여관은 방 하나 빌려 잠을 자는 집입니다. 잠을 자도록 하는 곳이기에 이곳 임자는 손님이 빨래를 즐거이 하도록 마음을 기울이지 않습니다. 텔레비전이나 비데나 씻는통이나 에어컨이나 침대에는 마음을 기울일 테지만, 손빨래를 하도록 크고작은 대야 하나 마련해 두지 않습니다. 물꼭지를 낮은 자리에 하나 빼서 빨래하기 좋도록 하지 않습니다.

 집에서 살든 여관에서 머물든 갓난쟁이는 똥오줌기저귀를 내놓습니다. 버스를 타든 길을 걷든 갓난쟁이는 쉬가 마려울 때에 오줌기저귀를 내놓습니다. 물을 쓸 수 있는 곳에서 바지런히 오줌기저귀를 빨고 헹구어야 합니다. 잠을 자는 곳에서 신나게 빨래를 해서 방 곳곳에 옷걸이에 걸쳐 널어야 합니다. 옷걸이를 스무 개쯤 챙겼으나 하루 내내 나오는 갓난쟁이 기저귀에 첫째 아이와 옆지기 옷가지에, 옷걸이 스무 개로는 모자랍니다. 세 사람 빨래를 하면서 내 몫 빨래는 뒤로 미룹니다. 옷걸이에 넌 빨래가 줄어들 깊은 밤에 비로소 내 몫 빨래를 합니다.

 여관 시설이 어떠하든, 여관 씻는방이 어떻게 생겼든, 날마다 주어진 몫만큼 빨래를 합니다. 벽이나 창가가 얼마나 옷걸이를 널기 괜찮은가를 아랑곳할 수 없습니다. 어찌 되든 빨래는 다 해야 하고, 다 한 빨래는 널어야 합니다.

 시골집에서는 새벽 두어 시에 일어나 빨래를 하고 글을 쓰다가는, 새벽 여섯 시 무렵에 또 빨래를 했지만, 여관에서는 밤 열한 시 무렵 빨래를 마치고는 곯아떨어져 새벽 여섯 시에 끙끙거리며 등허리 토닥여 일어나서 빨래를 더 합니다. 부디 두 아이가 아침 아홉 시 반까지는 새근새근 자면서 고단함을 털면 좋겠습니다. 고단함을 말끔히 털고 나서, 새 보금자리 찾는 힘겨운 새 하루이지만, 다시금 기운을 내어 바지런히 돌아다닐 수 있으면 고맙겠습니다. (4344.9.28.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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