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

 


파랗게 맑은 하늘에서 내리는 빗물
파랗게 밝아 싱그러운 바다 된다.
군내버스 일꾼은 파란바람 마시며
푸르게 우거진 숲길 달린다.

 

잿빛 하늘에서 내리는 빗물
잿빛 시멘트집 벽을 적신다.
시내버스 일꾼은 잿빛바람 마시며
전깃불로 밝힌 꽉 막힌 넓은 길 달린다.

 

시외버스 일꾼이 달리는 길은 어디일까.
시외버스는 어디와 어디를 오가는가.
고속도로는 어떤 숲과 내와 마을 가로지르는가.
국도는 어느 논밭을 가로지르는가.

 

걸어서 강진부터 서울 걷던 사람은
한 번 걸어서 오가더라도 글 남기나,
자가용 버스 기차 타고 다니는 사람은
서른 몇 해 오가더라도 글 못 쓴다.

 


4346.10.14.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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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22 2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숲노래 2013-10-22 21:26   좋아요 0 | URL
그 심란한 일들이
앞으로 찾아올 아름다운 빛과 같은 일에
거름이 되려고 생겨났으리라 믿어요.

언제나 고우면서 맑은 마음으로
활짝 웃는 하루 이으셔요.

밤별도 밤바람도 더없이 환하고 보드라운 하루예요.
 

마을빛

 


햇볕과 바람과 빗물이
흙땅에 내려앉으면서
풀과 나무 자라고,
어느덧 숲 이루어져,
이곳에 집을 짓고 사랑을 나누며
아이들 노래하고 춤추는
하루 곱게 빛나
무지개 됩니다.

 


4346.10.20.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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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에서

 


메밀꽃 닮은 조그마한 흰꽃
기찻길 옆으로 줄줄이 이어
흐드러진다.

어떤 꽃일까.


이름은 무엇일까.
빠르게 달리는 기차에서
좀처럼 알아보지 못하며 스치기만 한다.

 

민들레라면, 고들빼기라면, 붓꽃이라면,
함박꽃이라면, 딸기꽃이라면, 감꽃이라면,
아마 바로 알아보았겠지.

 

기차에서 내려
풀숲길을 걷고 싶다.

 


4346.10.15.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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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날

 


여치 베짱이 풀무치 귀뚜라미
함께 살아가는 풀밭에는
방동사니 고들빼기 쑥 민들레
사이사이
사마귀 고개 내밀고
개구리 노래 한 마디.

 

가랑잎 구르는 마당에
동백꽃 몽우리 차츰 굵고
찬바람에 힘 잃는 잠자리 하나
붓꽃 씨주머니에 앉아 쉰다.

 

겨울에는 거미도 개미도
고이 잠들까.

 

이슬 내린 풀밭은
열 시를 넘으며 따뜻하다.
나락 베어 빈 논 그득하다.
고샅마다 한길마다 나락내음 감돈다.

 

시월은 노란 동이 트며
누런 들숨 햇밥으로 먹는 달,
가을볕 머금은 골짝물 반짝반짝 차갑다.

 


4346.10.14.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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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10-20 11:51   좋아요 0 | URL
<가을날>을 읽으며 마음이 참 좋습니다.
눈으로도 읽고, 소리 내서도 읽으니 더욱
가을날의 모습이, 골짝물처럼 반짝반짝 하네요~*^^*

숲노래 2013-10-21 08:06   좋아요 0 | URL
가을이 무르익는 요즈음
시골뿐 아니라 도시에서도
모두들 따사로운 마음 되기를 빌어요~
 

시골살이

 


옛날 사람들
해를 가리는 어느 것도 없이
들에서 일하고 나무 밑에서 쉰다.

 

오늘날 사람들
온통 친친 감고 덮으며
들에서 일하고 쎄멘집에서 쉰다.

 

해를 먹고 바람 마시는 사람들
들에 해와 바람이 깃들게 한다.
해도 바람도 가리는 사람들
밭에 비닐집 세우고 수돗물 먹인다.

 

친환경농업에 농약 왜 쓰나.
유기농업에 비닐 왜 쓰나.
시골마을에 세멘길 왜 닦나.
시골집에 TV 왜 들이나.

 

도시는 시골을 잡아먹고
시골은 도시 꽁무니 꽂는다.

 


4346.10.14.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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