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집 1

 


읍내 버스역 들머리
중국집 바람구멍 쪽창
약국 처마
속옷집 해가림판 한켠
면소재지 가게 간판 밑
이 집 저 집 골골샅샅
이 마을 저 마을 흙집 처마
단단하고 예쁘장하게
제비집.

 


4346.12.18.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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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걸어

 


버스를 타고
기차를 타고
자가용을 타면,

 

아픈 몸
안 나아요.

 

천천히 걸어
도시를 벗어나고
자동차 배기가스와 소리 다 없는
조용한 시골에 닿아
풀내음과 나무노래 들으며
햇볕 쬐고 새들 날갯짓과 함께
하루를 누리면,

 

내 몸 구석구석
개운하고 튼튼해
아플 곳 없어요.

 


4347.1.4.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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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 군내버스

 


포근히 내리쬐는 겨울볕 받고
빈들마다 유채잎
오물조물 돋는다.

 

이쪽 전깃줄에 까마귀들 있고
저쪽 전봇대에 까치들 있으며
요 앞 풀숲에 참새 무리짓는다.

 

바람 일지 않으니
별꽃과 코딱지나물꽃 드문드문
고개 내민다.

 

졸랑졸랑
빨래터 물 흐르는 소리
마을 그득 감돈다.
빨래하는 사람 없고
물 긷는 사람 없지만
딱새와 멧비둘기 내려앉아
콕콕 물을 찍어 마신다.

 


군내버스 들어오겠지.

 


4347.1.2.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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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한 해에 한 그루씩

 

봄눈
여름잎
가을열매
겨울가지

 

차근차근 익히면

 

예순 해 살며 예순 가지
여든 해 살며 여든 가지

 

나무를
마음자리에 포근히 담는다.

 


4346.12.25.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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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4-01-01 00:01   좋아요 0 | URL
오오...새해의 첫 시작을 '나무를'을 듣는군요!
참 아름답고 좋습니다~*^^*

숲노래 2014-01-01 00:05   좋아요 0 | URL
appletreeje 님도 올해에
올해 나무 한 그루 가만히 마주하면서
가슴으로 예쁘게 안아 보셔요~
 

풀밥

 


봄부터 부지런히 잎 뜯으면
민들레도 씀바귀도
부추도 고들빼기도
돌나물도 유채도
미나리도 소리쟁이도
한결같이 푸르며 싱그러운 잎
가을까지 고이 베푼다.

 

늦여름부터 마당 한쪽
까마중 까만 알
날마다 한 줌씩 훑는데
시월 지나고
십일월 지나도
꽃 하얗고
십이월 되어도 새 줄기 뻗어
섣달 흰눈 내린 날에도
밥상에 까마중알 올린다.

 

이 겨울 지나면
꽃다지 꽃마리 괭이밥도
갈퀴덩굴 환상덩굴 질경이도
날마다 신나게 뜯고 싶다.

 


4346.12.3.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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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3-12-30 13:55   좋아요 0 | URL
올리는 시를 보면 참 좋습니다~^^
시집이 나오면 꼭 보겠습니다~ㅎㅎ

숲노래 2013-12-30 15:55   좋아요 0 | URL
이 시들은 제 이름으로 쓰기는 하지만,
저 혼자서 쓰는 시가 아니라
우리 아이들과 곁님과 시골과 숲이 함께 쓰는 이야기라서,
저부터도 시집으로 예쁘게 태어날 수 있기를 빌어요.
아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