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

 


키 낮고 몸 작고 힘 여린
가시내들은
아기 낳고 젖 물리고 밥 먹이고
하나 둘 서이 너이
잘도 줄줄이 꿰어 델꼬 다닌다.

 

키 높고 몸 크고 힘 센
사내들은
애 안 낳고 젖 안 물리고 밥 안 먹이고
한 녀석조차
홀로 데불고 다니질 못한다.

 

모든 아이들
어머니가 키우는데
사내들은 아버지 되어
어디서 누구한테 무슨 힘 쓰나.

 

150센티 될락 말락 아줌마
자전거 앞뒤에 두 아이 태운다.
150센티 살짝 넘는 아줌마
하나 업고 하나 이끌며 장본다.
햇볕이 아이들 머리를 살살 어루만진다.

 


4346.10.14.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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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오라기별

 


가을밤에 쉬 누러 마루문 열고
마당으로 내려서며 풀밭 앞에 서는데
환하게 드리우는 별빛 밝아
문득 고개 드니까
하얀 깃털 밝은 해오라기 같은 별자리
우람하다.

 

저렇게 크구나.
별자리란.

 

해오라기별 날개 쪽으로 미리내 흐른다.

 


4346.10.11.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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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10-13 07:53   좋아요 0 | URL
해오라기별, 시가 참 좋습니다~
하얀 깃털 밝은 해오라기 같은 별자리,
해오라기별 날개 쪽으로 미리내가 흐르는 모습이
눈 앞에 환히 보이는 듯 합니다~*^^*

숲노래 2013-10-13 09:02   좋아요 0 | URL
'백조자리'라는 별자리예요.
'백조'라는 말은 아이한테 어려우니
'하얀 새'라는 뜻인 우리 말 '해오라기'라는 이름으로
아이한테 이야기를 해요~
 

어린 나무 두 그루

 


텃밭에서 돌나물 뜯다가
어린 초피나무 두 그루
살며시 쓰다듬는다.

 

큰 초피나무에서 떨군
짙붉은 껍데기에서 나온 새까만 알이
흙 품에 안겨 천천히 자라고
그야말로 천천히 크는
어린 초피나무 두 그루
물끄러미 바라본다.

 

어린 초피나무를 나물로 잘못 알고
뿌리째 뽑아서 먹은 적 잦았다.
입에 넣어 살금살금 씹으며
무슨 풀인가 하고 가만히 생각하다가
확 오르는 싸아한 기운에
풀 아닌 나무였다고,
어린 초피나무였다고 뒤늦게 알아챘다.

 

언제쯤 옮겨 심어야 할까.
너희 어린 나무는 어미나무 곁에서
언제까지 이렇게 앙증맞게 지낼까.
어른 팔뚝만 하게 자라면
옮겨 심을 만할까.

 

가을볕 가을바람 가을비
모두 듬뿍 먹으렴.

 


4346.10.8.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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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 어귀

 


나무그늘에서 들일 쉬며
샛밥 먹고
낮잠 한숨 달게 자고는
들바람 한 자락 마신다.

 

햇볕은 뜨끈뜨끈 나락을 익힌다.
콩 수수 서숙도 익고
들콩도 산딸도 감알도 익는다.

 

비가 오며 나무가 젖는다.
빗물은 나뭇잎을 통통 튀기면서
논으로 밭으로 떨어진다.

 

햇볕과 빗물 먹는 나락을 쓰다듬는다.
바람과 구름 마시는 나무를 어루만진다.

 

구월부터 천천히 알록달록한 풀숲은
시월에 이르러 온통 울긋불긋 너울댄다.
시월바람 깨고소하게 분다.

 


4346.10.1.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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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마을

 


바닷마을
참깨는
쥐눈이콩은
옥수수는
가지는
오이는
나락은
쑥은
후박나무는

 

바닷내음 바닷노래 바닷바람
듬뿍 머금으며
파란 별빛
씨앗에 곱다시
담는다.

 


4346.8.28.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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