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곱 시 오 분부터
저녁 여섯 시 오십 분까지
두 시간에 한 차례
읍내로 나가고
시골집으로 돌아오는
군내버스.

 

어른 1500원
어린이 800원.

 

20분 길을 구비구비
느긋하게 달린다.

 

걸어가면 두 시간,
자전거로 사십 분,
다섯 살 두 살
아이 데리고
옆지기와
아직 3000원이면
재미나게 마실.

 


4345.3.19.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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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마당에서 세발자전거 타는 누나
대청마루에 엎드려 바라보다가
후박나무 빨간 봉우리
포근한 햇살 머금은 바람
살가이 부는 삼월 아침
어린 동생도 마당으로 내려와
섬돌부터 후박나무 그늘까지
볼볼볼 기어갑니다.

 

햇살은 오줌기저귀를 보송보송 말리고
바람은 양말과 바지를 곱게 말리며
들새는 마늘밭 사이 날며 노래하는
조용하며 보드라운 하루.

 


4345.3.16.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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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나무를 베어 불을 때고
집을 짓고
연장을 만들고
그릇을 깎고
지게를 만들고
수저를 깎고
냇물 건널 다리를 놓는다.

 

나무를 베어 종이를 빚고
문에 바르고
한 장 두 장 묶어
조그맣게 책을 엮는다.

 

나이테마다
숲이 살아온 빛살 깃들고
숲과 살아온 사람 손길
살며시 스민다.

 


4345.3.15.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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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아이 씻긴 물로
첫째 아이 씻고,

 

첫째 아이 씻은 물로
내 몸 씻은 뒤,

 

내 몸 씻은 물로
네 식구 빨래를 한다.

 

빨래하던 물로
씻는방 바닥을 닦고
걸레를 빤다.

 

이 물은 개수구를 거쳐
도랑을 지나
냇물과 섞이며
바다로 흘러가거나
땅속으로 스미겠지.

 

머잖아 아지랑이 되어
하늘로 솔솔 올라가면
지붕을 때리다가는
빨래줄에서 살짝 쉬는
빗방울 되고,

 

봄까치꽃 별꽃
조그마한 잎사귀에
하나 둘 셋
찾아들겠지.

 


4345.3.11.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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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꿉

 


도마에
먹다 남은 다시마 조각
올려놓고
칼로
토막토막 썬다.

 

이윽고
빈 도마에
아무것 없지만
작은 나무칼로
마늘을 다지듯
통통통통 내리친다.

 

곧이어
작은 접시
작은 밥그릇
작은 수저
작은 국자
방바닥에
죽 늘어놓는다.

 

예쁘게 차린 밥
예쁘게 먹는다.
곱게 먹은 밥상
곱게 치운다.

 

다섯 살 사름벼리
두 살 산들보라
소꿉놀이 한창.

 


4345.3.8.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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