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
파랗게 맑은 하늘에서 내리는 빗물파랗게 밝아 싱그러운 바다 된다.군내버스 일꾼은 파란바람 마시며푸르게 우거진 숲길 달린다.
잿빛 하늘에서 내리는 빗물잿빛 시멘트집 벽을 적신다.시내버스 일꾼은 잿빛바람 마시며전깃불로 밝힌 꽉 막힌 넓은 길 달린다.
시외버스 일꾼이 달리는 길은 어디일까.시외버스는 어디와 어디를 오가는가.고속도로는 어떤 숲과 내와 마을 가로지르는가.국도는 어느 논밭을 가로지르는가.
걸어서 강진부터 서울 걷던 사람은한 번 걸어서 오가더라도 글 남기나,자가용 버스 기차 타고 다니는 사람은서른 몇 해 오가더라도 글 못 쓴다.
4346.10.14.달.ㅎㄲㅅㄱ
마을빛
햇볕과 바람과 빗물이흙땅에 내려앉으면서풀과 나무 자라고,어느덧 숲 이루어져,이곳에 집을 짓고 사랑을 나누며아이들 노래하고 춤추는하루 곱게 빛나무지개 됩니다.
4346.10.20.해.ㅎㄲㅅㄱ
기차에서
메밀꽃 닮은 조그마한 흰꽃기찻길 옆으로 줄줄이 이어흐드러진다.
어떤 꽃일까.
이름은 무엇일까.빠르게 달리는 기차에서좀처럼 알아보지 못하며 스치기만 한다.
민들레라면, 고들빼기라면, 붓꽃이라면,함박꽃이라면, 딸기꽃이라면, 감꽃이라면,아마 바로 알아보았겠지.
기차에서 내려풀숲길을 걷고 싶다.
4346.10.15.불.ㅎㄲㅅㄱ
가을날
여치 베짱이 풀무치 귀뚜라미함께 살아가는 풀밭에는방동사니 고들빼기 쑥 민들레사이사이사마귀 고개 내밀고개구리 노래 한 마디.
가랑잎 구르는 마당에동백꽃 몽우리 차츰 굵고찬바람에 힘 잃는 잠자리 하나붓꽃 씨주머니에 앉아 쉰다.
겨울에는 거미도 개미도고이 잠들까.
이슬 내린 풀밭은열 시를 넘으며 따뜻하다.나락 베어 빈 논 그득하다.고샅마다 한길마다 나락내음 감돈다.
시월은 노란 동이 트며누런 들숨 햇밥으로 먹는 달,가을볕 머금은 골짝물 반짝반짝 차갑다.
시골살이
옛날 사람들해를 가리는 어느 것도 없이들에서 일하고 나무 밑에서 쉰다.
오늘날 사람들온통 친친 감고 덮으며들에서 일하고 쎄멘집에서 쉰다.
해를 먹고 바람 마시는 사람들들에 해와 바람이 깃들게 한다.해도 바람도 가리는 사람들밭에 비닐집 세우고 수돗물 먹인다.
친환경농업에 농약 왜 쓰나.유기농업에 비닐 왜 쓰나.시골마을에 세멘길 왜 닦나.시골집에 TV 왜 들이나.
도시는 시골을 잡아먹고시골은 도시 꽁무니 꽂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