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농약 항공방제

 


친환경농약 항공방제 헬기
우리 집 파란 대문 위로
포록 치솟더니
마당으로 농약 쫘악 뿌려
햇볕에 말리던 이불 옷가지를
마당에서 놀던 아이들 머리를
옴팡 적신다.

 

바로 대문 박차고 나가
헬기농약 뿌리는 농협직원더러
뭐 하는 짓이냐 따지니,
“인체에 무해합니다.” 한다.

 

헬기농약 뿌리기 멈추지 않는
농협직원한테 대고
꽥꽥 소리지르고는 집으로 돌아와서
농약헬기 찍은 사진을
시골 인터넷신문에 올린다.

 

한 시간이 안 되어
항의전화 빗발친다.
친환경농약인데 왜 그러느냐,
시골 할배 대신 농약 쳐 주니 좋은 일이다,
귀촌한 젊은 사람이 뭘 모르는갑다,
이 소리 저 소리 듣는다.

 

나는
조용히 암말 않는다.

 

하루 지나서
농협 도화면 지부장과 수행원들이
이장 어른 이끌고 찾아와
시골 인터넷신문 기사 내려라 한말씀.

 

어느 누구도
아이들이 농약 뒤집어쓴 일
사과하지 않는다.

 

나는
시골 인터넷신문 조그마한 기사
내리지 않는다.

 

기사제목 슬쩍 바꾼다.
처음에는 “죽고 싶으면 고흥쌀 먹어라?”,
이제는 “아이들한테 농약 뿌리는 항공방제”.

 

항공방제 사흘 내리 들이부은 뒤부터
마을에 논개구리 몽땅 죽고
제비 나비 잠자리 크게 준다.

 

그래,
사람은 아직 안 죽었네.

 


4346.7.29.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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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7-30 09:26   좋아요 0 | URL
헬기로 뿌려댄 농약이 마당에서 놀던 아이들 머리를 옴팡 적신다,는 귀절에
아이구,하는 말이 저절로 나오네요..

그래,
사람은 아직 안 죽었네.-
뭐라 할 말이 없군요...ㅠㅠ

숲노래 2013-07-30 11:07   좋아요 0 | URL
할 말 없던 일이지만,
돌이켜보니
이렇게 시 하나 쓸 수 있게 해 주었어요......
 

다시 '어른시'를 쓰기로 한다.

한 해에는 동시를 쓰고

다음 한 해에는 어른시를 쓸 생각이었는데,

굳이 갈마들며 쓰지 말고,

그때그때 쓰자고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어느 출판사에서

아직 시집을 한 권도 안 냈으나,

앞으로 시집을 내겠다며

'기존 출판사와 문단'에서

받아들여 주지 않는 '숨은 작가'

시집을 먼저 20권 내고

앞으로 꾸준히 낸다고 한다.

 

옳거니,

바로 '나를 두고 하는 기획'인가,

하고 혼자서 생각한다.

 

시골에서 아이와 함께 살며

자전거 타는 아저씨 이야기를

시집 하나로 영글고 싶다.

 

어제부터 새로 '어른시'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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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을

 


시집을 잔뜩 샀다.
시를 읽으려고?
아니,
시를 쓰려고.

 


4345.6.12.불.ㅎㄲㅅㄱ

 

2011년에는 동시를 썼고

2012년에는 어른시를 썼어요.

이제 2013년에는 다시 동시를 씁니다.

2012년에 쓴 어른시 가운데 마지막 글을 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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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장

 


아이 둘
재우면
내 잠자리 좁다.
왼팔베개
오른팔베개
내 팔은 저리다.

 

그러나
좋다, 따스하다, 포근하다.

 

오늘 하루
잘 살았구나 느끼며
아이들과 같이 잠든다.

 


4345.12.26.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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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신포동

 


아파트가 높이 솟는다.
옛 저잣거리에 지붕 선다.
길마다 자동차 들썩인다.
지하상가 길게 이어진다.

 

그런데
구름과 해와 달과 별과
언제나 바람이랑
살며시 흐르던데.

 

가을꽃 지면서
겨울나무 자고
봄풀 천천히 꿈꾸며
새날 기다린다.

 


4345.12.11.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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