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 빨래하기


 첫째는 천기저귀 스물여섯 장으로 버티었다. 아직 석 돌이 다 차지 않았으나, 지난달부터 밤오줌가리기를 한다. 밤오줌을 가리도록 하자면, 어버이 가운데 한 사람이 새벽이나 밤에 한 번 아이를 일으켜 오줌을 누여야 한다. 잘 자다가 일어나자면 고단할 테지만, 둘째 똥오줌기저귀를 시간마다 갈아야 하니까, 첫째가 몇 시에 잠들었고 몇 시쯤 일어날는지 잘 어림하면 밤에 이불에 쉬를 하지 않고도 밤오줌가리기를 할 수 있다.

 둘째가 태어나지 않았으면 지난달부터 훨씬 수월하게 밤오줌을 가리도록 했을는지 모르는데, 둘째가 태어났기 때문에 첫째 밤오줌가리기를 더 빨리 해야겠다고 느낀다. 왜냐하면, 둘째 똥오줌기저귀 빨래를 하는데에만도 팔다리가 쑤시고 몸이 힘드니까. 더욱이, 둘째 기저귀를 날마다 마흔 장 남짓 빨래해야 하는데, 여기에 첫째 오줌기저귀까지 빨래하고 싶지 않다. 두 아이 기저귀를 빨아내기란 참으로 벅차다. 기저귀 빨래로 그치지 않고, 여느 때에 입는 옷이나 손닦개나 걸레 빨래도 늘 나오니까.

 장마철이 다가오기 앞서 빗줄기가 듣지 않는 날이 내내 이어졌다. 낮에는 몹시 더워 땀을 뻘뻘 흘리며 견디어야 했는데, 이런 날씨에는 빨래가 아주 훌륭히 마른다. 날이 더워 고단하지만, 기저귀가 금세 보송보송 마르니, 이러한 대목에서는 고맙다고 하늘을 보며 절을 했다. 그러고 나서 바야흐로 맞이하는 장마철.

 둘째는 천기저귀 서른 장을 장만해서 돌린다. 비는 줄기차게 내리고 집안은 언제나 물기를 머금으니 보일러를 틈틈이 돌려서 집안을 말린다. 기저귀 빨래는 두어 시간에 한 번씩 한다. 한꺼번에 모든 빨래를 하지 않고, 앞서 한 빨래가 얼추 마를 즈음에 빨래를 한다. 앞서 한 빨래는 보일러를 돌릴 때에 바닥에 죽 깔아서 짱짱하게 말릴 때까지 지켜본다. 잘 말랐는가 아닌가는 기저귀와 옷을 들어 볼과 코에 살살 비비면서 살피고, 물기를 하나도 못 느낀다면 곧바로 갠다.

 장마철 비는 참 질기기도 하지 하고 속으로 노래하지만, 지난 두 해에 걸쳐 첫째 기저귀 빨래도 용케 해냈다. 아이들과 함께 세 해째 맞이하니까 지난 두 해를 더듬으며 슬기롭게 견디자고 생각한다. 첫째를 낳던 날부터 이제 잠자기는 글렀다고 여기며 살았고, 참말 지난 세 해에 걸쳐 팔다리 느긋하게 뻗고 네 시간 넘게 잔 날은 열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드물다. 밤마다 새벽마다 일어나서 기저귀를 갈아야 하고, 간 기저귀는 이내 빨면서 살아왔으니까. 더욱이, 아이를 보살피며 꾸리는 삶은 빨래만 할 수 없잖은가. 밥도 해 먹이고 놀이도 함께 즐기며 살림도 이래저래 돌보아야 하는데.

 밤 열두 시에 우르릉 쾅쾅 하는 빗소리에 번쩍 깨어 둘째 기저귀를 갈고 첫째 오줌을 누인 다음, 둘째 똥오줌기저귀 일곱 장하고 배냇저고리 한 장하고 옆지기 핏기저귀 두 장을 빤다. 이제 네 시나 다섯 시 즈음에 그사이 나올 똥오줌기저귀하고 어제 남긴 빨래 한두 점을 마저 하면 또 새 하루가 찾아오겠지. (4344.6.24.쇠.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노란 이불 노란 똥 노란 빨래


 노란 이불에 노란 똥을 누는 둘째 아이. 다른 빨래거리가 넘치는데 이불까지 한 채 빨아야 한다. 첫째 아이를 키우는 동안 첫째가 아직 뒤집기조차 못하던 때, 이불 빨래를 얼마나 신나게 해대야 했던가 떠올린다. 첫째 낮오줌 가리기를 하던 무렵에도 이불 빨래는 참으로 신나게 해대야 했다. 새로 빤 지 며칠 안 된 데에다 또 똥을 누었다면 기운이 쪽 빠진다. 쓴 지 제법 되어 빨아야 할 때를 맞이한 이불을 아이가 똥을 눈 김에 빨래한다고 생각하기로 한다.

 노란 이불에 묻은 노란 똥을 북북 비벼 빨면 노란 똥물이 줄줄 흐르고, 노란 똥내가 내 손에 곱게 배어든다. 흙을 만지는 일꾼 손에는 흙내가 배고, 기름을 만지는 일꾼 손에는 기름내가 배며, 아이를 돌보며 살아가는 사람 손에는 똥내가 밴다. (4344.6.21.불.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새벽 빨래


 밤새 틈틈이 깨어나 갓난쟁이 기저귀를 갑니다. 아버지가 스스로 일어나 기저귀를 갈기도 하지만, 옆지기가 아버지를 부르기에 벌떡 일어나서 기저귀를 갈기도 합니다. 밤새 쌓이는 똥오줌기저귀가 몇 장쯤 되는가를 헤아려 밤 빨래나 새벽 빨래를 합니다. 밤이나 새벽에는 넉 장까지 그대로 담그고, 다섯 장째부터 빨래를 합니다. 시골집은 밤이 되면 퍽 쌀쌀해서 새벽에 보일러를 돌립니다. 새벽나절에는 따순 물로 새벽 빨래를 합니다.

 아기가 빨래거리를 잔뜩 내놓으면 깊은 밤 한 시이든 두 시이든 빨래를 한 차례 더 합니다. 밤 열두 시에 겨우 등허리를 토닥이며 자리에 드러눕기 앞서 모든 빨래를 마무리짓습니다. 그러나 열두 시 땡 하고 지나고 나서도 으레 새 빨래거리는 나오고, 새벽 빨래를 하건 안 하건 밤새 잠자리에 들기는 어렵습니다. 집에서 아기를 돌보는 사람은 밤잠도 새벽잠도 이룰 수 없습니다. 밤잠도 새벽잠도 이루기 힘든 터라, 거의 모든 사람들이 종이기저귀를 채우는구나 싶습니다. 가뜩이나 아침부터 저녁까지 집안에서는 집안대로 온갖 일에 시달릴 테고, 집밖에서는 집밖대로 돈벌이를 하느라 힘들 테니까요.

 새벽 세 시나 네 시 무렵에 새벽 빨래를 합니다. 시나브로 이른여름에 접어든 유월 첫머리 새벽은 퍽 밝습니다. 새벽 세 시 반쯤부터 희부윰합니다. 네 시를 넘기면 하이얗고, 네 시 반부터는 꽤 환하며, 다섯 시면 동이 다 틉니다. 더운 여름날 밭에서 김매기 좋은 때는 네 시 반부터 여섯 시 사이입니다. 나는 이무렵, 네 시 안팎에 새벽 빨래를 하면서 하루를 엽니다. 첫째 아이가 밤오줌기저귀를 뗄락 말락 하는 무렵에 둘째 갓난쟁이 똥오줌기저귀를 빨아야 하다 보니, 내 팔뚝은 남아날 겨를이 없고 숨돌릴 틈이 없습니다. 하루 내내 팔뚝이 저린 채 보냅니다. 둘째 아이가 석 돌이 될 네 살을 맞이할 무렵까지 새벽 빨래입니다. (4344.6.6.달.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손빨래와 기계빨래


 나는 기계빨래를 하지 않는다. 빨래하는 기계를 다룰 줄 모르기도 하지만, 빨래기계를 장만할 살림돈이 없다. 그러나 빨래기계를 장만하려고 돈을 모은다든지, 빨래기계를 써야 한다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빨래기계를 얻어서 써야겠다고 생각한 적조차 없다.

 나는 두꺼운 옷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얇고 가벼운 옷을 좋아한다. 두꺼운 옷은 빨래하기 힘들다. 물을 짜거나 털기 어려울 뿐 아니라 말리기 참 고단하다. 두꺼운 옷 못지않게 두꺼운 이불을 안 좋아한다. 두껍고 무거운 이불이 한결 따뜻할는지 모르지만, 두껍고 무거운 이불을 어떻게 빨래하는가 생각하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얇고 가벼운 이불을 여러 채 덮으며 지내고플 뿐이다.

 아이를 씻긴다. 내 몸을 씻을 때에는 찬물만 쓰지만, 아이를 씻길 때에는 보일러를 돌려 따순 물을 받는다. 첫째는 네 살로 자랐다. 첫째를 씻길 때에는 온몸을 구석구석 문질러 때를 벗긴다. 빼를 벗긴 물은 버리지 않는다. 첫째를 씻기며 벗긴 옷을 옆에 담가 놓는다. 첫째를 다 씻기고 물기를 닦아 새 옷을 입혀 방으로 들이고 나서 빨래하며 헹굴 때에 헹굼물로 쓴다.

 둘째는 갓난쟁이인 만큼 첫째하고는 사뭇 달리 천천히 보드라운 손길로 씻겨야 한다. 둘째를 씻기고 나서 나오는 빨래감은 둘째를 씻길 때에 쓴 물로 헹군다. 따순 물이기 때문에 똥기저귀나 오줌기저귀를 빨기에 좋다. 옆지기 핏기저귀를 이때에 함께 빨면 핏물이 잘 빠진다.

 오늘 새삼스레 기계빨래를 헤아려 본다. 둘째가 태어난 뒤 빨래거리가 다시금 곱배기로 늘었다. 첫째가 태어난 뒤에도 빨래거리는 곱배기로 늘었다. 옆지기와 함께 살기로 한 뒤부터도 빨래거리는 곱배기로 늘었다. 그러니까, 요즈음 내 빨래는 내가 혼자 살던 때하고 견주면 두 곱이 두 곱이 되었다가 다시 두 곱이 된 셈이다. 모두 해서 세 곱이 아니다. 두 곱이 되었다가, 이 부피에서 두 곱이 되었고, 다시 이 부피에서 두 곱이 되었다. 차츰차츰 곱배기로 늘어나는 빨래일이기 때문에, 내 손목이 남아나지 못한다. 첫째가 세이레를 날 무렵에도 손목이 남아나지 않았지만, 둘째 때에는 더욱 고단하다. 아무래도 그동안 나이를 네 살 더 먹었기 때문일 테지.

 곰곰이 생각에 잠긴다. 지난날에는 아이를 참 많이 낳았다. 지난날에는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라서 집안 빨래거리를 나누어 주었다. 다른 집안일을 나누어 주기도 하고, 아이들은 조금씩 자라면서 집안에서 훌륭한 일꾼 몫을 한다. 옆지기가 몸이 튼튼해서 셋째도 낳고 넷째도 낳는다면, 첫째가 크면서 빨래일을 나누어 줄 테며, 둘째도 나누어 줄 테지. 앞으로 우리 집 둘째가 대여섯 살이 되고 예닐곱 살이 될 때까지는 이 아이들 옷가지는 아버지가 다 빨아야 한다고 느낀다. 둘째가 예닐곱 살이 되자면 아버지는 마흔서넛이 된다. 아마 마흔서넛 나이가 되도록 아버지는 둘째 오줌기저귀를 빨아야 할는지 모른다.

 아이들이 열 살을 지나고 열두어 살쯤 되면 저희 옷가지는 저희가 맡아서 빨겠지. 저희 이불도 저희가 빨겠지. 이쯤 되면 아버지도 나이값을 하느라 손아귀 힘이 많이 줄어 빨래하는 힘도 꽤 빠질 테지만, 아이들이 나누어 맡을 일손을 살핀다면, 마흔이건 쉰이건 예순이건 즐거이 집빨래를 해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나는 손빨래를 하면서 늘 생각한다. 어버이 된 나부터 손빨래를 즐기고, 아이 된 우리 집 두 어린이가 손빨래를 즐길 수 있기를 꿈꾼다. 저마다 제 옷을 아끼고, 제 삶을 사랑하며, 제 몸뚱이를 믿을 수 있기를 바란다. 튼튼한 몸뚱이와 물과 비누만 있으면 언제 어디에서나 손빨래를 할 수 있다. 돈이나 전기나 뭐가 없더라도 내 몸을 믿고 살아가면 아름답다. (4344.5.31.불.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빨래 그림자 놀이


 밤에 나온 둘째 똥기저귀는 새벽에 빨고, 새벽에 나온 둘째 똥기저귀는 아침에 빤다. 아침부터 햇살이 좋아 마당 빨랫줄에 넌다. 기저귀 하얀 빨래를 마당 빨랫줄에 너는 동안, 멧자락 숲에서 멧새가 우짖는 소리를 듣는다. 무슨 새일까, 어떤 새일까, 고개를 갸웃갸웃해 보지만 이름을 알지는 못한다. 그저 이름을 몰라도 고마운 소리를 아침부터 들려주니 반갑다고 마음으로 고개를 숙인다.

 첫째는 아버지가 마당으로 나온 모습을 보고는 토마토를 입에 물면서 뒤따라 나온다. 아버지가 기저귀를 다 널고 들어갈 무렵 기저귀 나부끼는 사이사이로 요리 걷고 조리 달리면서 논다. 첫째야, 네 똥기저귀도 이렇게 아버지가 손빨래를 해서 해바라기를 시켰단다. 햇볕을 먹고 바람을 먹으며 나뭇잎 빛깔과 새소리 결을 함께 받아들이는 고운 기저귀와 함께 예쁘게 살아가렴. (4344.5.30.달.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