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내버스 안 온 날

 


시골서 버스 손님
얼마 없어
군내버스 곧잘
큰길로만 휙 지나가고
고을 안쪽 굽이길은
안 들어오기도 한다.

 

마침 오늘
땡볕 내리쬐는 한여름
팔월 칠일 저녁 다섯 시,
아이 둘 비지땀 흘리며
마을 어귀서 노는데
이십 분 지나도록
버스도
아무 자동차도
안 지나간다.

 

아이들 큰아버지 찾아오는 오늘
아이들과 읍내로
마중가는 길인데
한참 기다리다가
택시를 부른다.

 

단골 택시삯은 13000원.
군내버스를 탔다면 1500원.

 


4346.8.7.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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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3-08-13 11:19   좋아요 0 | URL
참 좋은 시입니다.^^
탐 나네요.

숲노래 2013-08-18 08:37   좋아요 0 | URL
아, 고맙습니다~~~ ^^
 

농약바람

 


아이들을
샛자전거와 자전거수레에 태워
이웃 여러 마을
천천히 돌아다니다 보면

 

싱그러운 바람맛
코를 찌르는 농약맛
짭쪼름한 바다맛
무르익는 볏잎맛

 

골고루 누린다.

 

농약을 안 치는 마을이 없어
시골에서 살아가자면
농약바람을 견디든
농약바람을 삭히든

 

아니면

 

시골 이웃들 스스로
농약병이 바로 공해병인 줄
깨닫는 날까지 기다리든

 

할밖에.

 


4346.8.2.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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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골학교


 

진학율 100%
취업율 100%

 

현수막 붙이고 싶어

아이들 몽땅
도시로 내쫓는,

 

요즘 시골학교.

 


4346.7.30.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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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골집

 


새마을운동 따라 슬레트집.
‘새’새마을운동 따라 시멘트집.

 

앞으로
또 ‘새’새새마을운동 찾아오면

 

어떤 집 짓고
어떤 쓰레기 치워야 하나.

 

요즘 시골집.

 


4346.7.30.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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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한 줄 읽다

 


낮똥 바지에 질펀

작은아이
속 시원한지 스르르
제풀에 낮잠.

 

사 놓고 이태째 못 펼친
시집 한 권
살며시 쥘까 했더니,
낮잠 건너뛰는 큰아이
그림책 읽어 달라
아버지 부른다.

 

깍두기꽁책 꺼내
큰아이와 글씨쓰기 하다가,
색연필 꺼내
큰아이랑 나란히
대청마루에 엎드려 그림 그리다가,

 

이제
작은아이 일어날 즈음이로구나 싶어
저녁밥 안치고는
그림그리기 마무리짓는다.

 

작은아이 깨어나서 쉬 누이고
국 끓인다.
밥상에 수저 놓으니
작은아이 세살배기 목소리로
“누나, 밥 먹자!”

 

한 시간 걸려
저녁 먹이고는
드디어
시 한 줄 읽다.

 


4346.8.5.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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