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
하늘을 날고벌레를 잡고동무를 사귀고바람을 맞고햇살을 쬐다가는풀섶에 깃들어 자고사랑을 꽃피워새끼 낳아 돌보며어린 목숨들한테 날갯짓 가르치는
까마귀.
4345.3.24.흙.ㅎㄲㅅㄱ
글
밥을 하고빨래를 하며아이를 씻기고방이며 집 안팎 쓸고닦는다.
아이 태운 수레자전거에 붙여면내 우체국 다녀온다.
씨감자 추리고밭흙 갈아엎어고랑 이랑새로 만든 뒤차곡차곡 하나하나 심는다.
연장을 닦고손발을 닦고기지개를 켜면어느새밤하늘은 달빛 별빛.
아이들과 마을 한 바퀴아이를 품에 안고 노래이부자리 여미고눈을 붙이려다가빈 종이 한쪽에몇 줄 끄적이는글.
4345.3.19.달.ㅎㄲㅅㄱ
밥
장작으로 삼을 나무를멧골로 들어가서도끼로 패어지게에 짊어지고,
솥에 쌀이랑 안칠 물을냇가로 가서동이에 담아머리에 이고,
조물딱조물딱 무칠 나물을들판과 논둑에서한 손 두 손 캐고 뜯어소쿠리에 담고,
아삭아삭 씹을 무랑 배추를밭뙈기에서어여쁜 씨앗으로 심어즐겁게 거두고,
어르신들아이들모두 불러한 자리에 마주앉아,
한솥밥한식구한사랑한삶.
4345.3.22.나무.ㅎㄲㅅㄱ
돈
아침 일곱 시 오 분부터저녁 여섯 시 오십 분까지두 시간에 한 차례읍내로 나가고시골집으로 돌아오는군내버스.
어른 1500원어린이 800원.
20분 길을 구비구비느긋하게 달린다.
걸어가면 두 시간,자전거로 사십 분,다섯 살 두 살아이 데리고옆지기와아직 3000원이면재미나게 마실.
햇살
마당에서 세발자전거 타는 누나대청마루에 엎드려 바라보다가후박나무 빨간 봉우리포근한 햇살 머금은 바람살가이 부는 삼월 아침어린 동생도 마당으로 내려와섬돌부터 후박나무 그늘까지볼볼볼 기어갑니다.
햇살은 오줌기저귀를 보송보송 말리고바람은 양말과 바지를 곱게 말리며들새는 마늘밭 사이 날며 노래하는조용하며 보드라운 하루.
4345.3.16.쇠.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