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 (딸기)

 


문을 닫은 지
열 몇 해
작은 시골
작은 초등학교

 

우람하게 자란
나무 밑
너른 그늘
새빨간 구슬송이

 

작은 손길에
톡 떨어지며
온 하늘 목숨
따숩게 스며든다.

 


4345.5.25.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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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세 시 사십 분
둘째 아이
끙 끙
소리 내며
일어나

 

잠들 무렵
옆에 누운
아버지
어디 갔나
찾는다

 

문턱
두 손으로 짚고
옆방에서
글 쓰는
아버지
빤히 바라본다

 

쉬 했니
촉촉한 기저귀 벗기고
폭신폭신 기저귀 대어
무릎에 누여
살살 토닥인다

 

삼십 분쯤 뒤
새근새근 잠든
둘째 아이
천천히 안고
천천히 일어서
옆에 방석 둘 깔고
살며시 눕힌다

 

내 웃도리 한 벌
둘째 몸 덮는다

 

아직 많이 작은 둘째
내 웃도리 한 벌로
넉넉히
이불 삼을 만하다

 


4345.5.22.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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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쫑

 


둘째 아이 돌떡
마을 집집
모두 돌며
두 손씩 드린다

 

해 떨어진
어둑어둑
조용한 저녁
할머니 세 분
우리 집 찾아와
돌떡 그냥 안 먹는다며
쌀이며 돈을 내미신다

 

할머니 한 분
허리가 너무 아파
일 좀 거들어 달라며
마늘밭
마늘 다 뽑고
마늘 다 묶은 뒤
짐차에 실을 때
들어 나르기만 거들어 달라
이야기한다

 

허리가 아프면
처음부터 다 아프실 텐데
마늘을 뽑을 때부터
불러 주셔요
저희는 아직 마늘뽑기
해 보지 않아
한 가지씩 몸으로 겪으며
배워야 해요

 

나는
마늘밭 마늘뽑기부터
아이들이랑 찬찬히
품앗이 하기를 꿈꾼다

 

마늘뽑기부터
품앗이 한다면
잘 자란 마늘들 가운데
마늘쫑 예쁘게 남은
서너 알
뿌리까지
예쁘게 건사해서
우리 집 마당에
옮겨심어
마늘꽃 아이들한테
구경시키도록 해 주십사
얘기할 수 있기를 빈다

 


4345.5.20.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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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2-06-19 10:01   좋아요 0 | URL
벌써 마늘을 뽑을철이로군요.
며칠전 친정엄마도 텃밭에 마늘을 뽑았으니 가져가라고 전화가 왔었는데..^^
마늘이랑 양파를 캤는데 작년만큼 재미가 없으시대요.
가뭄이 들어 감자도 알이 굵어질줄 모른다고 울상이시네요.
재미삼아 놀고 있는 밭을 일구시더니 완전 농사꾼이 다 되셨어요.^^
오늘은 비가 와 엄마 텃밭을 비롯해 농사꾼들 감자알이 더 굵어지길 바라봅니다.

헌데 둘째가 벌써 돌이었네요?
축하드려요.^^

숲노래 2012-06-19 14:14   좋아요 0 | URL
돌은 지난달에 지났어요 ^^;;;;

지난달에 돌과 얽힌 여러 가지 글을 쓰기도 했고요 ^^;;;

시 끝에 날짜를 보시면...

마늘뽑기도 이제 다 끝났고,
마늘은 다 말렸고,
집집마다 마늘도 다 팔았고...
그렇답니다~~~ ^^

BRINY 2012-06-19 11:34   좋아요 0 | URL
둘째 돌을 맞이하셨군요. 축하드려요.

숲노래 2012-06-19 14:13   좋아요 0 | URL
아...
시 끝에 적었듯이,
5월 20일에 쓴 시이니까,
돌도 이무렵이었고,
이제 돌 지난 지 한 달 즈음 되었습니다 ^^;;;

고맙습니다~
 

호미

 


호미 쥐고
굽은 허리에
뒷짐걸음

 

흙 묻은 양말로
천천히 걷다가
찻길 건너며
슬쩍
뒤를 보고는

 

커다란 버스
달리는 줄 깨닫고
놀라
종종걸음

 

한숨 쉬다가
밭으로 가는
할머니

아이들 같다.

 


4345.5.18.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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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내가 심은
나무도 좋고

 

남이 심은
나무도 좋으며

 

사람이 안 심고
씨앗으로 퍼져

 

스스로 자라는
나무도 좋다.

 


4345.5.11.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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