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불을 전기로 켜서
길을 밝힙니다.
밤도 낮과 같아
훤합니다.

 

건물도 아파트도 층층 높아
낮에도 등불을 전기로 켜
일터와 집을 밝힙니다.
등불 없이는
낮도 밤과 같아
어둡습니다.

 

지구별은 우주에서 빛납니다.
해도 달도 우주에서 빛나요.
저 먼 별들도
우주에서 곱고 맑게 빛나지요.

 

지구에는 지구빛 있지만,
등불을 켜면서
사람들 마음에 있는
작은 빛 사그라듭니다.

 


4346.11.14.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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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

 


굳은살 두껍게 박힌 손으로
흙을 갈고 풀을 뜯으며
햇볕에 땀흘리고 바람에 쉬던
살결 까만 두 사람 있어,

 

흙내음 솔솔 나고
풀잎마냥 보드라우며
해처럼 환하고
바람처럼 싱그러운,

 

아기를 낳아,

 

온 사랑 들이고
온갖 웃음 얻어
보금자리 푸르게 가꿉니다.

 


4346.10.18.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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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선생님이 더 시끄럽다.
아니, 선생님이 시끄러우니
어린이집 아이들이 시끄럽다.
왜 이 어른들은 스스로 ‘선생님’ 될까.
왜 이 어른들은 아이들 이름
하나하나 부르지 못하며 ‘얘들아’ 하고
뭉뚱그리기만 할까.

 

순천서 부전으로 가는 기차에
노래가 흐르지는 않는다.
이리 떠들고 저리 소리지르는
어수선하게 귀 따가운
접시 깨지는 소리만 있다.

 

그런데,
어쩌면,
수십 수백 수천 숨결
한꺼번에 몰고 다니려면
이름 부를 틈이 없고,
다 다른 옷 입힐 수 없어,
한몫에 몰아 우르르
상자에 담아 똑같이 키우는
병아리로 만들어야겠지.

 


4346.10.18.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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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3-12-09 06:47   좋아요 0 | URL
아!

숲노래 2013-12-09 09:29   좋아요 0 | URL
기차를 타고 먼길을 다닐 때면,
또 어디에서나 병아리옷 입힌 어린이집 유치원 아이들 볼 때면,
왜 이렇게 시끄럽고 어수선한가 하고 갸우뚱했는데
어느 날 문득 깨달았어요.
통 속에 가두어야 하니까 그렇구나 하고...

희망찬샘 2013-12-13 07:02   좋아요 0 | URL
저의 이 짧은 감탄사의 의미를 아주 정확하게 짚어주셨어요.
 

따순 볕

 


손 시리면
시린 대로
조물조물

 

기저귀 빨다가
자그마한 저고리 바지 치마
차근차근 빨다가
걸레를 빨고 이불을 빨며

 

따순 볕
저 멧등성이 위로
빼꼼 고개 내밀기를
호호 기다린다.

 


4346.12.3.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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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물

 


안 먹는 이한테는
저 달디단 민들레잎
쓰디쓰다.

 

안 멋는 이한테는
고들빼기잎 씀바귀잎
손댈 엄두 안 난다.

 

까마중알 안 먹는 이한테
까마중잎 어찌 건넬까.

 

꽃마리 작은 꽃송이 모르니
코딱지나물 맑은 꽃송이
같이 먹기 어렵다.

 

나물 한 줌 숲짐승 먹고
나물 두 줌 애벌레 먹으며
나물 석 줌 들사람 먹는다.

 


4346.12.3.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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