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그마니

 


살그마니 밤에
아이들 이불깃 여미고
조용히 일어나서
마당으로 내려와
별빛 한가득 마신다.

 

살그마니 새벽에
쌀 씻어 불리고
아직 아이들 일어나지 않았을 때
밥과 국을 지어 놓는다.

 

아침해 살짜기 찾아든다.
아침바람 살포시 분다.
아침노래 살살 흐른다.

 

날마다 살며시 웃음짓는 이야기
도란도란 주고받는다.

 


4346.10.29.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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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아침마다 빛이 달라
동트는 쪽으로 한참
구름과 하늘과 해
바라본다.

 

햇살 퍼지는 기운
온몸으로 받아
오늘 날씨 헤아린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일월 사월 칠월 시월
보름 사리 조금 그믐
언제나 새롭게 맞이하는
이 하루는
밝은 빛이 숨쉬는
이야기밭.

 


4346.11.14.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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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하늘빛 그리는 사람
흙내음 맡는 사람
풀잎 뜯는 사람
나무줄기 타고 노는 사람
냇물에 멱감으며 빨래하는 사람
감자를 삶아 먹는 사람
고구마를 나눠 먹는 사람
숲을 얼싸안는 사람
자장노래 아이들한테 들려주는 사람
옛이야기 사근사근 읊는 사람
아기 업고 해바라기하는 사람
꽃송이와 도란도란 속삭이는 사람

 


4346.10.15.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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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바람이 불어 배추잎 푸르고
바람이 지나가면서 모과알 굵고
바람이 스쳐 씀바귀 봄가을에 자라
바람이 살살
후박잎 간질이며 어느새 가을
살그마니 겨울
시나브로 봄
동백꽃 흐드러지면서
멧새 노랫소리에
개구리 풀벌레 새로 깨어나
까르르 웃고 떠드는 고운 햇볕.

 


4346.10.26.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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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3-11-01 20:38   좋아요 0 | URL
요즘 모과들을 보면서 한두개 사다가 겨울에 차를 담궈먹을까 생각하고 있는데, 동생이 모과는 노랗게 익어야 맛있다며 지금 파는것들을 보니 다들 연초록빛을 띄고 있더라고요. 아직 덜 익은것들을 따서 후숙으로 익혀가는것들이 늘어가는것 같습니다.

함께살기님 시를 읽다가 '모과'가 나오길래 반가웠어요.^^

숲노래 2013-11-02 02:36   좋아요 0 | URL
가게에서 팔자면 미리 따서 창고에 쌓아서 팔아야 하니 그렇지요.
모과나무에 울퉁불퉁 열린 모과를 보면
참 재미있어요.
잎사귀 다 떨어져도 커다란 열매는 대롱대롱 달려요.

모과는 차로 담가 먹어도 좋고,
그저 곁에 두고 냄새만 누려도 좋아요~
 

빛그릇

 


빛을 담아요.
빛을 먹어요.
살아온 빛을 담고
살아갈 빛을 먹어요.

 

푸른 숨결 숲내음이
맑은 노래 바람이
따순 사랑 햇볕이
책에서 어우러져요.

 

빛을 담는 그릇과
빛을 쓰는 연필과
빛을 읽는 책상과 걸상
모두 나무예요.

 


4346.10.15.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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