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눈가 바알갛게 졸던
아이들
하나는 내 가슴에 포개고
하나는 팔베개를 하며,

 

작은 가슴
콩콩 닥닥
소리를 느낀다.

 

작은 볼에
작은 핏톨
작은 핏줄기 따라
예쁘게 뛰고,

 

작은 머리카락
작은 눈썹
작은 손톱
작은 두 다리.

 

조그맣게 피어나는 사랑
조그마한 목소리로 속삭이며,

 

조그마한 종이에
조그마한 이야기
그린다.

 


4345.4.7.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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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물을 썬다
무를 깎는다
마늘을 다진다
두부를 가른다
미나리를 다듬는다
능금알 두 쪽으로 자른다

 

칼은
날 적부터 부엌칼
사람을 살리는 칼
살림칼
삶칼
사랑칼
밥칼

 

사람을 죽이거나
짐승을 베라며
만든 칼은
처음부터 없다.

 


4345.4.4.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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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개

 


내 팔은
내 아이 베개,

 

내 어머니 팔은
내 베개,

 

내 할아버지 팔은
내 어머니 베개.

 


4345.4.4.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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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별이 흐르는 소리를
가락에 담아.

 

꽃송이 벌어지는 몸짓을
가락에 실어.

 

도랑물 구르는 얘기를
가락에 녹여.

 

아이들 자지러지는 웃음을
가락에 품어.

 

어머니 젖 물리는 손길을
가락에 놓아.

 

햇살이 건드리는 사랑을
가락에 두어.

 

흙이 일어나는 기지개를
가락에 삭혀.

 

내 노래는
내 하루 엮은 숨결.

 


4345.4.1.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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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2-04-11 00:34   좋아요 0 | URL
된장님이 제 가슴을 틔어주시는군요.
지난번 보내주신 시집도 참 좋았는데.....

방금 속상한 페이퍼를 본지라, 크게 숨을 내쉽니다. 감사합니다.

숲노래 2012-04-11 05:32   좋아요 0 | URL
좋은 마음과
좋은 삶을
생각하면서
하루하루 즐겨 주셔요~
 

 


뭇목숨 살리는 봄볕
고을마다 골고루
내리쬐는데,

 

어느 고을에서는
매화꽃 하얗게 눈내리고,

 

어느 고을에서는
보리싹 푸르게 빛나고,

 

어느 고을에서는
아파트 유리창 빛살 눈부셔.

 

갓난쟁이는 마당을 기며
등판이 따뜻하고,

 

다섯 살박이는 흙밭에서
흙투성이 손발 따뜻하며,

 

빨래 너는 어버이는
후박나무 그늘에서 살짝 쉰다.

 


4345.3.29.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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