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고 싱그러운 숲으로
서로 손 맞잡고
천천히 걸어가자.

 

한 손에는 호미 들고
한 손에는 바구니 들어
콕콕 천천히
그득그득 풀내음 담아

 

냇물 긷고 아궁이 불 지펴
도란도란 마주앉아
풀밥 나누어 먹고
풀노래 함께 부르자.

 


4346.12.3.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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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관사업

 


시골 군청에서는 경관사업 벌여
겨울날 빈논에 유채씨 뿌리도록
시골 할배한테
일을 시킨다.

 

경관사업비 얼마나 받을까.
우리한테는 땅이 없어
잘 모르지만,
마을 이장님 새벽마다
군청한테서 경관사업비 100% 받도록
논 잘 갈고 씨 제때 뿌리며
물골 제대로 내어
새봄에 노란 꽃물결 흐르도록 하자고
확성기로 말씀한다.

 

마을 할배들 빈논에 유채씨
제대로 뿌렸을까.

 

송알송알 유채잎 돋는 빈논 있지만
아무것도 안 돋는 빈논 있다.
이러다가 군청에서 경관사업비
받으실 수 있으려나.

 

겨울바람 스산하게 부는 빈논에
살며시 들어가서 유채잎 뜯는다.
한 줌 쥘 만큼 몇 잎 뜯는다.
군청 공무원은 노란 꽃만 보면 될 테니
푸른 잎사귀 조금 나눠 먹어도 될까.

 


4346.12.1.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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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 선물

 


유기농에 무농약이라는 귤
한 상자 선물받는다.

 

칼로 테이프 끊어 여니
울퉁불퉁 울긋불긋
재미나게 생긴 크고작은 귤
가득하다.

 

안내글 A4종이로 두 장
함께 있기에 읽는다.
감기예방, 피부미용, 동백경화, 고혈압
모두에 좋다고 한다.

 

아무렴
농약 안 치고 똥오줌 거름이면
나락도 귤도 보리도 감도
우리 몸에 좋기만 하고
나쁠 일 없으리라.

 


4346.10.23.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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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꼬리새

 


숲에서 부는 바람이
긴꼬리새 깃을 스쳐
마당밭 부추씨 건드리고는
대청마루 지나
집안 곳곳으로 스민다.

 


4346.10.26.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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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내버스 기다리며

 


먼동이 트고
빈들에 햇살 드리우면서
멧새들 아침 여는 노래
마을마다 그득하다.

 

느티잎 누르스름 물드는 곁에
씀바귀 민들레 새로 돋아
어느새 작은 꽃에 작은 씨앗
새로 날린다.

 

동백나무 겨울맞이로 바빠
꽃몽우리 굵고 단단하다.
하늘빛 차츰 파랗다.
할매 할배 아침일 복닥복닥.

 

군내버스는 오늘도 10분 늦어
시월 마지막 날들
살포시 깊어 가는 빛 바라본다.

 


4346.10.30.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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