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빛

 

 

삼월 첫무렵 복복 오르는

쑥잎을 바라보며 웃는다

너희를 언제부터 뜯어서

냠냠 먹을까.

 

쑥이 오르기 앞서 돋은

갈퀴덩굴과 갓잎을 톡톡 끊어

일곱 살 네 살 두 아이와

아침저녁 먹으며

빙그레 생각한다

우리 집 마당 돌나물도

곧 물오르고 통통히 굵어

신나게 먹을 테지.

 

삼월 이십구일에

우리 집 헛간에

올들어 첫 거미줄 나타났다.

날파리 몇 걸렸다.

새끼손가락으로 고운 거미줄

톡 건드린다.

이제 보름쯤 지나면

저 태평양 가로질러

제비들 무리지어 춤추듯

처마 밑으로 깃들겠구나.

 

 

4347.4.2.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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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개구리

 


삼월이 저물 무렵이면
개구리 하나둘 깨어나
밤노래를 부른다.

 

사월이 깊을 무렵이면
제비 하나둘 찾아와
처마 밑 둥지 손질한다.

 

오월이 익을 무렵이면
들마다 딸기알 빨갛게
달콤한 내음 퍼뜨린다.

 

유월이 빛날 무렵이면
소나기 한 줄기에
무지개 드리운다.

 

칠월이 노래할 무렵이면
밤하늘에 별잔치 짙어
초롱초롱 별꽃이 핀다.

 

한 달 두 달 손으로 꼽으며
나무가 들려주는 이야기
한 소끔 듣는다.

 


4347.3.27.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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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봄 아침

 


한길에 자동차들
쉬잖고 흐르지만
햇살은 한결같이
새 봄날 기다리며
따숩게 비춥니다.

 

시골길에 경운기들
더러 지나가는데
멧새는 하루 내내
새 봄빛 받으면서
밝게 노래합니다.

 

마당에 아이들
아침부터 저녁까지
풀바람 풀내음
새삼스레 누리고
까무잡잡 뛰놉니다.

 


4347.3.4.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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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금자리

 


처마 밑이면 좋아서
흙이랑 짚 물어다가
보금자리 알뜰살뜰 짓는
제비 두 마리.

 

읍내에서는
큰길 달리는 자동차 소리
붕붕 들으며 자고

 

마을에서는
고샅 지나가는 경운기 소리
텅텅 들으며 자고

 

숲속 작은 집에서는
나뭇잎 간질이는 숲바람 소리
사근사근 들으며 잔다.

 


4347.2.12.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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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설을 앞두고
음성 할매 할배 계신 댁에 찾아와
이틀째 지낸다.
자장노래 부르며
두 아이 재운다.
작은아이는 곯아떨어지고
큰아이도 곧 꿈나라 간다.
이제 노래는 그만하자 생각하며
살며시 눈을 감는다.

 

노래를 그치니
바깥에서 여러 소리 들린다.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
자동차 달리는 소리,
자동차 멈추는 소리,
자동차 자동차 자동차.

 

큰길이 삼십 미터쯤 앞에 있는데
창문을 꼭꼭 닫고
두꺼운 천을 드리웠어도
바깥소리 자꾸 스며든다.

 

나지막하게 다시 자장노래 부른다.
아이들이 깊이 고이 보드라이
꿈속 노닐 때까지.

 


4347.1.31.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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