냇물고기

 


골짝물에 발 담그고
10초쯤 가만히 숨죽이면
손톱달보다 작은 냇물고기
살살 다가와 복복
발등과 발가락 입맞춘다.

 

간지럽네 하며 발가락 꼼지각하면
작은고기 화들짝 놀라
쌩쌩 꼬리를 뺀다.

 

간지럼 참으며 다시
발을 담그면

 

냇물고기 살살 다가와
종아리와 발등과 발가락 골고루
쪽쪽 입맞추어 준다.

 


43436.9.27.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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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9-29 23:04   좋아요 0 | URL
함께살기님의 시는, 머리로 쓴 시가 아니라
삶으로 만나고 쓰신 아름다운 시라, 늘 읽으며~냇물고기가 다가와
발등과 발가락에 입을 맞추듯 즐겁고 참, 좋습니다..
늘 좋은 시, 행복한 시 읽게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숲노래 2013-09-30 06:30   좋아요 0 | URL
머리로는... 쓸 수가 없어서요 ^^;;;
제 머리는 시를 쓸 머리가 안 되어
머리로는 시를 못 쓰는구나 싶어요 ^^;;;
 

죽살이

 


애벌레는 풀을 먹고
나비는 꽃가루받이를 하고
제비는 나비며 나방이며 잠자리며
즐겁게 먹는데

 

잠자리는 개구리와 함께
파리랑 모기를 먹고
서로 돌고 돌아
풀잎 하나면 모두 즐겁다.

 

사람들은
논밭 일구는 동안
들풀 자랄
논둑과 도랑과 빈터와 마당
모든 곳에 시멘트를 덮고
농약을 뿌린다.

 

개구리가 죽는다.
제비가 죽는다.
나비가 죽는다.
잠자리가 죽는다.

 

그런데
참 용하게
파리랑 모기는 안 죽네.

 

어떤 농약도 살충제도
파리랑 모기는 못 죽인다.

 

개구리 제비 나비 잠자리
몽땅 사라진 곳에서
사람들은
파리 모기하고 이웃 되어
서로 아직 안 죽는다.

 


4346.8.24.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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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비

 


달포 남짓 가물던 땅에
늦여름 빗줄기 듣는다.

 

고들빼기꽃 하얗게 빛난다.
부추꽃 흰 다발 눈부시다.
까마중꽃 하얀 무늬 곱다.

빗물 먹으며 이삭이 굵고
빗물 받으며 열매가 익는다.

 

빗소리는 처마를 흐르고
빗노래는 개구리와 싱그러이 잔치.

 

달과 해와 별과 무지개는
이 비에 함께 젖을까.
이 비를 기쁘게 바라볼까.

 

어린 아이들 맨발로 비를 밟는다.
어린 아이들 맨손으로 비를 받는다.
어린 아이들 맨몸으로 빗놀이 누린다.

 

빗물은 땅속으로 스며
우물물 냇물 되고,
빗물은 숲 들 지나
너른 바다 된다.

 

지난해 내린 빗물 먹고 자란 쌀
그러께 내린 빗물 스민 샘물 길어
오늘 아침 지어 먹는다.

 


4346.8.24.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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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3-09-22 13:44   좋아요 0 | URL
<여름비> 시가 참 좋습니다~!!^^

숲노래 2013-09-23 08:24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긴 여름 내내 가물다가
비가 오던 날 마루에 앉아서
이 시를 썼어요~

appletreeje 2013-09-22 23:11   좋아요 0 | URL
어쩜 이렇게 '여름비'에 딱 맞는 시를 쓰셨을까요~!!
거듭 읽고 또 읽어 볼수록...여름비가...스르르, 몸과 마음에 스며드네요~*^^*

숲노래 2013-09-23 08:25   좋아요 0 | URL
아이들이 비 올 적에 맨발로 노는 모습을 보며
저도 어릴 적에 우리 아이들처럼 놀았구나 하고
떠올리니
저절로 이 글이 태어났어요~
 

배롱꽃 그늘

 


여름이 무르익는 칠월부터
배롱나무 가지마다
옅붉은 꽃송이
그득 맺혀,

 

빨래터 네모난 물결에
소복소복 내려앉는다.

 

물이끼 밟으며
물방울 튀길
아이들도

 

물이끼 걷으며
손빨래 부산할
젊은 어매도

 

서울로 떠나
아무도 없지만,

 

멧새 살포시 내려앉는다.
잠자리 가만히 날개를 쉰다.

 

배롱꽃은
새와 풀벌레 노래 들으면서
별하고 놀고
해하고 춤춘다.

 


4346.9.17.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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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과

 


무씨 심어
무꽃 보고
무청 얻으면서
무뿌리 굵직굵직
시원하게 먹는다.

 

참깨씨 심어
참깨잎 뜯고
참깨꽃 누리면서
참깨알 오돌토돌
고소하게 먹는다.

 

사랑씨 심으니
고운 눈매
예쁜 살결
보드라운 마음 어우러진
아기 태어난다.

 


4346.9.13.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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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9-18 11:35   좋아요 0 | URL
시가 아주 맛나고 아름답게
너무나 좋습니다~~*^^*

숲노래 2013-09-19 09:49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문득문득
이런 시를 쓸 수 있어
저 스스로도 즐겁고 고맙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