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2

 


남녘땅 젊은이들이
머리 기른 채
신병훈련소 앞에서
“나는 총 들지 않겠어요.”
하고 말하면서
서로 어깨동무하고
해맑게 웃으면,

 

남녘땅 젊은이들이
박박 깎인 머리
쇠모자로 가리지 말고
씩씩하게 총 내려놓은 다음
“내 동무를 총으로 겨누지 않겠어요.”
하고 말하면서
서로 어깨동무하고
싱그러이 웃으면,

 

딱 사흘 뒤에
남녘에서도
북녘에서도
군대는 부스러기처럼 사라지겠지요.

 


4345.12.5.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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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1

 


버스 일꾼과 택시 일꾼 함께
공장 일꾼과 청소 일꾼 함께
서로 어깨동무하며 나란히
사흘
말미를 내어
서울 떠나
시골에서
느긋하게
식구들이랑 아이들이랑
오순도순
풀밭에 드러누워 도시락 먹고
들일을 하면서
나무를 껴안고
해바라기를 하고는
다시
서울로 돌아가면,

 

온 나라에
평화와 평등이
곱게 드리우겠지요.

 


4345.12.5.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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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잠

 


무릎에 누여 작은아이 재우는데
달게 자다가 퍼뜩 깨어 울기에
품에 안고 다독이다가는
사르르 눈 감을 무렵
새삼스레 무릎에 누이고는
조용히 책 한 권 들어
열댓 쪽쯤 읽는다
이윽고 책을 덮는다.

 

작은아이 살며시 안아
이부자리에 고이 눕히고는
작은 손 꼬옥 쥐면서
이마를 살살 쓸어넘긴다
한낮은 살랑이는 바람과 함게
천천히 흐른다.

 

아이들은
따순 젖을 먹고
따순 손길을 먹고
따순 바람을 먹고
따순 햇살을 먹어
무럭무럭 큰다.

 

잘 익은 감알빛 닮은
작은아이 볼이 어여쁘다.

 


4345.11.30.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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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

 


바람이 불어
풀을 살리고
나무를 키우며
집을 보듬는다.

 

햇살이 내려
흙이 숨쉬고
돌이 빛나며
물이 싱그럽다.

 

숲은 푸르고
들은 넓으며
하늘이 파라니,
사람은 사랑이네.

 


4345.11.24.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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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물

 


댐을 짓지 않으면
수도물 안 쓰고

 

수도물 안 쓰면
공장도 시설도 석유도 전기도
굳이 없어도 되니

 

집집마다 마을마다 흐르는
냇물로 찾아가
예쁜 손으로
물 한 모금
떠서 마시겠지.

 

왜 돈을 들여 수도물 시설 만들까
왜 돈을 들여 숲을 부수고 댐을 지을까
왜 돈을 들여 도시를 키울까
왜 돈을 들여,
왜 돈을 들여,
시골에까지 수도물 놓는 공사를 할까.

 

시골 몇 마을 없애며 댐 크게 짓고는
맑은 샘물 늘 마시는 다른 시골에
수도물 공사를 하며 외치는 민주주의란
어떤 민주주의일까.
민주주의일까.

 


4345.11.26.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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